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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원 <스카우트> 바라보다가 문득 말을 걸었다.
2007년 11월 20일 화요일 | 민용준 기자 이메일

오늘이 개봉일인데 기분은 어떤가?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아, 오늘 개봉일이네? 무섭다.’ 막 이랬었다. (웃음)

이전까지의 작품들과 다른 느낌이라도 있나?
내 전작의 어떤 배우나 감독님들 중 ‘우리는 잘될 거야. 우리는 몇만은 돌파해야지’ 이런 얘기를 하던 사람들이 없었다. 그런데 <스카우트> 팀은 흥행에 대해서 얘기를 많이 한다. ‘이건 몇 만 정도 갈 거야’ 이런 얘기도 하고. 그러다 보니까 저 사람들이 안 되면 어쩌려고 저런 얘기를 하나 싶더라. (웃음) 난 그런 분위기가 처음이라 낯설다.

하지만 출연작 중에서도 어느 정도 흥행성이 점쳐졌던 작품들이 있지 않았나?
그래도 그 전에 같이 했던 사람들 중 그런 말을 직접적으로 같이 나눈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근데 이 사람들은 왜 이러지? (웃음)

요즘에 질리게 듣는 이야기겠지만 나도 묻겠다. 야구 좋아하나?
맞다. 되게 많이 듣는다. 일단 잘 모르겠다. 경기 규칙과 야구는 볼 줄 아는데, 막 좋아해서 챙겨보진 않는다. 남자들이 굉장히 좋아하는 만큼 정도는 아닌 거 같다.

개인적으로 양준혁 씨와 많이 친하다고 들었다.
많이 친하진 않은데. (웃음)

시구라도 하러 갔다가 친해졌나?
그건 아니고, 양준혁씨가 대구 분이고, 나도 대구 사람이다 보니까 그래서 인연이 닿았다..

사실 내가 과거에 선동열, 이종범 광팬이었다. 두 분이 일본 진출하기 전까지만 해도 야구 경기 다 챙겨봤었다.
어디로 가셨더라? 주니치였나?

생각보다 잘 아는 편이다.
그런 기본적인 건 안다. (웃음)

<스카우트>덕분에 옛날 생각이 많이 났다. 혹시 <스카우트> 이전에 광주에 가본 적 있나?
예전에 <똥개>찍었을 당시 곽경택 감독님과 같이 광주영화제에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 때 처음으로 갔었다.

<스카우트>촬영으로 오랜만에 다시 찾으니 어떻던가?
이번에 <스카우트> 땐 세트 장에서만 촬영하고 숙소 주변에서만 머물러서 잘 몰랐다. 맨 처음에 갔을 때는 음식이 너무 맛있어서 너무 좋았다. (웃음) 나에게 광주의 첫인상을 말하라고 한다면 음식이 너무 맛있었다는 거다.

그런데 사투리를 어찌나 잘 쓰던지.
아, 나 잘했나?

사투리도 사투리지만 그보다도 그 어정쩡한 표준어가 더욱 그럴 듯 했다.
(박수를 치면서)응~~! 그거! (웃음))

너무 유연하더라. 연습 좀 했을 것 같던데.
경상도 사람들은 서울에 와서도 그냥 경상도 사투리를 계속 쓰는 사람들이 많지만 광주나 전라도 사람들은 말씨가 완전히 달라져서 출신이 어딘지 알 수 없게 되는 경우가 정말 많더라. 예를 들면 김현석 감독님도 그렇고, 박철민 선배님도 그렇고. 세영이 같은 경우도 광주에서 왔다는 걸 티 안내고 싶어하고, 빨리 적응하고 싶어했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사실 서울에서 오래 살지 않은 이상, 빨리 적응하고 싶어도 쉽게 되는 건 아니니까 흉내를 내는 거에 불과했겠지. 그렇게 어색하게 표준어를 쓰다가도 본래 사투리가 드러나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런 걸 혼자서 익혔을 리는 없고, 전라도 사투리에 능한 누군가가 도와줬을 것 같은데.
우리 매니저가 전라도 출신이다. 그래서 도움을 많이 받았지. 그랑께요~, 그랑께요~, 이게 맞아? 막 이러면서, (웃음) 저는~요, 이게 맞아? 아니면 저~는요, 이게 맞아? 이런 미묘한 것까지 하나하나 다 물어봤다.

<스카우트>에서도 노래를 부르더라. <극장전>에서도 했었는데, 솔직히 잘하는 편은 아니다.
잘 하지! (웃음) 왜~? 나는 나름대로 잘 한다고 생각하고 부른 건데.

그래도 박치는 아니더라. 고음 처리가 불안할 뿐. (웃음) 최근 박선주 씨한테 보컬 트레이닝도 받았다고 들었다.
그냥 내가 샤우팅이 잘 안 되는 거 같아서, 물론 연기할 때 그런 캐릭터를 아직 한번도 못 해봐서 그럴 수도 있지만 내 스스로가 큰 소리를 낸다는 게 잘 안될 것 같다는 막연한 부담감이 있었다. 사실 사람이 살면서 소리지를 일은 거의 없다, 정말 화가 나도. 하지만 배우라면 어찌됐건 앞으로 그런 게 필요하게 될지도 모르는데, 샤우팅하는 게 부족하다는 생각을 했거든. 물론 노래 때문에 그런 걸 하게 된 건 아니고. 질러보려면 많이 질러봐야 잘 하게 되니까 그랬던 거 같다.

말할 때 비음이 많이 나온다. 덕분에 유약하고 섬세한 인상을 준다. 게다가 소리를 지를 때는 마치 울먹이는 느낌도 나더라. 마치 유리 같은 이미지랄까.
어차피 영화 속에서 보여준 캐릭터를 통해서 배우들의 이미지는 유추되는 거니까. 분명히 내가 연기한 캐릭터들인 만큼 맞는 부분들도 있겠지만 내가 연기한 캐릭터들은 앞으로 내가 하게 될 것에 대비시킨다면 정말 단면적인 캐릭터만 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냥 엄지원이 갖고 있는 10개 중에서 3개 정도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 그런 평들에 대해서도 별로 괘념치는 않는 거 같다. 오히려 난 원래 일상에서는 기운이 좀 있고, 평상시 말투는 애 같은 편이다. (웃음) 그런데 평상시에도 막 정확하게 발음하려 하면 힘든 것 같다. 그래서 일이 아닌 평상시에는 그냥 편한 대로 말하는 편이다.

처음엔 <스카우트> 출연을 고사했었다고 들었다.
그 때는 시나리오상의 세영이 굉장히 단면적이고, 그렇게 비중도 많지 않았다. 꼭 그런 거 보내주고서 배우한테 잘 해달라 그러더라. (웃음) 처음부터 보여줄 게 많은 걸 써서 보여달라고 하면 하겠는데 써놓은 것도 없으면서 왜 자꾸 내가 스스로 해야 되는 것만 많은 책을 왜 자꾸 보내? 이런 생각이 들어서 안 하려고 했었다.

시나리오가 맘에 안 들어서?
세영 자체만 그랬다. 시나리오 자체는 너무 재미있게 읽었는데 세영이가 좀 맘에 안 들어서 안 한다고 했었다. 그러다 내가 꿈을 꿨는데 영화가 너무 잘 되는 꿈을 꿔서 사양했던 세영이를 다시 생각해보기로 했다. 김현석 감독님을 처음 만났을 때도 지금과 비슷한 불만을 거침없이 토로했었다. (웃음)

현장 분위기가 재미있었을 것 같다.
너무 좋았다!

난 비광시 때 완전 자지러졌었다. (웃음)
김현석 감독님께서 현장에서 직접 쓰셨지. 그 때 거의 다들 쓰러졌었다. 그 전엔 시나리오상에 ‘비광’이라고 대충 있었는데 구체적인 내용은 추후에 쓰겠다고 하셔서 우리도 실질적인 내용은 본 촬영 때 감독님께서 쓰신 뒤에야 알게 됐다. 그렇게 재미있는 일들이 영화 촬영 동안 참 많았다.

노래까지 부르자는 아이디어는 누가?
감독님. 술 먹다가 우리 노래해요, 막 이래서. (웃음)

의외로 임창정 씨가 빠졌더라. 가수 경력이 있는 사람이 빠지다니 의외다.
그게 아무래도 곤태(박철민)의 비광시이고, 가사 자체가 호창(임창정)의 얘기는 아니니까. 이제 시 자체가 너무 재미있어서 노래로 만들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창정 오빠가 부를 수는 없고, 박철민 선배는 노래를 자기는 너무 하고 싶지만 노래를 너무 못해서 못하겠다고 하셨는데 감독님이 그럼 내가 노래할게, 형은 랩해, 지원씨가 코러스하면 되잖아, 그렇게 된 거지. 정확히 말하면 권태를 위해서 우리가 다같이 만든 테마송이다. (웃음)

그런데 권태처럼 여자에게 헌신을 다하는 비광같은 남자야말로 진정 여자에게 좋은 남자 아닐까?
그건 그 남자에게 너무 슬픈 거 같다. 사실 그렇게 따지면 여자는 늘 도움을 받아서 잘 해주지만 사랑하지는 않는 거니까. 그렇지만 그 남자는 여자가 잘 해주는 것 때문에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걸 알면서도 떠나지 못하는 거잖아. 잘해주는 기쁨이라도 얻으려고. 남자 입장에서는 순애보적일지 몰라도, 여자로서 봤을 때는 불쌍한 거 같아. 안타깝지.

결혼 생각은 아직 없나?
없다.

배우로서의 욕심 때문에?
꼭 그런 건 아닌데, 결혼은 별로 (잠시 생각하다가) 그다지 하고 싶다는 생각해 본적은 없는 거 같아요.

이상형을 아직 못 만난 탓일까?
그런가 보다. (웃음)

세영은 순수한 여자다. 그리고 그런 순수함이 사회적인 불합리에 저항하는 에너지의 기반이 돼서 결국 운동권이란 행동으로 보여주는 여자다. 세영이란 캐릭터에 대해 어떻게 이해했나?
감독님께서 저에게 연기적으로 이래라 저래라 말씀하신 건 거의 없지만 딱 한마디 하신 건 운동권 학생이라고 너무 운동권 학생처럼 연기하지만 않았으면 좋겠다는 거였다. 원래 세영이가 시나리오 자체엔 대사도 거의 없기 때문에 대부분 현장에서 해나가야 되는 캐릭터라서 그런 부탁을 한 거 같다. 어떻게 보면 진취적이고 적극적인 여성이기 때문에 그런 면을 세게 표현할 수도 있을 테니까, 그 부분에 대해서 감독님께서 말씀하셨는데 나도 세영이가 그런 의미의 강함보다 순수함과 연약함의 의미로 강한 것이 영화적 의미가 맞겠다고 생각했다. 어쨌건 간에 세영이가 10년이 지난 뒤에 좀 까칠해지긴 했지만 본질적으로 사람은 쉽게 변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연기하고 싶었던 대학 시절의 세영이는 좀 더 귀엽고 사랑스러운 여자였거든. 사람은 쉽게 본질이 변하지 않으니까, 그런 백치 같은 구석도 좀 남아있으면서 정신이 살아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그렇게 넘어가게 된 것 같다.

그런 발랄한 캐릭터는 <똥개>이후로 처음이고, 닭살 커플 연기도 처음이었다.
재미있었다. 너무 잘 어울리지 않았나? (웃음) 너무 잘 맞는 거 같아, 나랑.

그 동안의 연기를 염두에 두자면 본인에게도 색다른 느낌이 아니었을까 싶다.
대중은 날 잘 모르지만 나는 날 안다. 사실 그런 연기가 내겐 자신 있는 편이다. 그래서 오히려 아무렇지 않게 잘 할 수 있는 연기였던 거 같아서 별 생각 없이 쉽게 했던 거 같다. 다만 말한 것처럼 전작들의 이미지로 기억되는 엄지원이란 배우가 저런 연기를 하면서 스스로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될 지도 모르지. 사실 난 아무렇지도 않은데.

어쩌면 김현석 감독이 그런 계기를 마련해준 셈 아닐까?
(정색하며)어! 그건 아닌 거 같아! (웃음) 물론 그럴 수도 있지만 전작들의 연기들이 내가 배우로서 가져야 할 어떤 조건들을 충족시켜줬다고 생각한다. 배우로서 지녀야 할 깊이를 비롯한 여러 가지 요소들, 그런 것들이 내 스스로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전작들을 선택하게 된 것 같다. <스카우트>같은 연기에 대해서는 스스로 자신이 있었고 언제든지 할 수가 있다고 생각하니까 안 했던 거뿐이지. 하지만 사람들은 순차적으로 보는 거니까 할 수 있는데 안 한 건지, 못한 건지 잘 모를 뿐이다. 김현석 감독님도 사실 나를 실제로 만나보곤 너무 깜짝 놀랐다고 하더라, 성격 때문에. 그랬으니 감독님도 아마 내가 그걸 잘할 줄 모르고 캐스팅 하신 거겠지? (웃음)

그 말대로라면 스스로에게 자신 없는 연기부터 먼저 밟아나간 셈이다.
물론 <똥개>는 자신 있었지만, <주홍글씨>같은 경우는 정말 자신 없었다. 정말 스스로도 진짜 답답하게 느껴질 정도의 연기였으니까, 그런 면에서 자신이 없었던 거 같다. <극장전>은 정말 기회가 좋아서 한번 해보고 싶었던 거 같고, 내가 갖고 있는 이미지와 전혀 다른 지점에 있는 작품인 거 같다. 그리고 나서 만약 <가을로>를 선택하지 않고 좀 더 빨리 <스카우트>같은 작품을 했다면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을 수도 있는데 비슷한 이미지의 캐릭터를 계속 맡아서 그렇게 보이는 면이 강한 것 같다.

연민을 부르는 캐릭터가 많았다. 그래서 영화마다 한번 이상씩은 우는 씬이 끼어있는 것 같더라. 평소에도 원래 눈물이 많은 편인가?
평소에도 잘 우는 편이다. 영화 속 눈물 연기도 정말 슬픈 감정이 전해져서 우는 건데, 사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안 슬프면 어떡해야 할까라는 스트레스가 있다. 어떤 감정들은 내가 생각하는 것과 달라서 나에겐 안 슬플 수도 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똑 같은 코드로 눈물을 흘리는 건 아니니까. 그래서 그 인물이 직접 되기 전까지는 대본을 보면서도 울어야 되는 장면이 있으면 이거 할 때 안 슬프면 어떡해야 할까라는 스트레스가 있다. 물론 가짜로 울 수도 있겠지만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니니까.

그런데 실제로 본인은 대학 시절에 어떤 사람이었을까?
지금이랑 똑 같은 성격이었다. 내가 중학교, 고등학교 때 썼던 일기장을 <극장전>하던 시기에 어쩌다가 한 번 쭉 보게 됐는데, 그 때 나도 되게 깜짝 놀랐었다. 지금이랑 성격이 똑같고 생각하는 것도 되게 비슷했더라. 그래서 깜짝 놀랐었다. 이제 또 그 시기에 비해서 시간이 다시 흘렀지만 생각해보면 인간의 본질은 크게 변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가정과 사회 생활을 겪고 세상을 살면서 좀 더 성숙해지거나 깊어지는 건 있지만 기본적으로 갖고 있던 어떤 특성 자체는 변하지 않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한다. 결국 대학시절도 마찬가지다.

그런 점에 있어서는 세영과도 비슷한 것 같다. 본질적으로 변하지 않는 캐릭터니까.
비슷한 거 같다. 그래서인지 세영이 좀 연기하기가 굉장히 쉬웠나 보다. 너무 쉽게 촬영했으니까.

그럼 가장 힘들게 연기했다고 생각되는 캐릭터가 있나?
캐릭터에서 오는 무게감 때문인지 모르지만 그냥 캐릭터에 시달림을 받았던 건 <주홍글씨>와 <가을로>였던 거 같다. 스스로는 그저 캐릭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가을로>같은 경우는 그래도 여행하는 기분이라 즐거웠을 것 같은데.
초반에는 그랬지만 나중에는 점점 길어지면서 고통스러웠다. (웃음)
어떤 점에서?
한겨울에도 많이 찍었는데 사실 너무 추웠다. 막 칼바람을 맞으면서 가을인 것처럼 연기를 해야 되고, 그렇게 계절씬이 좀 길어지면서 힘들었던 거 같다. 그런데 오히려 요즘에 가을이 아름답게 느껴진다고 많이 생각하게 되더라. 아마도 <가을로> 촬영할 때는 가을의 풍광들에 대해서 많이 못 느끼고 무심히 지나갔었는데 이제서야 눈이 트인 걸 발견하게 된 거다. 그래서 지금 이 가을에 많이 느끼고 깨닫게 되는 거 같다. 결국 요즘 그 영화가 나에게 이런 선물을 주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임창정 씨나 박철민 씨처럼 개그 캐릭터에 능한 배우들과 함께 호흡을 맞춘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나?
그냥 재미있었다. 뭔가 풀어져있는 사람들과 연기하는 게. 물론 그렇다고 내가 풀어져있지 않은 사람이라는 게 아니라, 배우에게도 취향이라는 게 있으니까. 솔직히 내가 그런 연기 스타일에 호감을 보이는 취향은 아닌 거 같다. 그러니까 영화를 좋아하는 거나, 보는 거나, 해석하는 거나. 그런 면에서 여러 가지로 신선한 경험이었던 것 같아서 재미있었다.

아니면 혹시 5.18을 소재로 한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나? <화려한 휴가>처럼 직접적인 건 아니지만 <스카우트>도 5.18에 관련된 이야기라는 건 사실이다. 게다가 민감한 대사들도 있었고.
전혀 없었다. 내 생각엔 <화려한 휴가>가 그 시대의 소용돌이에 휩쓸린 소시민들의 이야기라면 <스카우트>는 그런 시대상 속에 평범하게 살고 있던 사람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세상은 그렇게 변하고 있지만 우리는 모르고 살고 있는 사람들에 불과하다. 그래서 감독님도 그냥 그렇게 주문하셨고, 그래서 오히려 그런 부담 같은 게 없었던 거 같다. 그렇기 때문에 나중에 영화에서 이렇게 됐다는 게 밝혀졌을 때 더 울림이 있는 거 같다. 작정하고 하는 것보단 그랬는데 이렇더라는 게 더 깊이 있게 다가올 수 있는 것도 그런 지점들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그 땐 광주사람들조차 선동열이 누구냐고 하는 시절이었다. 이는 그들이 불과 며칠 뒤, 5.18이라는 무시무시한 참극을 맞이할 것이란 예감조차 못했다는 점에서 비슷한 아이러니가 느껴진다. 그런데 세영이 호창에게 종종 광주를 떠나라고 재촉한 건 그런 예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세영은 그 상황을 이미 직감하고 있었던 인물이다.
세영 자체는 영화 속에서 그런 걸 예감하고 가장 먼저 발 빠르게 행동하는 인물인 건 사실이다. 왜냐면 어쨌던 간에 전쟁으로 치면 최전방이랄까. 가장 가깝게 정보를 접하는 인물이기 때문에 알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 그리고 일반 사람들은 호창처럼 전혀 모르는 게 맞는 거라고 생각하고. 사실 내가 그 시절을 직접 겪었던 사람은 아니기 때문에 다큐멘터리라던가 그런 걸 많이 찾아봤다. 그렇지만 어떤 개인적인 느낌 같은 걸 연기에 많이 반영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연기에 임했다.

개인적으로 <스카우트>에서 가장 맘에 드는 장면을 꼽는다면?
과거 회상 장면에서 다시 현재로 넘어오는 씬. YMCA 사무실에 세영과 호창이 따로따로 앉아서 적막함이 흐르던 그 장면이 개인적으로 너무 좋았다.

취조실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호창과 주고 받는 대사 뒤에 순간적으로 세영이 머금던 미소가 아이러니했다. 그 안타까운 상황 속에서도 서로의 속마음을 교감하고 있음이 느껴졌다.
그 상황의 대사는 현장에서 김현석 감독님께서 갑자기 만들어 주신 거다. 원래 창정 오빠가 나한테 하는 대사도, 내가 창정 오빠한테 하는 대사도 시나리오에 없었고 호창이가 선동열을 스카우트하러 서울에서 왔다는 게 밝혀지면 그냥 취조실을 나가고, 세영이만 남겨지는 거였다. 그런데 김현석 감독님이 이런 대사를 해보는 게 어떨까라고 창정 오빠한테 제안했고, 창정 오빠가 그럼 세영이한테 한마디 하면 세영이도 한마디 해야 되는 거 아니냐고 해서 결국 나도 그렇게 대사를 하자고 동의했고 그렇게 현장에서 추가된 부분이다. 그냥 난 그 상황에서 서로에게 아직 마음이 남아있음을 전달하는 최고의 방법이었다고 생각된다. 그래서 그 장면도 되게 좋아한다. (웃음)

평소에 외출은 자주 하시는 편인가?
외출?

<극장전>처럼 길에서 알아보는 사람들을 만났을 때 어떨까 궁금했다.
그냥 혼자 잘 다니고, 알아보는 사람들 있으면 반갑게 인사하고 그런다. 그런 부분은 영실이와 비슷한 거 같다. (웃음)

영화에서 촬영했던 장소를 다시 가본 적 있나?
의도해서 찾아가진 않지만 어쩌다가 지나가게 될 때는 기분이 남다르지.

배우는 게 많다던데, 욕심이 많은 거 같다.
기본적으로 무의미한 시간에 투자하는 거다. 사실 배우들이 촬영을 안 할 때는 시간이 많다. 그런데 바쁠 때는 또 너무 바쁘기 때문에 뭔가 시간적인 여유가 있을 때 사람으로서 뭔가 발전적인 욕망이 커지는 거 같다. 그래서 그냥 하나씩 하게 되는 거 같다.

최근에 우정출연이나 특별출연도 많이 하고 있다. 특별한 이유라도?
굳이 안 해야 할 이유가 없으니까. (웃음)

어떻게 보면 배우로서 발을 넓히기 위한 어떤 전략 때문은 아닐까?
(고개를 흔들면서) 에이~! <기담>은 제작자이신 도로시 장소정 대표님이 저랑 너무나 친한 언니 사이고, 창립 작품이라서 제가 기꺼이 참여한 거고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같은 경우는 워낙 화제작이고 내가 참여해서 나쁠 이유가 전혀 없는 작품이지 않나. 특별 출연이라 씬이 별로 없지만 김지운 감독님께서 부탁하시고 특별히 거절할 이유도 없으니까 하게 된 거다.

선동열이나 이종범은 야구팬에겐 전설 같은 존재다. 배우로서 본인에게도 그런 전설 같은 존재가 있다면?
많지. (웃음) 한국에서는 이미숙 선배님 좋아하고, 이자벨 위페르도 좋아한다. 역할 모델 롤이 된다고 생각하는 배우는 꽤 있는 거 같아요. 메릴 스트립도 좋아하고. 사람들이 잘 모르지만 케이트 블란쳇도 좋아한다. 가끔씩 좋아한다고 말하는데 모르면 속상하더라. (웃음)

본인은 배우로서 혹은 인생에서 몇회정도 왔다고 생각하나?
3회~!

왜 3회인가?
일단 시작은 했으니까 1회는 아니고, 그냥 스스로 생각할 때 아직 크게 만족할만한 정도에 다다르지 못했다고 생각하니까 5회는 아닌 것 같고, 말년도 아니니까 8~9회는 더 아니고, 3회 정도 되지 않을까? (웃음)

그럼 공격 중? 수비 중?
수비할건 없는 거 같은데. (웃음)

2007년 11월 20일 화요일 | 글: 민용준 기자(무비스트)
사진: 윤장렬(Paper Chase Studio)

29 )
h6e2k
잘읽엇어여~   
2010-01-31 03:03
pretto
좋은 작품 기대할게요~^^   
2010-01-28 13:00
ldk209
80년 광주항쟁 발발 직전의 광주....   
2008-02-08 12:52
lover8501
더이상안되나   
2008-02-06 14:16
rcy09
이뻐요   
2008-02-06 01:23
pes125
이쁘다.   
2008-01-27 06:45
rudesunny
여자다운 여자   
2008-01-14 13:20
ewann
좋아요   
2008-01-11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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