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혹적인, 그러나 존재하지 않는 시간 속에 빠져들다.
[터크 에버래스팅]은 판타지이면서 현실을 얘기한다. 그들, 터크 일가는 존재하지만, 세상 속에서는 존재하지 못한다. 불로불사의 샘물을 마신 후, 터크 일가는 늙지도 사라지지도 않고 시간의 흐름과 무관하게 영원한 삶을 살아간다. 신비롭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고, 얼른 찾아가서 누구라도 마시고 싶은 샘물의 비밀. 그러나 터크 일가는 그 비밀을 철저히 지키려고 한다. 그것은 터크 일가가 늙지도, 죽지도 못하게 만드는 샘물의 저주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터크 일가에게 삶은, 결코 멈추지 않는 시간에서 벗어나 그 존재감마저 애매한 흐르는 물에 박혀 있는 돌과 같다. 만약 자연의 순리대로 죽음을 맞이하는 삶과 흐르는 자연의 시간에서 벗어나 내 아이는 자라 어른이 되어 죽어도 나는 젊은 모습 그대로 사는 삶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당신은 어떤 삶을 택할 것인가. 결국 영원한 삶이냐, 아니냐 보다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방점이 아닐까 싶다. 영화 [터크 에버래스팅]은 영원한 삶과 평범한 인간의 삶 중에서 어느 것을 선택하겠느냐는 단순한 질문을 넘어 환상적인 영상속에 사람이 살아가야 하는 이유, 지금의 삶의 모습들이 소중하다는 진리를 조용히 가르쳐 주고 있다. 사람으로 태어나 한때는 젊음을 갖고, 시간이 흘러 죽음을 맞이하는 어느 누구도 함부로 자유로울 수 없는 인간의 숙명은 영원한 삶을 사는 사람들의 고통보다는 행복한 일이 아닐까?
시간이 멈춰버린 듯한 환상적인 영상
살아 숨쉰다. 영화 [터크 에버래스팅]의 모든 영상이 살아 숨쉰다. 한편의 뮤직비디오와 같은 상큼한 영상은 삶과 죽음이라는 무거움을 훌훌 털어버린다. 무성한 숲과 아담한 계곡, 평화로운 호수, 그 사이에서 연기를 뿜는 굴뚝이 있는 오두막. 모든 것이 살아 있다. 영원한 인생을 산다 해도 어느 누구 못지 않게 살아 있음을 표현하고픈 터크 일가의 바람이 그 안에 가득하다. 게다가 귀엽고 예쁜 선남선녀, 제시와 위니는 주위의 아름다운 어느 배경보다 더욱 빛난다. 22살 동갑내기인 알렉시스 블레델과 조나단 잭슨의 때묻지 않은 순수함은 풋사과와 같이 싱그럽다. 순정만화 그림속에서 방금 빠져 나온 듯한 그들은 그 환상적인 화면을 온통 누비며, 젊음의 싱그러움을 어떤 바이러스보다 더 빨리 전염시킨다. 그들이 뛰어든 계곡 속으로 함께 풍덩 뛰어들고 싶은 충동이 들만큼 화면은 젊음의 활기로 가득 찼고, 100년을 함께 해도 좋을 만큼 자유롭다. 숨이 막힐 듯, 시간이 멈추어 버린 듯한 영상으로 인해 관객들 또한 잠시나마 시간을 뒤로한 채 영원한 젊음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17년을 품고 자란 영화 [터크 에버래스팅]
나탈리 배빗의 베스트셀러를 바탕으로 한 영화 [터크 에버래스팅]. 1975년 출간 이후, 미국의 어린이들 사이에서는 고전이 된 이 동화는 어린 아이들에게 남녀의 사랑 뿐만 아니라 인생의 순환과 의미를 전해 주는 명작으로 꼽힌다. 나탈리 배빗은 작가였던 남편의 영향을 받아 동화책 일러스트를 하다가 동화 작가로 전향했다. 미국 내에서는 [The Searching for Delicious], [Kneeknock Raise], [The Devil's Storybook], [Eye of the Amaryllis] 등으로 사랑을 받으며, 동화 작가로서의 입지를 확고히하였고, 그녀의 동화들은 미국 어린이들에게 고전이 되었다. 그녀의 동화를 보고 자랐으며 [터크 에버래스팅]의 기획을 맡은 막스 웡은 처음 헐리우드에 발을 들여 놓았던 인턴 시절부터, 어릴 때 인상 깊게 읽었던 이 소설을 영화로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하지만 당시는 영화로 만들기 힘들다는 이유로 제작자에게 거부당했다. 다행히 후에 제인 스타츠와 제이 러셀 감독을 만나 영화를 만들게 된 막스 웡은 공식적으로는 5년간 준비한 프로젝트지만, 비공식적으로는 17년간 준비한 영화라며 [터크 에버래스팅]의 제작에 대한 기쁨과 열의를 표현했다.
영원의 신비를 간직한 장소를 찾아서...
시대극에 판타지가 혼합된 [터크 애버래스팅]의 이야기를 실감나는 영상으로 풀기 위해 프로덕션 디자인팀은 세팅에 많은 신경을 써야 했다. 위니의 집은 시대극에 어울리면서도 포스터 가의 권위적이고, 보수적인 느낌을 살릴 수 있는 오래된 성을 헌팅하여 촬영했다. 무엇보다 가장 헌팅하기 힘들었던 곳은 터크 가족들이 사는 숲과 오두막. 아기자기한 산골짜기에 계곡이 흐르고, 숲이 우거져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이 곳을 찾아내기 위해 그들은 수많은 시간을 쏟아 부어야 했다. 숲이 그토록 중요했던 이유는 터크 일가가 나이가 들어 늙고, 죽음에 이르는 자연의 순리에 부응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더욱 자연과 가까워지려 하는 의도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거운 주제이지만, 느낌 그 자체 만으로도 피로가 싹 풀리는 아름다운 나무와 호수를 보면서 동화적인 판타지에 젖어 들기 충분하기에 영상은 이러한 고민을 기쁘게 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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