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입체영화의 원년이 되다
3D 입체영화(이하 ‘입체영화’)는 전 세계적인 관심사다. 특히 할리우드 메이저 제작사들은 입체영화를 통해 세계 영화 시장을 다시 한 번 점령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그들은 입체영화에서 영화의 미래를 봤고, 그 혁명적인 비주얼이 영화의 새로운 재미 요소가 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드림웍스 CEO 제프리 카젠버그는 “5~7년 이후 모든 영화가 입체영화로 제작될 것이고 드림웍스 역시 2009년 이후 제작되는 모든 애니메이션은 입체로 제작할 것이다”라며 입체영화의 대세론을 주장했다. 또한 “앞으로 공개될 블록버스터들은 대부분 입체영화로 제작될 것”이라며 세계 시장이 입체영화에 주목해야 할 이유를 설명했고, 이 말에 화답이라도 하듯 디즈니를 위시해 파라마운트와 라이온스게이트, 폭스, 소니 픽쳐스, 워너, 폭스 등의 메이저 제작사가 2009년부터 입체영화를 줄줄이 개봉한다.
입체영화의 역사는 제법 오래 됐다. 1915년 최초의 애너글리프 방식(빨간색과 파란색, 녹색 필터의 안경을 쓰고 영화를 보는 것)의 영화가 극장에 개봉됐고, 1950년대에는 입체영화의 붐이 일어 많은 작품들이 좋은 흥행을 기록했다. 존 웨인과 같은 당시의 대스타들이 입체영화에 출연하면서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러한 경향은 영화의 생존과 관계된 문제였다. TV가 보급되던 시절, 극장들은 집으로 들어가 버린 관객들의 발걸음을 극장으로 다시 돌리기 위해 극장만이 줄 수 있는 특별한 매력을 어필해야만 했다.
하지만 이후 영화와 컴퓨터 그래픽의 만남은 영화의 발전 방향을 바꿔 놓았다. 입체영상에 대한 관심이 사라지고, CG영화에 대한 비중이 높아졌다. 그러던 2005년, 디즈니가 <치킨 리틀>을 발표하며 입체영화 시장을 다시 일으켰다. 이듬해 소니 픽처스가 <몬스터 하우스>, 워너가 <폴라 익스프레스 3D>로 뒤를 따랐다. <슈퍼맨 리턴즈>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 등의 실사영화도 부분 입체영상이 삽입됐고, <베오울프>는 전체 상영관의 22%인 입체 상영관에서 거둬들인 수익이 전체의 반을 넘을 정도였다. 2008년에는 <한나 몬타나와 마일리 사이러스> <U2 3D>와 같은 공연영화들이 큰 흥행을 거두며 새로운 역사를 만들었다. 단순히 이미지가 아닌 공연장을 방불케 하는 입체영상은 새로운 형태의 흥행 코드가 됐다. 제작사들은 <트랜스포머>로 CG영화의 정점을 확인한 후 <볼트> <코렐라인> 등의 애니메이션과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와 같은 실사영화를 거치며 입체영화의 가능성을 타진했다. 이후 2009년 <몬스터 vs. 에이리언>을 기점으로 입체영화의 시장 점유율을 높여 나기가 위한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그동안 시장의 가능성을 타진했던 입체영화는 2009년에 발표한 일련의 영화들을 통해 하나의 흐름을 완성했다. 기대를 모으고 있는 애니메이션 <UP> <아이스 에이지 3: 공룡시대>(이후 ‘<아이스 에이지 3>’)가 흥행에 성공하며 입체영화에 대한 인식을 바꿀 태세고, 국내에 뒤늦게 개봉한 <블러디 발렌타인>은 공포라는 장르적인 특성에 입체영화라는 비주얼적 특징을 합쳐 국내 관객에게 입체영화의 재미를 선사했다. 특히 <블러디 발렌타인>은 풀 3D 입체영화로 제작사 로고부터 엔딩 크레딧까지 모든 것을 입체이미지로 구현해 입체영화의 새로운 개념을 선보였다. 그동안 놀이공원에서 이벤트로 보던 입체영화의 재미를 극장의 장편 영화로 만끽할 수 있게 됐으니, 새로운 세계가 열린 것이다.
이후에도 입체영화 라인업은 기대 만발이다. 지난 ShoWest 컨퍼런스에 따르면 현재 40개 이상의 입체영화가 제작 중이며 2010년까지 25편 이상의 영화가 개봉될 예정이다. 여기에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슈렉 4> <토이 스토리 3> <미녀와 야수> 등의 작품들도 포함되어 있으며, 2011년에는 <쿵푸 팬더 2> <카 2> 등도 예정돼 있다. 또한 과거 흥행 대작들의 입체영화 재개봉도 추진되고 있다. 고무적인 것은 단순히 양이 아니다. <아바타>의 제임스 카메론을 필두로 <크리스마스 캐롤>의 로버트 저메키스, <틴 틴>의 스티븐 스필버그와 피터 잭슨,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팀 버튼 등 거장 감독들이 입체영화에 관심을 보인다는 점이다. 이들은 영화의 세 번째 혁명으로서 입체영화의 가능성을 믿고 있다. 그리고 이것이 영화 보기의 새롭고 특별한 매력이 될 것이라는 데에 동의하고 있다.
TIP!!
3D와 3D 입체영화는 다른가요?
많은 사람들이 헷갈리는 것이 바로 3D와 3D 입체영화에 관한 것이다. 개념 자체는 다르지만 비슷한 단어의 사용으로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아직도 일부 사람들은 3D와 입체영화를 같은 말이라고 알고 있다.(편의상 3D 입체영화를 3D라고 줄여서 부르기도 하지만, 혼동의 여지가 많다) 혹자는 3D 영화에 대한 총칭이 입체영화라고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말이다. 3D란 평면(2D)에서 작업하는 애니메이션에 공간감과 입체감을 만드는 것을 말한다. ‘디지털 3D 애니메이션’이라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3D는 입체안경을 쓰고 관람하는 입체영화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동안 애니메이션은 종이에 그림을 그리거나 컴퓨터 드로잉을 기본으로 제작했기 때문에 평면적으로 구현됐다. 이러한 평면적인 이미지와 다르게 디지털 작업을 통해 피사체에 입체감이 있는 이미지를 만든 것이 바로 ‘디지털 3D 애니메이션’이다. 픽사의 초기 작품인 <토이 스토리> <벅스 라이프> 등과 일본 애니메이션 <이웃집 토토로> <에반게리온> 등을 비교하면 3D와 2D 애니메이션의 차이를 확연히 알 수 있다. 이러한 3D 애니메이션은 입체안경을 쓰고 보지 않는다. 하지만 입체영화는 이것과는 다르다. 왼쪽 눈과 오른쪽 눈에 맞는 영상을 따로 찍어 같이 영사하고 이를 입체안경을 통해 보면서 입체 효과를 얻는 것이 입체영화다. 입체영화의 경우 입체안경 없이 영상을 볼 경우, 양쪽 눈에 맞게 따로 찍힌 영상이 두 겹으로 겹쳐 보여 관람이 어렵다.
2009년 8월 21일 금요일 | 글_김도형 기자(무비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