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영화에서 처음 만났다는 게 믿겨지지 않는 정우성과 전지현의 앙상블은 이성재의 출연으로 어긋난 삼각관계를 완성한다. 하루도 빼놓지 않고 데이지 꽃을 보내오는 남자를 기다리는 24살의 혜영(전지현)은 멀리서 자신을 바라보는 킬러 박의(정우성)의 시선을 느끼지 못하고 자신에게 다가온 인터폴 형사 정우(이성재)를 사랑하게 된다. 우연이 겹치는 순간마다 사랑은 더 단단해지고 킬러의 슬픔은 더해만 간다.
한 여자와 대립되는 두 남자의 사랑은 자칫 진부하게 끝날 수 있는 무덤을 안고 가지만 ‘숨겨진 사랑’이란 <데이지>의 꽃말처럼 사랑의 감정은 표현하지 못할수록 더 애절하게 다가오는 법. 목소리를 잃은 혜영과 그로 인해 사랑을 잃은 정우의 슬픔은 박의가 자신의 존재를 나타냄으로써 치유되는 듯 보인다.
자신이 기다리는 사람이 아니라고 말하지 못하는 정우의 진심은 그가 사랑의 본질을 이해하고 솔직해지려는 찰나 비극을 초래한다. 사랑을 가지려는 욕심으로 묵인해봤던 자신의 침묵은 사랑하는 여자에게 영원한 ‘침묵’을 하게 만들고 사랑에 소극적인 박의 에게는 ‘표현’이라는 아이러니를 관객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은유적으로 표현된 <데이지>란 제목은 숨겨진 '진심'이 상처받는 '진실'보다 얼마나 더 잔인할 수 있는지 알려주는 것 같다. 운하의 도시 암스테르담이 주는 물의 이미지는 기다림을 더하는 슬픈 이미지와 초원을 가로질러 흐르는 시냇물의 거친 물살은 사랑의 설렘을 그대로 담고 있다.
극중 ‘박의’를 표현 하기 위해 사랑이란 감정에 가장 단순하게 다가갔다고 말한 정우성의 고독한 킬러연기는 <똥개>이후 한결같았던 그의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것처럼 사실적이다. 곽재용감독의 뮤즈 전지현의 캐릭터 변신 또한 새롭다. 지극히 발랄하거나 또래 이상의 성숙한 연기에서 갈팡질팡하던 그녀의 고민은 이 작품을 계기로 확실히 끝난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이성재의 출연은 관객들께서 직접 평가하시리라 믿는다.
| | | | | - | 애당초 ‘킬러,경찰,그 사이에 청순한 미녀’의 도식은 뻔할 거란 생각을 가지신 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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