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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즈 노래만으로 만들어진 독특한 뮤지컬.....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ldk209 2008-04-08 오후 1:17:25 3061   [20]
비틀즈 노래만으로 만들어진 독특한 뮤지컬.....

 

대중음악을 통틀어 지금까지 최고의 가수 또는 그룹은 누구일까? 대중문화계에서 그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Rolling Stone지는 2000년에 들어와 20세기를 마무리하는 차원에서 20세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아티스트 1위에 Beatles, 최고의 작곡가 1위에 John Lennon, 2위에 Paul McCartney, 편집자가 선정한 20세기 최고의 록 밴드 1위에 Beatles, 독자가 선정한 역사상 최고의 록 밴드 1위에 Beatles라고 발표한 적이 있다. 당시 자료에 의하면 독자가 선정한 최고의 앨범 부문에서도 비틀즈는 1위에 <White Album>, 3위에 <Abbey Road>, 4위에 <Sgt.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 등 10위 안에 무려 세 장의 앨범을 올려놓은 바 있다. 21세기에 들어와서도 많은 대중가수들이 활동하고, 인기를 얻었고, 사라져 갔지만, 비틀즈를 넘어설만한 가수가 아직은(!) 나오지 않았고, 여전히 대중음악 최고의 가수는 비틀즈라는 점은 일반적으로 긍정되고 있는 사실이다.

 

<프라다>의 감독인 줄리 테이머는 가장 위대했던 그룹 비틀즈의 노래만으로 만들어진 뮤지컬 영화를 제안 받고는 선뜻 응했다. 사실 비틀즈의 노래는 사용료가 너무 비싸고 절차도 복잡해 비틀즈 노래를 영화에 사용하는 것은 거의 가능하지 않은 상황이기에 비틀즈 노래를 마음대로 선택해서 사용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거절할 감독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물론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이전에도 영화에 나오는 모든 음악을 비틀즈 노래로 사용한 영화가 있었으니, <아이 앰 샘>이다. 당연하게도 원곡은 사용하지 못하고, 모든 곡을 다른 가수들이 새롭게 편곡해서 사용했고, 많은 비틀매니아들로부터 훌륭한 편곡과 해석이었다는 평가를 얻은 바 있다.

 

주드(Jim Sturgess)가 바닷가에서 홀로 쓸쓸히 앉아 있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영화는 곧 이어 클럽에서 연주되는 <Hold Me Tight>의 흥겨움으로 이어진다. 여 주인공인 루시(Evan Rachel Wood)는 미국에서, 주드는 영국에서 각자의 애인과 함께 춤을 추는 이 장면은 미국과 영국의 차이를 극명하게 대립시켜 보여준다. 미국의 경우 바리톤 색소폰과 베이스를 이용해서 당시(1960년대 초반)에 유행하던 전형적인 미국 음악의 느낌을 살렸고, 역시 롹의 본고장인 영국은 전형적인 롹의 느낌을 살리고 있다. 클럽만이 아니라 둘의 거주지의 느낌도 확연히 다르다. 루시가 살고 있는 미국 매사추세츠는 밝고 따뜻하며 포근한 느낌이고(미국 중산층), 주드가 살고 있는 공업지역인 리버풀은 회색의 느낌이다. 이는 미국과 영국의 차이를 넘어 계급의 차이까지 느끼게 한다.

 

비틀즈 노래만으로 만든 영화인 만큼 영화 곳곳에는 비틀즈의 흔적이 숨어 있다. 우선은 영화에 나오는 배우들의 모든 이름이 비틀즈와 관련있는 이름들에서 유추된 것이다. 주드와 루시는 직접적으로 떠오른다. 바로 노래 <Hey Jude>와 <Lucy In The Sky With Diamonds>에서 따온 것이다.(영화 <아이 앰 샘>에서 샘의 딸 이름도 루시였다) 주드의 친구 맥스는 <Maxwell's Silver Hammer>(실제 망치질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세이디는 <Sexy Sadie>의 노래 제목에서 따왔다. 기타리스트 조조는 <Get Back>의 첫 가사인 'Jojo was a~~~'에서 따왔으며, <Dear Prudence>에서 따온 프루던스도 나온다. 처음 시나리오에는 페퍼 상사라는 캐릭터도 있었다고 한다. 이름만이 아니라 주드가 월급을 받는 장면에서 한 노동자는 '내가 64살 때'라고 하는 대사를(<When I'm Sixty-Four>)하며, 푸르던스는 욕실의 창문을 넘어온다(<She Came In Through The Bathroom Window>). 비틀즈만이 아니라 60년대, 70년대를 상징하는 다른 이미지들도 있다. 세이디는 영락없는 제니스 조플린이며, 조조는 지미 헨드릭스 그 자체다.

 

또한 영화 곳곳에서 등장하는 카메오를 발견하는 것도 이 영화 관람의 한 즐거움이다. 노래 <Come Together> 장면에서 나오는 조 카커는 노숙자, 거지 등 1인 3~4역을 해내고, U2의 보노는 닥터 로버트(<Doctor Robert>)로 나와 <<I Am the Walrus>를 열창한다. 그리고 베트남전에서 부상을 입고 입원 중인 맥스가 <Happiness is a Warm Gun>을 부를 때, 셀마 헤이엑이 야시시한 간호사로 등장해 춤을 춘다.

 

다른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하게 하는 부분도 있는데, 대표적으로 맥스가 군 신검을 받는 장면이다. 이 장면에서 신검을 받는 신병들은 마치 고기가 가공과정을 거쳐, 상품으로 만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는데, 학생들이 소시지가 되는 영화 <The Wall>의 유명한 장면인 <Another Brick In The Wall Part.2>를 연상하게 한다.

 

영화는 중간까지는 화면 질감도 그렇고, 느낌도 매우 현실적이다. 물론 뮤지컬이 가장 판타지한 장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말이다. 그런 영화가 중반을 넘어서면서부터 매우 사이키델릭하고, 환상적 장면들이 자주 등장한다. 바로 외로움에 홀로 있는 푸르던스를 다른 멤버들이 위로하는 장면부터인데, 이는 70년대 미국 젊은이들의 분위기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60대 후반부터 서구사회는 Psychedelic 풍조가 젊은이들을 덮치면서 마약, 동양 종교, 사랑, 평화 등의 추구를 통해 기존 가치의 전반을 부정하는 反문화의 움직임이 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었다. 이는 '68 혁명'을 통해 최고조에 이르렀으며,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에서 그려지듯 베트남 전쟁 반대 운동이 그 중심에 있었다.

 

특히 당시에 마약은 록계에서는 새로운 가치로 안내하는 ‘의식해방’의 수단으로 신봉되었는데, 젊은이들을 가장 사로잡은 대표적인 마약 LSD(Lysergic Acid Diethylamide)의 가운데 단어인 ‘Acid’는 이들의 성격을 규정짓는 용어로 선택되어 히피의 근거지인 샌프란시스코 Acid Rock 그룹들은 LSD 환각 경험을 통한 의식해방으로서 인류애, 공동체 의식, 그리고 사랑을 부르짖기도 했었다. 바로 비틀즈 최고의 명반 중 하나인 <Sgt.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는 사이키델릭, 액시드로 채색된 그 시절을 관통한 대표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루시의 이름을 따온 노래 <Lucy In The Sky With Diamonds>가 LSD의 약자로 만들었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영화는 서서히 반전 등 사회적 메시지를 행동으로 표현하는 루시와 방에 틀어박혀 그림에만 몰두하는 주드의 갈등으로 옮겨간다. 영화에서 반전 운동의 중심인물이 외치는 연설 내용은 실제 당시 연설문을 그대로 반복한 것이라고 한다. "그들에게 미국은 혁명, 자유, 민주주의의 수호자가 아닌 추악한 제국주의 괴물일 뿐입니다!" 그럼에도 영화는 베트남에서의 참혹한 모습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부상당한 미군의 모습도 없고, 참혹하게 죽어가는 베트남 민간인의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이에 대해 감독은 베트남 사람들의 고통을 담아야 한다는 제안을 많이 받기는 했지만, 이 영화는 반전 영화가 아닌, 상업 영화라는 생각에 구체적인 참혹한 장면을 담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이미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것을 굳이 직접적으로 표현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고 한다.

 

어쨌거나 루시와 주드의 갈등은 깊어가고, 다른 멤버들도 서서히 흩어진다. 푸르던스가 떠나고, 맥스가 베트남으로 떠났다. 루시가 주드 곁을 떠나려 하고, 세이드는 솔로로 독립하려 한다. 세이드와 조조의 공연 장면에서 조조는 마치 기타로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듯 거친 파열음을 내며, 떠난 세이드 대신 노래를 부른다. 이는 어찌 보면 조조 혼자서도 설 수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둘이 같이 할 때가 가장 조화롭다는 걸 말해주는 것으로도 느낀다. 마치 존 레논과 폴 매카트니가 솔로로서도 충분히 훌륭한 뮤지션이기는 하지만, 비틀즈에서 같이 할 때가 가장 위대했다는 걸 의미하는 건 아닐까.

 

이제 주드의 감정은 폭발, 딸기 폭탄이 되어 베트남에 투하된다. 주드는 추상적 딸기를 부여잡고 있는 반면, 루시는 현실적 사회운동에 그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 현실과 추상, 또는 현실과 이상의 괴리. 그러나 그 둘은 서로가 존재할 때 의미가 있는 것이지, 그 자체만으로는 설 수 없다. 루시와 주드의 열정은 상대방에 대한 배려 없음으로 나타나고, 그럴수록 상대방에 대한 배신감은 더욱 커져 간다.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암살되고, 술 취해 지하철을 타고 가던 주드는 영화의 주제가인 <Across The Universe>를 부른다. 다정한 주드와 루시, 그리고 다양한 인종들이 흘러 지나가는 이 장면은 인종의 차이를 넘어 평화를 갈구하는 듯 하다. 한편, 콜롬비아 대학의 반전 시위는 경찰의 폭력적 진압으로 아수라장이 되며, 불법 체류자였던 주드는 영국으로 쫓겨간다. 사제 폭탄 제조 장면을 본 루시는 폭력과 폭력의 충돌이라는 현실에 흔들리고...

 

헤어진 여인들은 어떻게 될까? 그건 <All You Need Is Love>라는 노래로 표현된다. 사랑 하나만 있다면 모든 게 극복된다는 결말은 (비틀즈의 유명한 옥상 공연 장면도 생뚱맞기는 했지만) 비록 존 레논이 주장하기는 했지만, 그건 비틀즈의 일면만을 이해한 건 아닐까 싶다. 존 레논의 <Imagine>을 보면, 그가 그렸던 건 단순히 남녀의 사랑으로 모든 걸 극복하자는 식의 사랑주의자 타령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반전 가요로 인기를 끌었다는 <Come Together>에서도 마찬가지고.

 

비틀즈의 노래만으로 만들어진 독특한 뮤지컬 영화인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는 이 영화에 대한 혹평의 대부분이 시나리오를 거론한 것일만큼 어느 정도 부실하며, 노래 편곡도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고는 있지만, 많은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그리고 노래를 제외하고서도 영화 곳곳에 숨겨져 있는 비틀즈의 흔적을 찾아내고, 그것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어쩌면 비틀즈 팬들에게는 마치 사은품과 같은 느낌을 줄 수는 있을 것이다. 

 


(총 0명 참여)
ldk209
감사합니다....   
2008-05-16 10:04
shelby8318
님의 글을 추천합니다.   
2008-04-09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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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크로스 더 유니버스(2007, Across the Universe)
제작사 : Revolution Studios / 배급사 : 소니 픽쳐스 릴리징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스 코리아 (주)
수입사 : 소니 픽쳐스 릴리징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스 코리아 (주) / 공식홈페이지 : http://cafe.naver.com/movieonsty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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