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실베니아주 윌킨스의 조차장(객차나 화차의 연결 및 분리를 하는 곳). 사람들은 평소와 같이 하루를 시작한다. 프랭크(덴젤 워싱턴)는 낙하산 승무원 윌(크리스 파인)을 소개받고 함께 열차에 오른다. 프랭크는 정리해고로 칼바람이 부는 판에 낙하산으로 기관사가 된 윌을 까칠하게 대한다. 티격태격하며 서로에게 껄끄러운 감정을 드러내는 두 사람. 그런 와중에 정비공의 실수로 777화물 열차가 기관사 없이 철로를 내달리는 사건이 발생한다. 인화성 물질이 가득 담겨 있는 777화물 열차는 점점 속도를 내며 시내로 진입하려 하고, 같은 선로에 있던 프랭크와 윌은 폭주하는 777열차를 멈춰 세우기 위해 위험한 임무에 뛰어든다.
<언스토퍼블>은 미국에서 실제로 발생한 철도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여기에 평범한 두 기관사의 개인사를 넣고 극적인 상황을 만들어 영화적인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사실 이런 영화는 결과가 알고 보는 것과 같다. 인화성 물질을 가득 실은 기관차가 도심을 향해 폭주하고, 두 기관사는 목숨을 걸고 임무에 뛰어들어 결국 열차를 세울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는 내용이다. 문제는 이렇게 빤한 이야기를 어떻게 긴장감 넘치게 끌고 가느냐다. 게다가 열차가 달리는 것으로 시작해서 멈추는 것으로 끝나는 영화이기에 그 안에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도 쉽지 않다. 하지만 <언스토퍼블>은 숙제를 잘 풀었다. 베테랑 기관사와 낙하산 신참의 갈등, 두 사람의 가족사, 도시 전체를 구해야하는 임무, 정비공, 철도회사 등 주변의 상황들을 적절하게 섞어 지향점이 확실한 꼭짓점을 완성했다.
영화의 강점은 속도감에 있다. 정비공의 실수로 기관사 없이 달리게 된 열차는 가속기 오작동까지 겹치면서 최고 속도를 향해 치닫는다. 장애물이 있어도 속수무책. 최대 고비는 도심에 있는 급경사 지역으로, 열차가 탈선할 경우 공장지대로 추락해 큰 폭발이 일어나게 된다. 하지만 이때 같은 선로에 있던 프랭크와 윌이 영웅으로 나선다. 777화물 열차에 자신들의 기관차를 연결해 제어를 시도한다. 두 사람의 갈등이나 복잡한 가족 문제는 잠시 잊고 도시 전체를 위해 목숨을 건다. 결국 열차가 멈추고 모든 것이 잘 풀릴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적절하게 나눠진 편집과 긴박감을 높이는 촬영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그리고 평범한 소시민 영웅의 탄생을 통해서도 감동을 전한다.
할리우드 영화들은 이따금 전형적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장르영화라는 이름 아래, 관습적인 영화가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습적인 영화들 중에서도 재미있는 영화와 그렇지 않은 영화로 나뉘는 것은 만드는 사람들의 능력 때문이다. 그런 차원에서 토니 스콧은 실패를 모른다. 만루 홈런을 친 적은 없지만, 몸에 맞는 볼이라도 얻어서 반드시 출루하는 타자와 같다. ‘할리우드 스타일’이라는 흔한 수식어 속에서도 레벨의 차이가 있다. 토니 스콧은 <언스토퍼블>에서 CG를 배제한 리얼 액션을 강화하고, 헬리콥터를 비롯한 40대의 카메라를 동원함과 동시에 80km/h의 속도로 달리는 열차에서 직접 촬영하며 고레벨의 위용을 과시했다. 그리고 90분도 안 되는 시간으로 이야기를 응축한 것도 주요했다.
2010년 11월 8일 월요일 | 글_김도형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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