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할 것 없는 일상을 특별하게 만드는 홍상수 영화의 일상에는 반드시 남자, 여자, 술, 담배 같은 것들이 있다. <북촌방향>은 그러한 기존의 홍상수 코드를, 눈 내리는 겨울의 북촌길 위에 풀어놓았다. 시간의 경계가 없는 건 여전한데, 전작들에 비해 다소 서늘해진 시선이 감지된다. 이는 ‘홍상수 요소’들 각각에 강약이 주어지면서, 묘한 리듬이 생겨난 까닭이다. <북촌방향>은 ‘우연’에 기댄 부분이 더욱 커졌고, 인물에 대한 연민을 좀 덜어냈으며, 대신 그 자리에 자조적인 웃음을 흘려 넣은 영화다. 인물들은 우연으로 얽힌 탓인지, 서로의 감정은 비례하지 않는다. 내가 반가워하면 그는 떨떠름해 하고, 그가 반가워하면 난 누군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 식. <오! 수정>에 이은 두 번째 흑백영상은, 안 그래도 셈이 없고 즉흥적인 홍상수 영화를 더욱 단출하게 만든다.
<북촌방향>은 남루한 일상을 습관적으로 켜켜이 채워가는 사람들을 위한 연가다. 영호만 만나고 “깨끗하게 서울을 통과할 것”이라는 성준의 다짐은 술, 옛 여자, 우연한 만남 등으로 여지없이 무너진다. 이후, 그가 서있는 북촌 거리는 어느 날인지 정확히 설명되지 않는다. 그저 그렇고 그런 그의 하루 중 하나로 묘사될 뿐. “사람한테 무슨 일이 생겨야만 그게 중요한 건 아니잖아요”라는 보람의 말처럼 ‘우연’은 <북촌방향>에 이르러 다시 한 번 강조되는 홍상수의 자의식이다. 그러한 우연에 자조와 냉소, 서늘한 시선과 계절, 그럼에도 거둘 수 없는 사람에 대한 연민이 한데 엉켜 북촌의 기묘한 하루가 완성되는 것이다.
2011년 9월 5일 월요일 | 글_유다연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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