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호와 신세경의 만남부터 화제를 모은 <푸른소금>이 23일 오후 2시 CGV 왕십리에서 언론시사회를 가졌다. <시월애>의 이현승 감독이 연출과 각본을 맡은 영화는 조직을 떠나 요리사를 꿈꾸는 두헌(송강호)와 그를 죽이기 위해 접근하는 킬러 세빈(신세경)의 사랑이야기다. 이날 자리에 참석한 이현승 감독은 “남녀 사이에도 하나로 규정지을 수 없는 다양한 감정과 관계가 존재한다는데 착안해 기획했다”며 멜로가 강한 영화의 느낌을 일축했다. 하지만 송강호는 “관객들이 포스터를 보고 오글거린다고 할까봐 걱정했다”며 실제 23살 차이가 나는 신세경과의 멜로가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역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 보다.

● 한마디

<푸른소금>은 느와르의 외피를 둘러싼 멜로 영화이면서 느린 템포의 사랑 이야기다. 두헌을 죽이기 위해 접근한 세빈, 그 사실을 알면서도 그에게 행복을 안겨다 주고 싶은 두헌의 묘한 감정은 영화의 원동력. 이들을 연기한 송강호와 신세경의 호흡은 감정의 힘을 싣는다. 여기에 간간히 삽입되는 유머가 잘 활용되며, 웃음을 자아낸다. 하지만 사랑이라 정의내릴 수 없는 이들의 관계를 계속해서 지켜보기에는 답답하다. 직설화법에 익숙한 요즘 관객들에게는 은유 섞인 대사가 오글거릴 수도 있을 듯 싶다. 최근 영화 트렌드에 역행하는 <푸른소금>이 대중들의 사랑을 받을 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무비스트 김한규 기자)

전직 사격 선수 출신의 킬러와 전직 조직폭력배의 만남은 한편의 액션 영화를 예감케 한다. 그런데 보기 좋게 그 예상은 빗나간다. 두헌을 죽어야 하는 세빈, 그녀를 믿고 싶은 두헌의 기묘한 동거와 나이를 뛰어 넘은 우정이 영화 한 편을 빼곡히 채운다. 특히 신세경은 송강호란 거물 앞에서도 자신만의 매력을 충분히 보여준다. 또 각기 다른 이유로 조폭 세계와 얽히고설킨 두헌과 세빈의 관계는 보는 이의 마음을 더욱 조인다. 오랜만에 메가폰을 잡았음에도 이현승 감독 특유의 감각적 영상과 세련미가 영화를 채운다. 지루함 없이 흘러가지만 밋밋한 감정 변화와 이야기의 흐름은 요즘 추세와 다소 동 떨어진다. 스피디한 전개에 익숙한 관객들이 느슨한 <푸른소금>의 맛을 느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노컷뉴스 황성운 기자)

콘트라스트를 극명하게 높인 뮤비 질감의 영상. <푸른 소금>의 이미지는 모 카메라 광고만큼이나 쨍하다. 그만큼 단편적인 감상이 강렬해지는데 이는 유연하게 이어지기 보단 조각나듯 나열된 시퀀스의 흐름과도 일맥상통하다. 마치 두 편의 다른 영화를 찍고 나서 어영부영 자르고 붙여서 한 편의 영화라고 우기는 것만 같다. 특별하다 말할 수 없으나 중심인물의 관계적 긴장과 이완의 흐름이 흥미를 당기는 측면은 분명 존재한다. 허나 감정의 전환이 성급하다 못해서 따로 노는 것마냥 신과 신 사이의 감정이 롤러코스터를 탄다. 적절하지 못한 문어체 대사들이 어색함을 남발하는 사이, 배우들도 어찌할 수 없는 캐릭터의 무능력이 영화를 루즈하게 깎아먹는다. 무엇보다도 낭비에 가까운 시퀀스들이 너무 잦게 눈에 띈다. 좀처럼 현실 감각이 느껴지지 않는 감정선이 깨알 같이 곳곳에 놓인 PPL스러운 이미지 속을 공허하게 유영하는 것만 같은, 긴 종합 CF 필름 같다.
(beyond 민용준 기자)

<푸른소금>을 보면서 가장 많이 한 생각은 바로 이것이었다. ‘저 장면만 액자에 담아 장식하고 싶다.’ 그 정도로 <푸른소금>에는 아름다운 장면들이 많이 등장한다. 서사보다 이미지가 앞서는 영화라는 뜻이다. 그것은 영화가 지닌 매력이기도 하다. 때로는 서사보다 이미지가 더 큰 감정의 반향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그러나 <푸른소금>은 아쉽게도 아름다운 이미지만 넘쳐날 뿐, 관객의 감정에 무언가를 전달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속도감 넘치는 편집으로 생략과 압축적으로 이야기를 제시하는 연출은 후반부로 갈수록 서사의 흥미로움도, 인물의 감정 전달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지루한 흐름을 보인다. “사랑의 다양한 색깔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이현승 감독은 말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푸른소금>은 어린 여성에게 매력을 느끼는 중년 남성의 판타지로만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2시간 동안 화보를 보는 게 마냥 쉽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푸른소금>은 잘 보여주고 있다.
(경제투데이 장병호 기자)

<푸른 소금>은 언뜻 보면 너무 순진한 영화처럼 보일 수 있다. 은퇴한 조직 보스 두헌과 그를 감시하게 된 세빈의 초반 관계는 약간 억지스럽다. 이야기의 흐름도 뭔가 어색하다. 극한 상황에 있는 주인공들임에도 처절하거나 삶의 무게가 느껴지기보다는 만화 주인공처럼 떠 있는 느낌이 있다. 하지만 송강호의 국가대표급 감정 연기 덕분에 두헌이 세빈에 대해 느끼는 감정만은 잘 표현된다. 송강호는 칼잡이 몇 명을 단신으로 상대하는 거친 보스와 어린 여인에게 느끼는 감정 앞에 눈물 흘리는 순수한 남자를 기막히게 연기했다. 이야기가 완벽한 것은 아니나, 송강호가 표현하는 ‘순수’를 예술로 느껴보자.
(스포츠조선 이예은 기자)

영화가 펼쳐내는 아름다운 색감과 구도에도 불구하고 <푸른 소금>은 끝내 영상미 이상의 것을 보여주지 못한다. 초반부의 빠른 편집은 장면 안에서 응당 짚고 넘어가야 할 것들을 지나쳐가고, 이러한 압축의 전개는 인물 간의 감정을 따라가기 어렵게 만든다. 반면, 후반부로 갈수록 늘어지는 상황은 인물들이 목표를 잊고 헤매는 듯 보이기도 한다. 화려한 면면의 배우들은 종종 이미지로써 소비될 뿐이며 연계성 없는 상황의 나열로 이야기의 흐름 역시 절뚝거린다. 그 안에서 굳건히 중심을 잡은 송강호의 존재감만이 영화의 균형을 잡는다.
(조이씨네 백초희 기자)

2011년 8월 23일 화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