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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렬의 영화컬럼
한류(韓流)의 역습 | 2001년 10월 18일 목요일 | 정성렬 이메일

때때로 오래된 잡지를 펴 보는 일은 예전 것을 되돌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재미를 준다. 특히 10년 전이나 15년쯤 전에 출판된 영화잡지들을 보면 그 촌스럽기만 한 사진들과 결과적으로 뜬소문이 되어버렸던 갖가지 영화에 대한 루머들이 스멀스멀 웃음을 유발시키곤 한다.

1987년을 기점으로 한국 영화계에는 홍콩 바람이 거세게 불었더랬다. <영웅본색>을 필두로 시작된 소위 홍콩영화의 한국 침략은 그 정도가 지금의 할리우드 영화와 맞먹을 정도였다. 주윤발의 전매특허인 성냥개비가 넘쳐 났고, 유덕화의 쌍권총과 왕조현의 늘씬한 다리가 대한민국의 10대들을 스크린으로 유혹했다.

실제로 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 초반은 한국영화시장의 30%이상이 홍콩영화에 점령된 상태였다. 홍콩 영화인들의 인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엄청난 것이었고, 그 인기를 업고 각종 음료수 및 제과류 CF에 출연하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장국영의 내한소식 혹은 은퇴소식이 영화전문지의 탑 기사로 분류되 소개되었고, 매달 성룡, 왕조현, 주윤발, 유덕화, 임청하의 브로마이드 혹은 포스터는 별책부록의 단골 손님이었다.

한국 영화 수입업자들에게 홍콩영화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와 같은 존재였다. 일단 할리우드 대작들 보다 저렴한 가격에 수입을 할 수 있다는 것과 그 이상의 시장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홍콩영화를 한국에 안착시키며 붐을 조성하는데 가장 큰 밑거름이 되었으리라 생각된다. 지금은 찾아보기도 힘든 기기묘묘한 영화들이 극장과 비디오로 물밀 듯이 쏟아져 들어왔고 자연스럽게 관객에게 노출되면서 익숙한 문화상품으로 자리 잡았던 것이다.

하지만 이연걸, 성룡등이 보여주었던 몸을 이용한 연기가 더 이상 한국관객에게 어필하지 못하게 되면서 홍콩영화는 썰물 빠져나가듯 한국 관객들에게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이제는 고작 3%가량의 시장점유율을 겨우 유지하면서, '멜로'나 '로맨틱 코미디'가 아니면 극장에 걸리는 것조차도 힘들어진 상태다.

얼마전 홍콩에서는 이정재 전지현 주연의 "시월애"가 "IL MARE"라는 제목으로 개봉되었다. 관객들의 호의적인 반응과 더불어 극히 적은 상영관에서 공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높은 좌석점유율을 보이며 잔잔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한국영화의 해외수출이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기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홍콩영화계의 한국영화에 대한 관심이 나날이 뜨거워지고 있다. <은행나무 침대>가 일별 홍콩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면서부터 시작된 한국영화의 홍콩진출은 이어 <쉬리> <텔 미 섬딩> 같은 영화들이 꾸준히 상승무드를 타면서 그 시장을 점점 넓혀나가고 있는 것이다.

사실 홍콩의 이러한 한국영화진출은 다른 연예문화사업에 비하면 상당히 늦었다고 할 수 있다. 이미 드라마나 가요는 홍콩과 대만, 중국대륙을 어우르면서 그 입지를 탄탄하게 굳히고 있기 때문이다. "클론"으로 시작된 한국 가요의 열풍은 "NRG"와 "베이비 복스"등에 이르면서 한국 문화를 전파하는 첨병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가을동화" "호텔리어"등의 드라마들도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키면서 한국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영화가 홍콩시장에 안착하는데는 상당히 좋은 조건으로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다. 한국의 스타들이 홍콩을 비롯 대만과 중국시장 넓게는 동아시아 전지역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베트남에서 <찜>과 같은 영화가 흥행돌풍을 일으키고, 주성치가 더빙을 자처할 정도로 <반칙왕>은 홍콩에서 짭짤한 수익을 올렸으며, <미인>의 아름다운 영상에 대해 현지인들은 극찬을 마지않았다.

10여년전 그네들 문화를 수입하느라 쏟아 부었던 외화가 고스란히 몇 배가되어 우리에게도 돌아오고 있다. 이영애, 차인표, 안재욱 등이 출연한 텔레비전 드라마와 영화는 그들의 이름 하나만으로도 이미 홍콩시장에서 엄청난 상품 가치를 지니게 되었다. 한국문화가 그 큰 대륙을 뒤흔들고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뭉클해진다. 갑자기 애국자라도 된 듯 한국이 자랑스럽다.

예전에 왕조현이 모 음료광고를 찍으면서 한국을 방문해 추태를 부린 이후로 그 인기가 바닥을 쳤던 사실에 대해 상기할 필요가 있다. 얼마 전 홍콩에서 열린 앙드레김 패션쇼와 더불어 한국연예인들의 디너쇼 이후 한국 연예인들의 오만한 태도와 불친절함으로 인해 홍콩언론이 술렁거리고 있다. 김희선과 이정현은 그 아름다움과 개성 넘치는 무대로 호평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외에 행동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언론이 불평불만을 터뜨리고 있는 상황이다.

세계로 진출하는 한국의 문화사업을 두고 좀더 그 격에 맞는 행동을 요구해야한다. 중국시장의 진출의 교두보 역할을 했던 안재욱은 아직도 중국어에 대해 기자들로부터 질문을 받으면 그냥 웃어넘기면서 말을 얼버무린다. 한국에 진출하기 위해 우리말을 배웠던 여명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현재 인기리에 상영중인 <봄날은 간다>가 11월초에 홍콩에서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이제 한국과 홍콩의 문화적 시차는 더욱 좁혀져 가고 있는 상황이다. 부디 바라는 것은 이러한 상황에 안주할 것이 아니라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한국 문화를 수출하는데 힘을 실었으면 하는 것이다.

<사과문>
지난번 '심은하는 은퇴하라'라는 글에 쓰여진 가수 김원준 관련 군 면제 비리 내용은 잘못된 것이었음을 밝힙니다. 김원준을 사랑하시는 많은 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앞으로 더욱 성숙한 글쓰기를 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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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aring2
여러작품이 외국에서 관심을 받고 있다니 기분 좋죠^^   
2005-02-13 21:10
moomsh
함 봐봐야 겠군 ㅋㅋ   
2005-02-07 23:30
moomsh
겨울연가 근데 전 못봤었는데;;   
2005-02-07 23:30
moomsh
지우히메도 화이팅 ㅋㅋ   
2005-02-07 23:30
moomsh
욘마사 화이팅ㅋㅋ   
2005-02-07 23:30
cko27
ㅎㅎ겨울연가가 이미 장악했죠. 배용준 파워.ㅎㅎ부러워라..   
2005-02-07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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