경찰 장배(신하균)는 침대에선 나폴레옹이다. 자신의 물건이 크다고 믿으니까. 이 정도면 “남자한테 좋은데~ 참 좋은데” 광고 따위 신경 쓸 필요 없다 싶다. 적어도 애인 지수(엄지원)가 자기 ‘물건’대신, 자위 기구에게서 즐거움을 찾는 광경을 목격하기 전까지는. 자존심이 ‘물건’과 함께 쪼그라든다. 고등학생 자혜(백진희)는 어묵장수 상두(류승범)가 너무 좋다. “나 맛있다”며 유혹도 서슴없이 한다. 그런데 이 남자, 너무 튕기나. 튕기는 게 아니라, 마음이 다른 곳에 있을 뿐이다. 자신이 심사임당인 줄 알았던 자혜 엄마 순심(심혜진)은 철물집 기봉(성동일)을 만난 후 심사임당 안에 숨겨진 애마부인을 발견한다. 순심과 기봉의 SM 놀이가 시작된다. 과묵한 국어선생 광록(오달수)은 아내에게 선물할 란제리를 샀다가 호기심에 입어본다. 그런데, 뭐지? 아, 너무 좋다~ 몸에 닿는 이 실크의 촉감!
사디즘과 마조히즘, 리얼돌, 페티시, 란제리 복장도착, 성기 집착증, 바이브레이터 등 섹시코미디 <페스티발>이 침범하는 성 영역은 거침이 없다. 아, 없는 게 있긴 있다. 따끈한 정사신. 화끈한 노출신. 섹시함을 내세우되, 살색 노출보다는 다양한 성적 취향으로 승부한다는 얘기다. 여기에 얹어진 게, 유머다. 담뱃불을 소변줄기로 끄거나, 소변을 변기에 정조준 못하는 (말 그대로 화장실에서 벌어지는)화장실 유머부터, 뜨악하게 하는 황당무계 유머가 즐비하다. 파격 누드는 없지만, 취향 고약한 (B무비적인)코미디 영화로서는 문제없다. 10대부터 4,50대까지. 다양한 세대의 성을 아우르려 한 점과, 음지의 성을 양지로 이끌어내려는 노력도 <페스티발>의 성과다.
영화는 성 소수자들의 이야기를 그렸다는 점에서 이해영 감독의 전작 <천하장사 마돈나>에 닿아 있다. 소수의 ‘취향’을 바라보는 감독의 따스한 시선은 이번 작품에도 유효하다. 다만, 한 개인의 커밍아웃이 다수의 커밍아웃으로 확장되면서 이야기 짜임새에 누수가 생겼다. 영화는 그들이 독특한 성적 취향을 가지게 된 이유를 설명하지 않는다. 그들이 서로의 성적 취향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되는 계기도 자세히 설명하지 않는다.
전자는 캐릭터의 입체감을 떨어뜨린다는 공격은 받을지언정, 반론할 여지는 있다. 어차피 취향이라는 건, 말로 설명되어지는 게 아니니까. 하지만 후자는 아쉽다. ‘개인의 취향’이 ‘타인의 취향’ 안에서 인정받는 과정은, 극중 인물 뿐 아니라 그들의 변화를 바라본 관객들에게도 납득되어야 할 부분이다. 하지만 영화는 이러한 설득 작업이 부족하다. 어물쩍 해결되는 갈등의 마무리가 캐릭터의 힘은 물론, 이야기 논리를 희미하게 한다.
결과적으로 <페스티발>은 캐릭터가 다채롭고 사건은 넘치되, 이야기는 단조롭다는 느낌이다. 지극히 교과서적인 메시지도 영화적 매력을 반감시킨다. 엄마 몰래 야한 비디오 본 청소년이 신부님에게 고해성사하거나, 부처님에게 백팔배 하는 기분이랄까. 조금 더 화끈했으면, 조금 더 용감했으면, 마지막에 터지는 축제의 분위기는 분명 더 흥겨웠을 게다.
2010년 11월 12일 금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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