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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색깔이 말하는 슬픈 영웅들의 담담한 시선 영웅: 천하의 시작
egoist2718 2002-12-29 오후 6:23:55 2947   [23]
영웅의 모니터링 시사회는 모두 호쾌하고 신나는 무협액션을 기다린 사람들로 북적거렸다..그러나 장예모의 영웅은 너무나 정적이고 슬픈 몽환적인 무협액션영화였다..
누구나 자기가 기다린 것이 아니면 실망 부터 하는법 , 나역시 조금은 심심한 마음으로 관전했다.. 그러나 영웅은 와호장룡의 매력에 한번 빠져 보았던 나의 눈을 빼았기 시작했다..

와호장룡이 무협영화면서도 감동적인 영화였던 것은 바로 액션에 색깔을 더해 검이라는 것에 삶의 무게를 담았기 때문이다. 이 영화 영웅도 바로 색깔에 인물들의 갈등,애증, 이념 그리고 깨달음의 과정을 담담하게 감독의 시선으로 담았다..

색(色)얘기는 나중에 하고 나는 스토리의 특이성에 의문을 가지게 되엇다..스토리는 단 하나, 무명(이연걸)이 영정(진시황)앞에 최고의 자객들을 물리친 무용담 얘기, 단 하나 뿐이다.그걸 6가지 형태로 진실과 거짓 그리고 반복으로 보여준다..그러면서 우리는 검의 날에 뒤에 감쳐진 진실에 접근해 가면서 무명과 파검이 자신을 버리면서 까지 지키려하던 소중한 무언가를 만난다..

장예모 감독이 그리려던 것은 진정한 영웅이란 무엇인가? 아마 그 답을 찾고자 했을 것이다..어쩌면 영웅의 부재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로써는 너무나 난해한 영웅의 조건..그 영웅의 조건은 간단하다..자신이 속한 사회를 위하기 보다 전체 즉 모든 나라들간의 앞날의 평화까지 내다보는것.. 너무나 간단한 것 같지만 범인인 나로써는 절대 갈수 없는 경지. 그 경지에 다달르는 과정을 색으로 표현했다.
 
첫번째 색(色) 회색: 무명과 은모장천의 대결은 거의 검은색에 가까운 회색이다.그리고 끝없이 일정한 리듬으로 떨어지는 비.. 지나친 와이어 사용과 과장된 몸짓으로 그려진 결투씬은 빗소리와 어울러져 관객들로 하여금 어떤 음모에 같이 동참하는 효과를 본다. 그리고 모든 색이 합쳐져서 어둠이 되듯이 검은회색은 결국 지금의 우리들의 본질적인 색깔을 말한다..누구를 위해 희생할지 모르는 가장 이기적인 색 회색... 이 장면을 보면서 나는 이 영화가 어느 방향을 제시하는지 모르고 감독의 음흉한 음모에 같이 동참하게 되었다.. 과장된 액션은 분명 진실이 아님을 보여준다..

두번째 색(色) 빨강: 개인적으로 영화에서 이 부분이 뇌리에 선명하게 남았다..끝없이 모래에 글을 쓰면서 검의 진정한 의미를 쫓는 파검(양조위), 그의 시중을 드는 월이(장쯔이), 그리고 냉혹한 여검객 비설(장만옥)..
무명이 이 둘을 제거하기 위해 꾀를 써서 이들을 죽인다는 내용인데 온통 붉은색이다..장예모감독의 붉은 수수밭을 기억할 것이다.제목에서 보여주듯 장예모는 붉은 색을 자신의 영화에 항상 주제를 포함하는 역할을 부여했다.. 그러나 이 부분에서의 붉은색은 음모와 질투 그리고 애증의 관계를 표현하는 수단으로만 이용되었다. 결국 우리는 이 붉은색의 마지막장면에서 노란단풍들 앞에서의 붉은 옷을 입은 비설과 월이를 보면서 이것도 거짓이라는 것을 알게된다..노란색은 단지 질투의 색깔..그 뛰어난 자객 파검과 비설이 질투때문에 자멸하지는 않았을 것을 짐작하기 때문이다..

세번째 색(色) 파란색: 진실도 아니고 거짓도 아닌 색..투명하고 차갑고 슬픈색은 그들의 음모가 밝혀지는 부분이지만 그렇다고 진실도 아닌 색이었다..아마 영화 영웅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들과 슬픔으로 가득 채워진 파트이다.. 이 부분에서 장예모감독은 무명과 파검의 생각속의 결투씬을 수중위에서 한 쌍의 학이 날듯이 표현했다..오로지 영정을 없에기 위해 10년동안 무술을 닦은 무명과 그 생각에 동참해서 죽은 비설, 그리고 그들를 말릴수 없는 파검의 괴로운 심정을 절묘하게 표현하고 있다..모든 씬마다 화려한 액션은 등장하지만 장예모감독의 연출은 정적이다.. 우리는 그들의 날이 선한 칼날끝에서 슬픔밖에는 못느끼기 때문에..

네번째 색(色) 초록색 : 우리가 가지는 일반적으로 가지는 초록색의 의미는 희망이다. 그 희망을 희망이 아닌 파검과 비설의 갈등의 시작으로 이용되고 역으로는 파검이 영정을 죽이진 않은 이유가 분명 앞날에 대한 희망을 내포하고 있다고 표현했다..감독이 놀라운 진보적인 가치관을 표현하는 파트이다. 수없이 드리워진 초록색 커튼이 칼날에 의해 떨어질때마다 우리는 점점 진실에 가까워짐을 알 수있다.
파검과 비설이 서로 너무나 사랑하지만 멀어지는 이유가 바로 희망에 대한 가치관의 차이 때문이라면 이해하기 쉬울듯... 대체 파검은 무엇을 깨달았을까?

다섯번째 색(色) 흰색: 너무나 깨끗한 색깔 그리고 반대로 죽음의 색깔 흰색..여기서 감독은 모든 진실을 얘기한다. 무명은 세 명의 자객들을 죽인 상으로 영정(진시황) 앞 10보까지 진출하고 그를 죽일 수 있는 필살의 마지막 검술만을 남긴 상태..그러면서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영정과 무명의 음모에 동참한 장천,파검, 비설의 관계까지 밝혀진다. 그러면서 무명이 또한 파검과 같이 검의 진정한 의미를 깨달으는 순간이다.. 무명은 파검이 왜 영정을 죽이지 않았는지 그의 글씨를 통해 알고, 영정도 그 의미를 받아 들인다..감독은 여기서 파검과 비설의 죽음을 보여주는데 그들이 같이 할 수 없는 이유가 생각의 차이 때문이 아니라 진정한 같이 있음은 죽음밖에 없다는 것을 그려 보인다.(이념과 가치관을 떠나서) ... 무명도 결국 영정을 죽이지 못하고 수천개의 화살을 맞고 죽는다... 결국 흰색은 진실과 죽음을 표현하다. 그리고 남은 자들의 슬픔까지도 어쩌면 또 다른 영웅 진시황이 그 마지막 얼굴이 주제를 표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영화는 그런 크라이막스마저 담담하게 표현함으로써 슬픔을 증폭시킨다.

영웅은 정말 끝없이 생각하게 만들어 주는 영화였다..영웅이 없는 이 시대에서 자신을 버리고 앞날을 위해 희생한 무명과 자객들의 얘기를 설화적인 표현을 씀으로써 더욱 슬프고 담담하게 그린 장예모의 연출력에 놀랐다.. 스텝들도 모두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사람이 참가해서 그런지 모든 장면이 놀라웠지만 그걸 그리도 정적으로 표현한 장예모의 감독의 능력에 또 한번 감탄을 했다. 분명 영웅은 지금의 중국을 빗대어 그린영화기도 하다. 이념이 무너진 중국에서 약한 자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수 없을 것이다.
이념이 무너진 중국에서 국민들을 구원할 영웅이 나타나길을 기다리는 영화인듯.
그리고 양조위와 장만옥의 애증의 연기 표현은 상당한 볼거리 이다..둘의 팬인 나로써는 그들의 몸짓, 행동 하나하나가 무척 가슴에 남았다. 색깔의 반복과 진실에 접근해가는 방식은 지금까지 영화와는 상당히 다르다..
또한, 처음부터 끝까지 그들의 얘기를 담담하게 표현해서 관객들로 하여금 색의 미학을 빠지게 하는 방식도 너무 좋았다.

마지막으로, 장예모 감독은 또 다른 용도로 붉은 색을 사용한다.. 검은 군인들의 머리에 달린 붉은 날개털, 그리고 무명의 죽음을 감춘 붉은 천... 이것은 앞의 붉은 새의 의미와는 다를 것이다.. 영화 내내 군인들의 머리에 드리워진 붉은 색은 앞날에 대한 희망과 그들 민족의 자긍심을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결국 장예모는 붉은 수수밭때 마냥 붉은 색을 무겁지 않은 삶과 앞날에 대한 희망으로 남겨두었던 것 같다.

(총 0명 참여)
색에 관련된 이야기 퍼가겠습니다.   
2004-02-07 12:43
회색이 과장된 액션이면 모든색이 다 거짓이겠군..ㅡ,.ㅡ   
2003-01-16 11:17
음...정말. 분석을 세밀히 하셨네요. 감탄..   
2003-01-03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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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 천하의 시작(2002, H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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