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필 실종사건>은 두괄식 코미디다. 관객에게 개방된 정보를 모르는 극 속 인물들의 좌충우돌 소동극을 구경하는 코미디다. 어떤 면에서 이는 위험한 형식이다. 이미 궁극적인 정보를 쥐고 있는 관객의 흥미를 유지시키기 위해선 끊임없이 지속적인 흥미를 공급해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이 방식으로서 어필할 수 있는 결과물을 내놓는다면 신선한 코미디로서 성공적인 평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단도직입적으로 선언하자면 <정승필 실종사건>은 명백히 실패한 코미디영화다. 장황하게 뻗어나가는 소동극의 양상은 애드립에 가까운 배우들의 개인기에 기대어 웃음을 유발하고자 노력할 뿐, 극적 흥미를 유발할 엄두도 내지 못한다. 상황의 유치함은 코미디의 자질적 속성이라 자처하더라도 ‘정승필 실종사건’이라는 맥락의 주변부에 산재한 캐릭터들의 역할이 지극히 나태하다. 상황을 벌려나가기만 할 뿐, 그 상황의 연속성이 철저히 무시된다. 마치 시트콤적인 에피소드가 지속적으로 나열되기만 할 뿐이다. 동시에 맥락의 논리 따위를 염두에 둘 필요도 없이 그 상황에서 빚어지는 코미디의 파괴력조차 미약하다. 간단히 말해서 도무지 웃기지도 않다.
결과적으로 정리하자면 <정승필 실종사건>은 웃길 줄 모르는 개그쇼의 향연이다. 권태를 느끼게 만드는 코미디만큼이나 지루한 것도 없다. 그건 마치 무섭지 않은 공포영화를 보는 것만큼이나 힘겨운 일이다. 노고가 느껴지는 배우들의 활약이 안쓰러울 정도로 형편없이 진전되는 사연들을 구경하고 있노라면 허탈해지는 기분마저 감지된다. 동시에 그 장황한 사연의 끝에 얄팍하게 얹어진 감동적 시도까지 확인하고 나면 지나간 상영시간에 대한 지독한 자조마저 얻게 될지 모를 일이다. 정승필보다도 실종된 웃음을 찾아 헤매야 할 것 같다. 엄밀히 말해서 이는 실종이 아니라 상실이나 다름없다.
2009년 9월 30일 수요일 | 글: 민용준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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