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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많은 장르중에 유독 SF물에서만 잘 먹히는 키아누 리브스
2008년 12월 29일 월요일 | 김진태 객원기자 이메일


키 186cm에 몸무게 72Kg이라는 이기적인 기럭지와 호리호리한 몸매, 서구적인 이목구비에 동양적인 신비함을 가진 매력적인 얼굴. 그야말로 Hot한 Body와 Cool한 Face를 소유한 이 남자의 정체는 누구일까? 새 영화로 오랜만에 우리 곁에 찾아 올 남자기도 한 이 배우는 조인성이 아니다. 물론 신체조건, 인상착의 모두 조인성의 그것임에 분명하지만 이 남자배우로 말하자면 바로 헐리웃의 조인성, <매트릭스>의 훈훈한 네오전사 ‘키아누 리브스’(이후 ‘키아누’로 통일)다.

지난 4월, <스트리트 킹>이라는 액션영화 홍보 차 살짝 방한하기도 했던 키아누가 올해를 마무리하며 SF 블록버스터 <지구가 멈추는 날>이라는 새 영화를 선보인다. 그러고 보니 이 남자, 그 명성에 비해 마땅히 떠오르는 작품들은 없는 것 같다. <매트릭스>야 누구나 알 것이고, <콘스탄틴>이나 <스피드> 정도만 알고 있어도 진정 팬이라 할 만할 정도이니 그 유명세에 비한다면 꽤나 아이러니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그것도 다양한 작품 들 중에서 유독 <매트릭스>나 <콘스탄틴>처럼 SF 영화만이 키아누의 자존심을 세워준 것도 무언가 궁금증을 유발시키게 한다. 로맨스, 스릴러, 공포, 스포츠 등등 갖가지 장르에는 다 도전했던 그가 왜 몇 되지도 않는 SF장르 영화들에서만 존재감을 심어주는 것일까! 그래서 필자의 지극히 주관적인 견해와 단순한 지식들을 총 동원하여 나름 분석을 해봤다.

멜로영화에는 어울리지 않는 남자?

훤칠한 몸매와 신비한 이미지의 얼굴, 그리고 부드러운 중저음 목소리는 뭇 여성관객들의 마음을 뒤흔들기에 충분한 조건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키아누의 수많은 출연작 중에 멜로(로맨스)영화는 고작 세 편 정도에 불과하다. 그나마 한 편은 조연으로 출연한 것이니 ‘키아누 리브스’라는 이름이 포스터에 걸린 멜로영화는 <스위트 노벰버>와 <레이크 하우스> 정도 뿐 이라는 것. 아니, 우리나라에서는 꽤나 여성 팬들이 많은 그가 하루에도 수십 편이 만들어지는 헐리웃 영화중에서도 유독 멜로 영화에는 선택 받지 못하는 이유가 뭘까? 서양 여성들에게는 어필하지 못하는 외모인가? 본인이 멜로영화를 거부하는 건가?
 <레이크 하우스(2006)>
<레이크 하우스(2006)>
 <스위트 노벰버(2001)>
<스위트 노벰버(2001)>

이런저런 추측 중에 필자가 내린 결론은 바로 ‘키아누 리브스와 멜로는 어울리지 않는다’라는 것. 이유는 즉슨, <스위트 노벰버>와 <레이크 하우스>를 모두 본 필자로서는 그 영화 속 키아누의 모습은 로맨틱하지도, 그렇다고 모성애를 자극할 만큼 여려보이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혼혈계 얼굴에서 신비스러움이 풍기기는 하지만 한편으로 차갑고, 날카로운 이미지가 그로 하여금 멜로영화 속 남자주인공의 부드러움을 깎아먹는다고 할 수 있었다. 물론, 뻣뻣한 몸매와 아니 다양한 얼굴 표정 또한 한몫했음은 말할 것도 없고.

하지만 그에게도 로맨스의 가능성을 전혀 찾아 볼 수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전에 작업했던 샤를리즈 테론이나 산드라 블록에게는 미안하지만 로맨틱 코미디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에서 키아누의 마음을 빼앗은 18세 연상 다이앤 키튼과는 꽤나 잘 어울려 보였던 것. 눈물 짜는 멜로영화보다 로맨틱 코미디 속 키아누의 모습은 신선하기까지 했던 것이다. 앞으로 로맨틱 코미디의 대명사 휴 그랜트나 콜린 퍼스의 영화들로 공부를 조금만 한다면 키아누의 로맨틱 코미디도 나름 흥미로울 듯싶다. 하지만 정 멜로 영화의 주인공을 포기할 수 없다면 리차드 기어나 조지 클루니의 멜로영화들로 독학 좀 하시길 바란다.

현실보다는 가상세계에 먹히는 외모?

인공지능을 가진 컴퓨터가 지배하는 세계(<매트릭스>), 천사와 악마가 공존하는 판타지 세계(<콘스탄틴>). 키아누의 두 흥행작은 전부 현실과는 동떨어진 가상세계 혹은 판타지 세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리고 이 영화 속에서 키아누는 온톤 컴퓨터 그래픽이 입혀진 화면 속에 묻혀 있다. 영화 속 키아누의 모습은 컴퓨터 인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현실적인 느낌보다는 가상인물 적인 느낌이 강하게 풍긴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얼굴에서 공존하는 신비스러움과 차가움이 멜로적인 느낌보다는 SF적인 느낌에 더 적합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그 이유에서다.
 <콘스탄틴(2005)>
<콘스탄틴(2005)>
 <매트릭스(1999~)>
<매트릭스(1999~)>

부드러운 미소보다는 차가운 무표정이 영화 속에서 더욱 강한 인상을 남기는 것 또한 키아누의 진정한 매력 포인트라는 것. 어지간해서는 장동건도 소화하기 힘들 거창한 가죽 바바리코트나 퇴마사의 칙칙한 망토가 세련된 슈트나 헐렁한 트레이닝복보다 더 잘 어울릴 정도이니 두 말할 필요도 없는 게 아닌가. 절친 리버 피닉스와 출연했던 초기작 <아이다 호>를 비롯 <체인리 액션>과 <구름 속의 산책>, 대표적인 흥행작 중 하나인 <스피드>까지 꽤나 다양한 작품 활동을 보여주었음에도 이렇다할 두각을 보이지 못하다 워쇼스키 형제의 신개념 SF영화 <매트릭스> 시리즈로 세계적인 명성을 거머쥐었으니 이 또한 키아누의 이미지를 강하게 각인시켜 준 큰 이유임에 부정할 수 없다고 할 수 있다. 이 순간부터 현실 세계 속 부드럽고, 로맨틱한 남자로서의 키아누 보다는 차갑고 사이버틱한 전사 키아누의 모습이 관객들에게 보다 편하게 다가오게 된 것이다. 이제 곧 선보일 새 영화 <지구가 멈추는 날> 역시 SF장르인데다 이번에는 키아누가 인간이 아닌 특별한 존재로 등장한다고 하니 공식적으로 따져 본다면 관객들에게 제대로 ‘먹힐만한’ 영화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결과는 뚜껑을 열어봐야 아는 법. 이번에도 그 공식이 제대로 성립될지 은근히 호기심이 생긴다.

아직은 연기보다 이미지로 승부하는 배우!

17세 때 연기생활을 시작해서 어느덧 30년 가까이를 배우로 살아 온 키아누.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의 경력에는 이렇다할 영화 시상식의 수상경력이나 노미네이트 경력조차 찾아보기 힘들다. 물론 상을 받는 것이 그 배우와 연기를 평가하는 기준의 전부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의 연기 인생 가운데 아카데미 시상식은 둘째 치고 골든글러브 등의 시상식 후보에도 오른 경력이 없음은 조금 씁쓸함을 남긴다. 키아누에게는 미안하지만 가까운 예로 짐 캐리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비교해 보자. 두 배우 모두 대중들에게 특정 이미지가 강한 배우였다고 할 수 있다. 과장된 코미디 배우 ‘짐 캐리’, 가벼운 꽃미남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라는 수식어가 그들을 줄곧 따라다녔지만 이제는 명실공이 연기력까지 평가받는 연기파 배우로 거듭난 그들이다. 이미지만으로 펌하 받던 자신들의 연기를 진정 작품들로써 인정받게 된 것이다.

하지만 키아누는 아직도 이미지만이 부각되는 배우임을 부정할 수 없다. 앞에서도 여러 차례 언급했듯이 멜로나 로맨스, 스릴러, 액션 등 다양한 장르에서 그를 만날 수 있었지만 유독 SF 장르에서만 존재감이 느껴졌던 것은 그만큼 개성 강한 캐릭터를 통한 연기가 주는 카리스마보다 <매트릭스>, <콘스탄틴> 등에서처럼 SF 전사의 강렬한 이미지만이 앞서기 때문이다. 그것은 <매트릭스> 1편의 대성공 이후 그의 행보에서 보여진 실패가 한 몫 했다고도 할 수 있다. <기프트>, <왓쳐>라는 제목도 생소한 공포 스릴러와 <리플레이스 먼트>, <하드 볼>이라는 스포츠 영화를 선택한 그는 흥행의 달콤함이 아닌 심지어 ‘래지상 후보’라는 쓰디쓴 채찍질의 맛만 보게 된다. 배우가 자신만의 뚜렷한 이미지를 만든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이 그 배우에게 있어 한계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키아누 리브스라는 배우의 보다 진지하고, 강렬한 변신을 내심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영화 <매트릭스> 시리즈의 ‘네오’는 그야말로 키아누 리브스라는 배우의 그 자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머리부터 발끝까지 적역이었던 캐릭터였다. 현란한 액션부터 거의 묘기에 가까운 무술연기까지 선보인 영화 속 키아누의 모습은 여성들은 물론 남성들마저도 그의 팬이 되도록 만들었다. 호리호리한 몸에서 뿜어지는 강한 파워와 얼굴에서 풍기는 묘한 신비감은 키아누 리브스를 그야말로 ‘SF전사’일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 비단 SF라는 한정된 장르만이 아닌 보다 다양한 영화에서 사랑받는 연기를 보여준다면 그를 사랑하는 팬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선물이 될 것이다. <지구는 멈춘는 날>로 다시금 SF물에 도전한 키아누 리브스의 존재감이 여타 다른 장르에서도 번뜩이길 기대해본다. 설령, 에로물이라도 상관없다.

2008년 12월 29일 월요일 | 글_김진태 객원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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