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 박은영 기자]
봉준호 감독의 4년 만의 신작 <옥자> 기자 간담회가 2017년 5월 15일 오후 2시 포시즌스 호텔 서울에서 열렸다. 이날 간담회에는 감독 봉준호, 각본가 존 론슨, 넷플릭스 콘텐츠 최고 책임자 테드 사란도스, 프로듀서 최두호, 서우식, 김태완, 플랜B프로듀서 제레미 클라이너, NEW 총괄대표 김우택이 참석했다.
강원도 산골 소녀 ‘미자’(안서현 분)가 가족같이 지내던 거대 동물 ‘옥자’가 갑자기 납치당하자 그를 구출하는 여정을 담은 복합 장르인 <옥자>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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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간담회에 참석한 관계자들과의 상세한 일문 일답!
Q. 영화 <옥자>에 대해 간략히 소개한다면.
A, 봉준호 감독( 이하 봉)‘옥자’ 는 돼지와 하마를 합친듯한 거대 동물이다. 영화는 옥자와 소녀의 사랑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러브스토리는 으레 항상 방해물이 등장하지 않나. 방해물들을 헤쳐나가는 과정에 많은 풍자를 담고 있다.
Q. <옥자> 공개 방식 때문에 넷플릭스와 협업을 결정함에 망설임은 없었는지.
A. 봉 넷플릭스 덕분에 <옥자>를 촬영할 수 있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옥자> 같은 영화는 영화의 규모와 예산 혹은 독창적 내용으로 제작사들이 망설일 수 있는데 넷플릭스는 두 요소 모두 망설임이 없었다.
Q. 봉준호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는지/ 함께 작업하게 된 경위는.
A. 테드 사란도스(이하 테드) 지금까지 내 커리어 혹은 넷플릭스 역사상 가장 흥미로운 작업이었다. 플랜B의 프로듀서인 제레미가 먼저 얘기해서 함께 작업하게 됐다. 사실 이전부터 봉준호 감독의 팬이었고 그를 영화의 장인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함께 작업하는 게 너무 영광이었다. 봉준호 감독이 있기에 이 세상이 좀더 나아지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A. 제레미 클라이너(이하 제레미) 테드가 말했듯 봉준호 감독은 영화업계의 위대한 아티스트라 생각한다. 그를 오래전부터 흠모하고 스토커 수준으로 좋아해 왔다. 너무나 운이 좋게도 <옥자> 대본을 볼 수 있었는데 놀람 그 자체였다. 어린이와 성인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세계였다. 무엇보다 독창적인 존재를 만드는 게 좋았다. 당시 넷플릭스와 함께 <워 머신>을 제작하고 있던 중이었고 글로벌한 영화를 제작한다는 점이 도전으로 다가왔다.
Q. 넷플릭스의 한국시장 확장을 위해 <옥자>를 제작했는지
A. 테드 당연히 한국시장이 커졌으면 좋겠지만, 그게 <옥자>의 제작 이유는 아니다. <옥자>가 단지 너무 뛰어났기 때문이다. 한국적이면서도 글로벌한 작품이고, 봉준호 감독은 국가를 넘어 독창적인 세계를 창조하는 사람이다.
A. 제레미 <옥자>는 플랜B가 해왔던 작업의 연장선에 있다. 우리는 개인 아티스트의 목소리를 그대로 반영하는 것을 추구한다. 브래드 피트도 <옥자>를 재미있게 봤고 아주 만족스러워 했다.
Q. 넷플릭스와의 작업 과정에 대해 말해달라.
A. 서우식 넷플릭스와 함께 한 것은 결과적으로 아주 잘 한 일이었다. 그들은 영화에 아주 열정적으로 참여했다. 물론 이견이 있었지만 그 이유는 오로지 영화의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서였다. 나 또한 봉준호 감독의 큰 그림에 최대한 협력했다.
A. 김태완 첫 미팅이 아주 명쾌하게 진행됐던 게 기억에 남는다.
A. 최두호 “<설국열차>의 경우는 CJ가 투자를 했기에 제작하는 과정은 아무 문제 없이 봉감독의 콘트롤 하에서 작업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해외 배급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그래서 그가 <옥자>를 제작한다고 해서 여러 가지 파트너쉽을 고려했고, 제작에 있어서는 봉감독이 전적으로 콘트롤 하기로 했다. 그에게 전권을 준 테드와 제레미에게 감사하다.
Q. <옥자> 공개 방법에 대해서도 말해달라.
A. 테드 미국 기준 6월 28일 <옥자>는 넷플릭스를 통해 190여개 국에 다양한 언어와 자막으로 서비스 될 예정이다. 한국에서는 6월 29일에 넷플릭스 스트리밍과 동시에 NEW가 극장 배급을 한다. 이는 아주 획기적인 계획이라 생각한다.
A. 김우택 (이하 김) 6월 29일 넷플릭스 서비스와 동시에 극장 개봉한다. 상영 기간은 제한을 두지 않고 무제한으로 하기로 결정했다.
Q. 칸국제영화제에서 프랑스내 극장 상영을 조율했지만 실패했고 이에 칸영화제가 세계의 영화 흐름을 받아들이지 않고 고지식하다는 평이 한편에선 있다. 또, 칸이 경쟁부문 초청작은 프랑스내 상영작에 한한다는 규칙을 새로 만들기도 했다.
A. 테드 넷플릭스는 <옥자> 제작에 굉장히 자부심을 갖고 있다. 칸국제영화제는 항상 뛰어난 작품을 초대해왔다. 칸국제영화제는 한편으론 예술 영화제라 사실 변화하는 게 쉽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옥자>와 봉준호 감독을 초청해 준 칸국제영화제에 감사한다. 넷플릭스는 앞으로도 뛰어난 작품을 계속 제작할 거다. 관객들 혹은 페스티벌 방식도 점차 변하지 않을까 기대한다.
Q. 감독으로서 <옥자> 공개 방식에 불만은 없는지.
A. 봉 처음부터 넷플릭스와 최소 미국, 영국, 한국에 한해서는 극장 개봉을 하기로 협의를 했다. 그렇기에 더욱 안심하고 시작할 수 있었다. 영화가 어떻게 유통되고 배급되느냐도 중요하지만 연출자이자 작가인 내 입장에서는 창작의 자유가 더 중요하다. 이정도 규모의 영화를 감독에게 전권을 주는 경우는 할리우드에서도 스필버그 감독, 스콜세지 감독 등 거의 신(神) 급 감독만이 가능하다. 그렇기에 내가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Q. 칸국제영화제의 입장에 대한 생각은.
A. 봉 앞으로 스트리밍이나 극장 상영, 이 두 가지가 공존하게 되리라 본다. 다만 어떻게 아름답게 공존하느냐의 문제다. 우리가 영화를 보는 형태는 여러 가지이고 영화를 보는 편안한 방법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결국은 아름답게 풀어나가지 않을까 한다. 며칠 전 옛 프랑스 영화를 다시 보니 극 중 “영화는 이제 끝났어, 왜 TV가 나와서“ 이런 대사도 있더라.
A. 테드 넷플릭스는 극장 개봉을 반대하는 것이 전혀 아니다. 단지 스트리밍과 극장 상영을 동시에 하려는 것뿐이다. 물론 극장 입장은 다를 수 있다. 나도 극장에 자주 간다. 중요한 건 영화를 사랑하는 마음이고 다양하게 영화를 볼 수 있는 환경이 돼야 한다는 거다.
Q. 사운드와 영상 등 디테일한 연출로 유명한 당신 입장에서 넷플릭스를 통한 공개에 장단점이 있다면.
A. 봉 극장에서 상영될 것을 전제로 평소처럼 촬영했다. 큰 스크린에서 아름다운 영화가 작은 화면에서도 아름다울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오직 어떻게 영화적으로 아름다울 것인가에 초점을 맞췄다. 영화는 처음에는 극장 스크린을 통해 상영되다가 그 후에는 블루레이나 TV, 기내 등 다양한 방법으로 소비된다. 공개 방법이 달라도 영화의 수명 사이클은 비슷하다고 본다. 영화의 긴 수명이라는 점에서 본다면 넷플릭스의 영화 서비스 방식이 오히려 더 좋지 않을까 한다. 왜냐하면 기내, TV 등에서 서비스 하다 보면 화면이 짤린다든가, 밑에 광고 자막이 뜬다든가 하는 경우가 있다. 개인적으로 TV에서 방영되던 내가 만든 영화 밑으로 다른 프로 광고 자막이 흘렀던 아픈 기억이 있다.(웃음) 넷플릭스 방식이 디지털 아카이빙 측면에선 우월하다고 본다.
Q. 필름으로 촬영하지 않은 이유는.
A. 봉 <옥자>를 35mm 필름으로 촬영하고 싶었으나 한국에서 마지막 남은 필름 현상소가 상업 영화 2시간 분량의 작업을 감당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래서 디지털로 촬영하되 필름보다 더 필름 같은 카메라가 있다고 해서 그걸로 작업했다. 바로 디카프리오 주연의 <레버넌트:죽음에서도 돌아온 자>에서도 사용한 디지털 버전의 알렉사 65 카메라다.
Q. 캐스팅에 관해 말한다면.
A. 봉 ‘틸다 스윈턴’은 <설국열차> 작업하면서 너무 친해졌다. 당시 <옥자> 스케치를 보여주니 재미있겠다고 하더라. 그녀는 실제로 동물을 많이 키우고 동물에 대한 사랑이 큰 사람이다. 그녀의 경우 단순히 배우로 출연한 것이 아니라 공동 작업자 혹은 창작의 동반자라고 봐야 한다. 실제 자막에서 Co-Producer 로 소개된다. ‘제이크 질렌할’의 경우는 시나리오 앞서 컨셉 그림을 먼저 보여줬는데 아주 마음에 들어 했었다.
Q. 넷플릭스 작품 중 재미있게 본 작품은.
A. 봉 주로 영화 위주로 본다. 스탠리 큐브릭의 작품이 대부분 올라와 있어 다시 봐서 좋았다. 또, 박정범 감독의 <산다>를 놓쳐서 아쉬웠는데 넷플릭스에 올라와 있어 반가웠다. 다큐멘터리 <얼스>도 영상이 충격적으로 아름다웠던 기억이 난다.
Q. 앞으로 <넷플릭스>에서 준비하고 있는 한국과의 협업이 있다면.
A. 테드 현재 기획 중인 작품은 <좋아하면 울리는>과 <킹덤>이다. 드라마보다 훨씬 규모가 큰 영화적 스케일로 제작할 예정이다. 이외 다른 오리지널 영화 제작도 큰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고 더 나은 작품을 발굴하려 노력하고 있다.
Q. 칸국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에 대한 소감.
A. 봉 경쟁부문에 선정되니 왠지 진짜 경쟁을 해야 할 것은 흥분감과 부담감이 든다. 사실 영화라는 게 어떻게 경쟁이 가능하겠나. 저마다의 아름다움이 있는 것인데! <옥자>가 트랙에 올라선 경주마처럼 레이스를 펼치는 건 아니다.
Q. 홍상수 감독의 <그 후>와 칸국제영화제에서 선의의 경쟁을 펼치게 됐다.
A. 봉 홍상수 감독의 오랜 팬이다. 창작의 에너지가 대단하신 분이고 요즘엔 더 앞서 나가고 계신 듯하다. 빨리 작품을 보고 싶다.
Q. 박찬욱 감독이 심사위원이다.
A. 봉 흔히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하지만 그는 대단히 공명정대한 사람이다. 또 취향 역시 확고하시다. 내가 심사위원으로 심사해 본 결과 인종이나 국가는 중요하지 않다. 오로지 섬세하고 예민하게, 혹은 순진무구하게 영화를 보며 밤새 토론하며 심사한다. 박감독님도 그럴 것이라 본다. <옥자> 가 수상할지는 확신 못하지만, 심사에 지친 심사위원들에게 즐거운 2시간을 선사할 것이라 본다.
Q. 영화 제작 전권을 위임 받았음에도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
A. 봉 질문에 답이 있다. 100% 내 책임하에서 이루어진 작업이라 다른 사람 혹은 환경 탓을 할 수 없는 거 말이다.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모두 하게 해줬고 그 누구도 막은 사람이 없다. 그러니 영화의 티나 흠은 모두 내 몫이다. 나를 탓해 달라.(웃음)
Q. 관객들이 <옥자>를 어떻게 봤으면 하는지.
A. 봉 <옥자>에는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칸에서는 정치적인 영화라 소개하더라. 나로서는 대상이 동물이긴 하지만 처음으로 만든 사랑 영화인데 말이다. 동물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이 있다. 가족으로 친구로, 혹은 먹을 거리로. 그게 우리 일상의 모습이고 동물과 동시대를 공존하며 살아가는 현재의 모습이다. 인간과 동물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한다.
A.테드 반려 동물들도 넷플릭스를 통해 집에서 함께 <옥자>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웃음)
Q.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테드 넷플릭스 때문에 극장 시스템이 와해된다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영화 산업의 파이가 더 커질 것이고 그로써 모두가 더 혜택을 볼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다양한 선택권이 생기니까 말이다. 좋은 스토리텔러를 발굴해 전세계에 소개하는 것! 그것이 넷플릭스의 지향점이다. 며칠 후면 이 작품을 칸에서 볼 수 있다. 넷플릭스 최초이고 거기다 봉준호 감독과 함께해서 영광이다. 6주후 공개되는데 영화 배급에 새로운 바람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옥자>의 뛰어난 작품성이다.
A. 봉 빨리 영화가 공개돼서 영화 내적인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 외적 요소보다 더 폭발적인 논의가 있을 거라 예상된다.
A. 제레미 모든 파트너들에게 감사한다. 이 영화를 촬영하면서 거의 한국에 살다시피하며 멋진 시간을 보냈다. <옥자>는 정말 독창적인 영화로 특정 카테고리로 분류하기 힘든 데 그것이 <옥자>의 강점이고 매력이다. 더불어 NEW와 손 잡고 배급하게 된 것에 기쁘다.
A. 김 보다 많은 관객들이 영화를 만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준비할 것이다.
● 한마디
영화 산업 보호 vs 다양한 영화 관람 환경 제공, 첨예한 대립. 봉감독의 바람처럼 아름답게 해결될지
2017년 5월 16일 화요일 | 박은영 기자(eyoung@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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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_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