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마디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은 소처럼 되새김질 하고 곱씹어야 제 맛이 날 영화다. 관념적이고 문학적인 내용의 소설을 영상화 한 탓인지, 영화 곳곳에 메타포가 넘쳐난다. 소가 ‘수행’으로, ‘주인공 자신’으로, ‘옛 애인의 남편’으로, 그 해석의 여지가 다양하다. 그런데 그 와중에 날리는 홍상수식 유머가 또 (취향에만 맞다면)일품이다. 소가 갑자기 말을 걸어온다거나, 꿈과 현실이 두서없이 혼재된 구성은 또 어떤가. 임순례를 리얼리즘 작가로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이 영화가 그녀의 작품이 맞나 다시금 확인하게 될지 모르겠다. 확실한 건,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으로 상업성에서도 괜찮은 타율을 자랑했던 그가, 이번에는 상업성에서 보다 여유로운 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거다. 흠…, 의도한 게 아니라면, 내가 잘못 짚은 거라면, (흥행적으로는)큰일이고.
(무비스트 정시우 기자)
제목부터 참 구수하다.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이라니 시골스러운 느낌이 물씬 풍긴다. 하지만 정적일 것 같은 영화는 의외의 유머와 함께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현실에서 벗어나려는 주인공의 일탈에서 시작된 여행은 지나간 사랑과 우정을 되새기는 추억담을 지나 꿈과 현실의 경계가 무너지는 몽환적인 분위기로 이어진다.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불교 사상으로 이어지는 영화의 흐름은 일면 난해한 감이 없지 않지만, 영화는 곳곳에 그리 어렵지 않은 해석의 여지를 남겨둬 관객의 입장에 따라 영화를 받아들이게 한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은 영화 속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처럼 잠시나마 휴식과 여유의 순간을 던져주는 영화라는 사실이다.
(조이씨네 장병호 기자)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은 특별한 사건을 따라가며 이야기를 전하는 형식의 영화가 아니다. 영화는 소를 팔러 길을 나선 남자가 7년 만에 옛 친구(이면서 연인이었던)의 전화를 받으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하지만 둘의 과거를 구구절절 설명하진 않는다. 그보다는 현재에서 과거를 돌아보는 행위 자체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과거란 흘려보내는 것이기도 하고, 집착하게 만드는 것이기도 하고, 반복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이기도 하고, 잊기 위해 발버둥치는 것이기도 하다. 영화는 현실과 꿈의 경계를 지우면서 과거와 현재 역시 적절하게 섞어 놓는다. 무엇이 과거이고 무엇이 현재인지를 밝히는 것보다 과거와 현재가 반복되는 삶 자체를 편하게 받아들이게 한다. 머리보다는 가슴으로 이해하는(고로 상업성이 배제된), 그를 위해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자연 경관을 담아낸 따뜻한 영화다.
(무비스트 김도형 기자)
동반자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여행의 성격은 사뭇 달라진다. 보기만 해도 애틋한 연인도 아니고,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아들 딸도 아니고, 소와 하는 여행이라…. 1년 만에 돌아온 임순례는 남자와, 7년 만에 나타난 옛 여인, 소 한 마리의 기묘한 여행으로 관객을 초대한다. 남자는 소가 지긋지긋하다 하고, 여자도 미워죽겠다고 한다. 말하자면 이 영화는 미워주겠다면서 팔지도 못하고, 싫어죽겠다며 그리워서 못 견뎌하는 한 남자의 로드무비다. 소는 말 한마디 못하지만 움직임과 표정, 적절한 연출로 능숙한 주연의 몫을 다 하고 그 틈새에서 신선한 웃음이 터져 나온다. 소와 남자를 버디무비로 엮은 초반과 달리 후반은 의식의 미궁 같은 꿈이 주요하게 등장한다. 분명 지금까지 보아온 임순례의 특징이라 하기엔 생경하다. 그래서 때 아닌 홍상수의 단편이 끼어드는 듯한 느낌도 든다. 영화관을 찾을 관객은 심신의 피로를 풀고 간다면, 소와의 여행에 더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프리랜서 양현주 기자)
2010년 10월 22일 금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