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혈남아(熱血男兒) - 뜨거운 피를 가진 사나이
세상을 살다보면 가끔 복수하고 싶을 때가 있고 억울하고 분노가 치밀어서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순간이 온다. 영화는 그 순간에 놓인 재문의 감정에서 출발하지만 인간의 복수와 죽음에 국한되어 있지 않다. 복수를 위해 달려간 곳에서 복수할 대상의 어머니를 먼저 만나고 예기치 못했던 만남으로 인한 마음의 동요로 복수의 본질에 대해 고민하게 되는 주인공 재문은 전형적인 ‘열혈남아’의 모습이다. 인간 누구나가 가지고 있는 선과 악에 대한 갈등이 건달의 삶을 통해 극명하게 표출되었으며 조폭소재와 버디무비가 가득한 2006년, 열혈남아는 확연한 차별성을 갖고 모성애로 진한 감동을 안겨주며 그 기대를 한껏 높인다.
가족 같은 느낌의 세 배우가 주는 최고의 연기 앙상블
설경구의 차기작이라는 이유와 시나리오가 좋다는 소문으로 영화계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는 <열혈남아>에 설경구, 조한선, 나문희 세 배우가 주인공이 되었다. 설경구와 조한선은 소외된 인물의 전형으로 다르지만 서로 닮아가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으며 두 인물은 나문희를 만나게 되면서 깨닫는 모성애를 통해 등진 세상에 한걸음 다가서게 된다. 시나리오가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파고드는 나문희, 그런 나문희를 ‘엄마’라고 부르는 설경구, 설경구의 연기조언을 되새기며 혼신의 힘을 다해 연기에 임한 조한선, 그 세 배우는 촬영을 거듭할수록 실제 가족 같은 분위기를 뿜어내며 뭉클함을 만들어냈다. 진심을 담은 연기가 만들어내는 세 배우의 아름다운 화음과 페이소스 넘치는 연기 앙상블, 그 거대한 감동은 <열혈남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열혈남아>에 녹아든 ‘백만송이 장미’의 선율
심수봉의 ‘백만송이 장미’가 <열혈남아>를 만났다.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삶의 이야기에 자연스러운 멜로디, 그렇게 만든 노래를 심수봉이 직접 불러 듣는 이로 하여금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백만송이 장미’는 알라 푸가초바 (Alla Pugatcheva) 라는 러시아 여가수가 부른 노래 ‘백만송이 장미(Million Of Red Roses)’를 우리말로 번안한 노래이다. 마음을 선동하는 힘이 있는 이 노래는 <열혈남아> 티저예고편에 삽입되어 묘한 감동을 이끌어냈다. 나문희는 이 노래를 통해 점심이라는 캐릭터에 한발짝 더 다가설 수 있었다고 한다. 점심과 재문이 소통하는 순간 흘러나오게 될 <백만송이 장미> 의 선율이 이끄는 서글픈 아이러니를 기대해 볼만하다.
리얼리즘을 기반으로 한 로케이션
‘벌교’라는 어감에서 오는 스산한 벌판의 느낌 때문에 주 배경으로 벌교를 선택했다는 이정범감독은 사실적 셋팅과 일광아래서 자연스럽게 뿜어져 나오는 감정을 중시한다. 일정과 날씨 등을 고려한 프로듀서와 미술감독은 세트촬영을 권유해보기도 했지만 감독은 오픈세트를 고집했고 각고의 노력 끝에 어두운 시장골목을 바로 옆에 두고 있는 독특한 위치의 ‘점심식당’을 찾아내고 간판과 내부 소품 등의 간략한 셋팅만으로 감독이 그려온 ‘점심식당’이 탄생했다. 덕분에 배우들은 영하20도를 넘나드는 추위와 싸워가며 연기에 임해야 했다. 재문과 점심이 처음 만나 교감을 시작하는 중요한 장소인 ‘점심식당’에서 두 배우가 보여줄 격한 감동은 관객들의 뇌리에 남는 한 장면이 될 것이다.
가을과 함께 찾아올 2006년 최고의 감동드라마
인간은 왜곡되고 모순적인 존재이다. 포기한 듯 인생을 사는 주인공은 서로에게 최선이라 외치지만 결국 자신을 위한 복수를 꿈꾼다. 눈 앞에서 죽어가는 동료를 외면할 수 밖에 없었던 흘러간 시간 속에 존재하는 그 분기점에서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었다면 재문은 손에 쥔 칼을 거둘 수 있었을까? 2006년 최고의 시나리오로 꼽히는 <열혈남아>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삶의 무게를 고스란히 짊어진 인간 군상들의 모습을 원초적으로 그려내고 있으며 그 속에 우리가 잊고 있었던 것, 산다는 것에 대한 진정한 의미가 깃들어 있다. 두 시간의 <열혈남아>를 보고 적어도 그 몇 배쯤의 시간을 할애해 술과 마주하게 될지 모른다. 그것이 <열혈남아>가 가진 힘이다. 서글픔이 배어있는 짙은 페이소스를 전해줄 <열혈남아>는 2006년 가을 만나볼 수 있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쏟아진 언론과 관객의 찬사
제11회 부산국제영화제 ‘스페셜 프리미어’ 섹션에 초청되면서 관객을 먼저 만난 열혈남아는 신인감독답지 않은 노련한 솜씨로 복수와 그리움을 버무려내 언론과 관객의 찬사를 한몸에 받았다. ‘냉혹한 세상을 일깨우는 진한 모성애’, ‘영화의 중심에 선 나문희’, ‘그들의 운명에 맘껏 웃고 힘없이 눈가를 적셔보자’. ‘<주먹이 운다>, <너는 내 운명>에 이어 <열혈남아>로 어머니3부작을 완벽하게 마무리한 대한민국 최고 연기의 신 나문희’ 등의 호평이 쏟아지면서 <열혈남아>에 대한 관심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영화평론가 강유정씨는 영화는 도시의 비장함 대신 벌교라는 곳을 선택하여 차가움과 비정함이 아닌 정을 듬뿍 담은 영화로 완성해냈다. 복수해야 할 그 놈의 어머니에게서 자신의 잃어버린 모성애를 느끼고 자기 자식과 닮은 처지의 재문에게 측은함을 느끼는 그 어머니의 교감은 실제 가족 같은 어울림을 준다. 그들의 뜨거운 가슴이 줄 올가을 최고의 감동을 기대해보자.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