첸 카이거 감독을 비롯 주최쪽이 전한 뭔가 있는 듯 한 필의 저 문구!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정확히 그 의중을 알 순 없지만 어쨌든 나름, “음.......묵직한 메시지가 있나보구나?” 싶어 발길을 옮겼더랬다.
이후 영화 보는 내내 든 생각!
15분 경과!
본의 아니게 소떼와 레이스를 펼치며 발바닥에 땀나도록 무지막지하게 뛰댕기는 장동건의 안쓰럽고 민망한 모습
작품의 전체적인 맥락 차원에서 그럴 수 있지 뭐! 슬슬 뭔가 나오지 않겠어!
35분 경과!
인간을 연 마냥 매달고 <쿵푸 허슬> 주성치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다시금 허벌나게 앞만 보고 달려가는 장동건!
신경지에 오를 만한 초유의 시츄에이션이군, 그래! 피하지 못할 바에야 즐기자고! 이제부턴 뭔가 정말 나오겠지!
45분 경과!
질주하는 장면과 달리 무예 과시하는 장동건 신은 상대적으로 적은 <무극>
견자단 이연걸의 끝내주는 무술 하루 이틀 본 것도 아니고 장동건 마저 아크로바틱한 동작을 꼭 보여줄 필요는 없지! 암 그렇다마다! 그나저나 이쯤되면 뭔가 나올 때가 됐는데 말이야....
60분 경과
잊을 만하면 등장해 영화의 몰입을 방해하는 과도한 CG!
무협물이 요즘 중화권 영화의 대세이기도 하고 티 팍팍 나는 CG 역시 그 안에서 웬만하면 운용되니 뭐 이것도 눈감아 줄 수 있다 치자고. 슬슬 불안하기는 해도 아직 모든 걸 포기할 순 없잖아!
70분 경과!
몽환적 분위기와 맞물려 원색의 화려한 압도적 색채를 뽐내며 화면을 수놓은 기기묘묘한 비주얼! 그런데 당 영화 당최 뭐 하자는 플레이인지 갈수록 태산임.
과연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걸까? 비극적 운명의 사슬에 포박된 세 남녀의 가슴 먹먹 절절한 사랑이야기를 통해 뭔지는 모르겠지만 암튼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가 있을 텐데....도통 감이 안 와! 그래도 지금까지 기다렸는데 막판에 뭔가 제대로 한방 날려주겠지! 암 분명 그럴 거야!
100분 경과!
초지일관 요러한 분위기 지속되다 장중한 음악과 함께 크레딧 올라감!
음..........작지만 예리한 눈을 가졌다고 생각했는데, 대관절 이게 어찌된 일이란 말인가?
영화의 내용이 뭔지 전혀 감이 안 오니 여러 모로 심난하군. 피곤도 극에 달했고 말이야. 나가서 피로회복제와 강장제라도 먹어야 할 듯. 그러면서 내가 혹 놓친 게 있는 게 아닌지, 그럼 다시 한 번 영화를 봐야 되는 건 아닌지 함 생각해보자고.
거듭 헤아려봤지만 지금까지도 전전긍긍 좌불안석 긴가민가 오리무중이다. 모두에서 밝힌 첸 카이거 대인의 심오한 전언이 대략 난감하게 메아리칠 뿐 범인인 본 필자의 사고체계로서는 그가 품은 지극한 속내를 당최 알 길이 없으니 오뉴월에 헛방귀 나오듯 허망함이 요동칠 뿐이다.
대륙권의 그네들이 ‘판타지’에 열광하고, 정부가 전폭적으로 지원해 모든 기록을 갈아치우며 전례 없는 흥행사를 써 나가고 있고, 하늘하늘 긴 소매 나풀거리는 환상적 의상과 강렬한 원색의 향연 그리고 신비롭기 짝이 없는 이국적 정취 등이 서역의 그네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손 치더라도, 한국에서는 <무극>의 그러한 정서가 오롯이 관객의 마음에 꽂히기에는 기실 녹록치 않음이다.
결국, 장예모의 요즘 영화가 그렇듯 <무극> 역시 허장성세의 덫에 걸려 중요한 무언가를 놓치고 있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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