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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보다 지독한 유혹 매치 포인트
kharismania 2006-04-06 오전 3:07:34 1189   [5]

 

 1995년 KBS에서 방영했던 '젊은이의 양지'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최근 주식으로 대박이 터진 욘사마가 본격적으로 얼굴을 알리는 첫발걸음이 되기도 했던 이 드라마는 사실 1925년 '미국의 비극(An American tragedy)'이라는 사실주의 문학이 잉태한  'A place in the sun'-젊은이의 양지라는 제목의 '양지'에 해당되는-이라는 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이었다.

 

 1995년 KBS에서 방영했던 '젊은이의 양지'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최근 주식으로 대박이 터진 욘사마가 본격적으로 얼굴을 알리는 첫발걸음이 되기도 했던 이 드라마는 사실 1925년 '미국의 비극(An American tragedy)'이라는 사실주의 문학이 잉태한  'A place in the sun'-젊은이의 양지라는 제목의 '양지'에 해당되는-이라는 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이었다.

 

 어쨌든 성공과 사랑이라는 갈랫길위에서 비열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해할법도 한 선택의 갈등구조와 비극적 상황의 감정적 내러티브를 구도있게 표현한 이 드라마는 나름대로 인기리에 방영되었고 필자 역시 어린나이에 무엇을 얼마나 알았겠느냐마는 재미있게 보았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남자라면 누구나 성공을 꿈꾼다. 물론 성공의 척도가 무엇이 되느냐는 개개인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적어도 돈이라는 상징적이면서도 노골적인 잣대가 그 성공이라는 가치를 퇴폐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사실이다. 

 

 성공이 현실이라면 사랑은 로맨틱한 판타지다. 물론 사랑과 성공은 서로 등을 돌린 두마리 토끼가 아니다. 허나 둘은 자석의 N극과 S극처럼 맞닿아있으면서도 서로를 밀어내는 오묘한 비공존성을 보일 때가 있다.

 

 이 영화는 한남자의 선택의 기로를 종용한다. 물론 그것이 지독한 상황적 혼란을 가중시킨다거나 하나의 가치를 전복시키는 흑백논리적 사고로 편중되지는 않지만 두가지의 가치를 고스란히 떠안은채 상황을 외면하는 어리석은 선택이 부르는 딜레마의 파장을 서서히 키워나간다.

 

 크리스(조나단 라이 메이어스 역)는 프로 테니스 선수였지만 자신의 실력에 회의를 느끼고 은퇴한 뒤 테니스 강사로 일한다. 그러다 부유한 톰(매튜 굿 역)을 만나 친해지고 그로인해 알게 된 그의 여동생 클로에(에밀리 모티어 역)의 구애를 받으며 교제하게 된다. 그러던 중 톰의 약혼녀 로라(스칼렛 요한슨 역)를 만나게 되는데 그녀의 매력에 반하지만 톰의 약혼녀인 그녀를 은연중에 가슴에 품게 된다. 그리고 그 감정의 혼선은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이야깃거리를 제공한다.

 

 이 영화는 흥행성과 작품성 두마리의 토끼를 한손에 거머쥐고 있는 것만 같다. 영화의 흥미진진한 재미는 관객을 만족시키면서도 단순히 팝콘이나 씹어대면서 생각없이 즐길 영화만은 아니다.

 

 물론 이 영화가 우디 알렌 감독의 영화라는 것을 인지한 관객이라면 애초에 그런 발상따위는 지니지 않았을 것이다. 그의 냉소적인 웃음이 보여주던 리얼리즘의 미학은 재미있지만 유쾌하지만은 않은 씁쓸함이 잔존하는 현실이 살아있는 그것이었다.

 

 다만 이 영화는 지난날 그의 흔적과는 조금 다른 궤도를 그린다. 이 영화는 의도적인 웃음의 흔적 따윈 찾을 수가 없다. 물론 상황자체가 종종 보여주는 재미는 있지만 작정하고 관객을 간지럽히는 웃음은 보이지않는다.

 

 그러나 여전히 이 영화는 냉소적이다. 특히나 영화의 최후반부에서 가해자와 피해자-사실 이 상황 자체는 표면적으로는 형사가 꾸는 꿈으로 묘사되지만 내면적으로 크리스 자신의 죄의식이 부르는 자기고백적인 상황묘사라고 이해하는 것이 필자 개인으로는 바람직하지 않을까 싶다-간의 대화에서 보여지는 징악론적인 예언은 예상밖의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빗나간 결론으로 귀결된다.

 

 사실 관객은 상당히 모호한 관점으로 어느 한쪽에 가치관을 부여하지 못한채 부유한다. 크리스의 외도에서 보여지는 로맨스의 달콤함을 관음하면서 동시적으로 외도라는 상황 자체가 궁지로 몰고가는 결혼생활의 위기를 주시하는 것. 또한 결과자체에서 보여지는 지극히 그의 성공적인 도피적 범죄 행각에 비열함을 느끼지만 한편으로는 모험을 탈피한 현실적 안주감에 안도한다.

 

 영화의 시작에서도 보여지지만 이 영화는 소극적인 우연성보다는 거부할 수 없는 운명론에 무게를 싣는다. 실력과 노력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운이 따라야만 모든 일이 가능하다고 말하는 크리스는 자신의 말마따나 지독하게 따라주는 운으로 궁지에서 탈출한다.

 

 후반부의 이야기구조는 상당히 기발함이 넘치면서도 안정적인 충격이 동반한다. 이 영화의 우연성은 무시할 수 없는 리얼함의 연속이다. 사실 우리가 사는 삶도 필연의 연속만은 아니다. 생각해보면 삶은 우연의 연속이고 그것은 현실이기에 필연이 되는 것 뿐. 영화는 그런 우연성을 필연으로 느낄만큼의 영민함을 갖춘다면 충분한 설득력을 얻는다. 이 영화는 충분한 설득력을 얻는다. 그리고 그 충분한 설득력에 매료되는 관객이 받아들여야 하는 영화의 결론은 허탈하지만 깔끔한 모순을 동반한다.

 

 영화의 도입과 함께 슬로모션으로 네트위를 비행하는 테니스공과 함께 흐르는 나레이션의 운명론은 후반부에 반지로 대체되어 상징적으로 변주되며 도입부의 운명론적인 갈림길에 대한 나레이션을 플래쉬백한다.

 

 가끔씩 '만약'이라는 생각을 한번씩 하게 된다. 이미 돌이킬 수 없음에도 생각안에서 부질없이 시간을 되돌아가는 것은 어쩌면 우리가 선택했을지도 모를 또다른 운명에 대한 회귀본능이다. 우리는 항상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그것이 노골적으로 강요를 하든 은연중에 스쳐지나든 간에 항상 모든 것은 선택의 기로안에서 그 결과물을 쏟아내는 법이다. 이 영화는 그러한 우리의 현실을 현실보다도 더욱 실감나게 묘사한다.

 

 크리스의 열정적인 사랑은 현실을 무너뜨리려 했고 그는 결국 자신이 선택한 사랑앞에 엽총으로 이별을 고한다. 자신의 떨리는 마음이 진실이었음을 증명하려 했지만 결국 상류사회의 향락에 물든 그의 현실은 그의 사랑을 허락하지 않는다.

 

 어쨌든 모든 것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그를 위협하는 비밀도 의심도 모두 다 거짓말처럼 증발해버리고 그토록 바라던 2세와 함께 편안한 일상으로 돌아온 그는 과연 안도할 수 있을까. 도예토에프스키의 '죄와 벌'은 단지 그에게 상류사회로 가는 이용가치에 지나지 않았을까. 과연 그는 라스콜리니코프처럼 죄의식에 사로잡힐 것인가. 분명한 건 그가 신봉하던 운이 그의 믿음을 증명했고 그가 그토록 갈구하던 사랑도 배신한 부유한 성공이 여전히 그를 지탱하고 있다. 현실은 문학의 고결함을 때론 배반한다. 그것이 추악할지라도 지극히 현실적이라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별로 없다. 그렇기 때문에 관객들은 영화의 결론앞에서 비통함을 부르짖으면서도 내심 씁쓸한 동감을 삼키는 것일지도 모른다. 사랑보다도 지독한 유혹. 그가 결국 이겨내지 못한 현실의 선택은 안주하고픈 삶에 대한 갈망이라기 보다는 진심이 부족한 사랑에서의 도피가 아니었을까.

 

 그래도 크리스가 외도를 했다는 것 자체에 대해서는 조금은 이해가 간다.-그대가 남자라면 스칼렛 요한슨 같은 여자에게 감히 매혹당하지 않는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가!- 이것은 도덕을 떠나 본능적으로 거부할 수 없는 원초적 본능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그래서 크리스의 어리석지만 거부할 수 없는 외도에 고개를 끄덕인 것일지도 모른다.-여자들에게 돌맞아도 이건 남자로써 수긍할 수 밖에 없는 사실이다!!-물론 그렇다고 필자가 그의 비극적 선택까지 동조하는 것은 아니다. 외도가 옳은 것은 아니지만 살인과 동일시되는 죄악은 아니니까. 비록 이것이 그의 변명일지라도 말이다.

 

                                  -written by kharisma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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