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부터 당일 새벽까지 내리던 굵은 빗방울이 갠 5월 17일, 일제 치하와 전쟁이라는 암울한 현실 속에서 모더니즘과 신문물의 유입으로 낭만이 싹 트던 1942년 경성을 배경으로 한 <기담>을 보기 위해 찾은 곳은 양수리 종합촬영소. 외관상 그저 평범해 보이는 건물로 들어서자 1942년의 안생병원이 펼쳐졌다. 현재 목포와 부천, 청평 등지에서 로케이션을 통해 병원 외곽 촬영 분량을 대부분 끝낸 <기담> 팀은 양수리와 덕소에 마련된 안생병원 내부 씬 촬영을 해나가고 있다. 그리고 그 대부분의 분량은 이곳 양수리에서 촬영되고 있다. | 제작비의 3분의 1가량이 세트 제작에 사용됐다는 한 제작진의 말처럼 <기담>의 현장은 철저히 고증된 시대상을 담기 위한 제작진의 노력 그 자체다. |
|
웬만한 공포 영화의 촬영 분량을 웃도는 59회 차 촬영 예정은 <기담>의 제작진이 영화적 완성도를 위해 신중을 기하고 있음을 알게 한다. 이 날, 공개된 촬영은 39회 차 해부실 씬으로, 의대 실습생 박정남 역을 맡은 진구와 여의사 역을 맡은 김보경, 일본군 장교 아키야마 소좌 역을 맡은 김응수가 출연헀다.
| 진구, 김보경, 김응수 |
|
‘슛!’ 싸인이 만드는 현장의 진지한 분위기는 ‘컷!’ 싸인으로 다시 밝아지곤 했다. “옆에 스티로폴 망가지지 않게 조심해주세요!” “스티로폴? 스티로폼 아냐?”"아!그런가?" 배우와 제작진의 진지함은 <기담>의 공포보다도 엄숙했지만, 촬영 중간마다 풀어내는 발랄한 농담은 경직된 분위기를 웃음으로 풀어주곤 했다.
| 촬영 중간 메이크업을 고치는 진구와 김보경 |
|
| 감독의 지도를 받고 있는 김보경 |
|
당일 촬영이 없었던 김태우를 제외한 주연 배우들이 한자리에 모였다.시체를 두려워하는 유약한 심성의 ‘박정남’을 연기하는 진구와 동경유학파 출신다운 지성과 매혹적인 자태를 지닌 신여성 ‘김인영’을 연기하는 김보경, 그리고 유년 시절 사고로 다리를 저는 냉철한 천재의사 ‘이수인’을 연기하는 이동규까지,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의 <기담>과 달리 세 배우는 밝은 미소로 기자들의 질문에 화답했다. 한편, <기담>으로 처음 메가폰을 잡은 정가형제는 빡빡한 촬영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탓에 간단한 인사만을 남기고 사라져 그 정체(?)를 더욱 궁금하게 했다.
| 실제로는 사촌지간인 정가형제 감독 |
|
| 시체를 두려워하는 의대실습생 박정남 역을 맡은 진구 |
|
| 동경유학파 출신 여의사 김인영 역을 맡은 김보경 |
|
| 다리를 저는 천재의사 이수인 역을 맡은 이동규 |
|
1942년, 일제 치하의 암울한 시대속에서도 모던한 낭만이 피어나던 시절만큼이나 기이한 이야기, <기담>은 6월 초, 크랭크업을 위해 밤낮없이 막바지 촬영을 진행중이다. 그리고 후반작업이 끝나는 8월 초, <기담>에 담긴 기이한 사랑과 슬픈 공포를 관객앞에 털어놓을 예정이다.<기담>의 한 스텝과의 현장 돌발인터뷰.
촬영 스케줄이 빡빡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알고 있는데.
아침 일찍부터 밤까지 계속 촬영을 진행한다. 다행히도 8시간 취침은 보장받는다. 취침 시간을 제외하면 종일 촬영에 투자하는 셈이다.
세밀한 연출이 이뤄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
사실 중간에 감독의 요청으로 촬영 감독이 한번 바뀌었다. 카메라에 잡히는 배우들의 고개 각도까지 신경 쓸 정도로 디테일하게 촬영이 이뤄지고 있다. 덕분에 촬영 진행이 느린 편이다. 현재 39회 차 정도까지 촬영이 진행됐는데 잠정적인 크랭크업 날짜는 6월 10일이다. 그에 맞추기 위해서 빡빡한 촬영을 진행할 수 밖에 없다. 그 밖에도 추가 촬영이 진행될 수도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아무래도 더 시간이 지연될 수도 있다.
그렇다 보면 현장에서의 스텝들간의 신경이 날카로워져서 불화가 발생하진 않나?
종종 갈등이 생기는 순간도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나름대로 즐거운 분위기에서 촬영이 이어지고 있다. 촬영 스케줄은 빡빡하지만 스텝들의 기본적인 권리나 복지는 잘 이뤄지고 있다. 그런 면에서 불가피한 잡음은 잘 발생하지 않는 듯 하다. 배우들과 스텝들이 친숙하게 지낼 수 있는 것도 현장의 분위기가 즐겁게 이끌어지는데 한 몫을 하는 것 같다.
2007년 5월 19일 토요일 |
취재: 민용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