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주는 참 묘한 배우였다. 화려한 외모들로 넘치는 연예계 안에서도, 그녀는 그 화려함과는 조금 다른 눈부심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챘다. 이지적인 아름다움 속에 배어있는 왠지 모를 우울한 느낌은 보면 볼수록 마음을 파고드는 짙은 센티멘탈의 정서를 유발하곤 했다. 하지만 그건, 슬픔 때문에 방황하게 되는 절망적인 멜랑콜리같은 것이 아니라 희망을 갖고 노력하는 멜랑콜리에 닿아 있었다.
그녀의 비음섞인 여리여리한 목소리는 여성적인 느낌 자체면서도, 그 어떤 일이라도 영혼까지 달려들 듯한 강렬한 열정이 묻어있었다. 그녀가 죽음과 관계맺은 슬픈 캐릭터를 적잖게 맡았으면서도, 단순히 청순가련으로 묻혀지는 싫증나는 이미지에 갇히지 않았던 건, 그녀가 가진 그 독특한 불꽃성 때문이다.
긴 머리는 긴머리대로, 짧은 머리는 짧은 머리대로, 극중 역할에 따라 망설임없이 다양한 변화를 줬던 이은주는 얼핏 그 차분한 모습에선 어울리지 않을 것만 같은 밝고, 귀여운 모습으로 색다른 매력을 선사하기도 했다.
쉽게 지나칠 수 없는 맑고 깊은 눈빛으로,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오갔던 아름다운 배우, 이.은.주. 비록 그녀는 떠났지만, 그녀의 향기있는 영혼은 영원히 우리들 가슴에 남아있을 거다. 정말 좋아했노라고, 그녀의 다음 작품을 항상 기대했노라고, 개인적인 고백을 전하면서, 그녀의 필모그래피를 조용히 되새겨보고자 한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