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마디
88만원 세대를 활용한 로맨틱 코미디인 줄 알았는데, 로맨틱 코미디를 빙자한 88만원 세대의 보고서라하는 게 더 적합해 보인다. 적절한 유머와 적당한 감동과 앙증맞은 에피소드와 송중기 한예슬이라는 청춘스타가 버티고는 있으나, 전반적으로 우울한 기운이 더 강하게 감지된다. 극장 문을 나올 때면, 인디밴드 옥상달빛의 ‘하드코어 인생아’를 흥얼거리게 될지 모르겠다. “그냥 살아야지 저냥 살아야지 죽지 못해 사는 오늘. 뒷걸음질만 치다가 벌써 벼랑 끝으로~” 신경림 시인이 1988년 발표한 ‘가난한 사랑 노래’가 오늘날에도 유효함을 증명하는 영화다.
(무비스트 정시우 기자)
돈 쓸 줄은 알지만 모을 줄은 모르는 청년 백수와 돈 모을 줄은 알아도 쓸 줄은 모르는 짠순이가 만났다. <티끌모아 로맨스>는 돈으로 엮일 수밖에 없는 남녀 관계 속에서 돈 이상의 가치를 찾으려는 로맨틱 코미디다. “사람은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할 일’이 있다”는 현실적인 대사들로 공감대를 형성하는 영화는 사랑만 있으면 만사 오케이라는 낭만주의 대신 궁상맞은 현실이라도 보듬고 살아가는 게 사랑이라는 현실주의를 택한다. 기존 이미지를 배신하는 한예슬, 송중기의 캐스팅은 <티끌모아 로맨스>를 한층 귀엽게 만드는 매력 포인트 중 하나. 두 남녀 사이로 지나가는 자전거처럼 눈여겨보게 만드는 디테일한 연출력도 인상적이다. 두 주인공이 <겨울 나그네>를 보는 장면은 올해 나온 한국영화 중 가장 로맨틱한 순간이 아닐까 싶다.
(경제투데이 장병호 기자)
2011년 11월 2일 수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