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전사극 계보 잇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극장가에서 꾸준한 흥행력을 유지하고 있는 퓨전사극 장르의 영화이다. 비슷한 류의 영화로 당장 <음란서생>, <조선명탐정:각시투구꽃의 비밀> 등을 떠올릴 수 있을만큼 꽤 익숙한 포맷이다. 

 위의 영화들은 기존의 사극을 뼈대로 발칙한 상상력이나 코믹한 요소를 집어넣어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관객들에게 새로운 재미를 느끼게 한다는 공통적인 노림수를 지니고 있는데 영화 <바람과 함게 사라지다> 역시 이러한 기획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조선명탐정>+<도둑들>=<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음란서생>이 양반의 성(性)을, <조선명탐정>이 탐정을 소재로 사극을 재해석해냈다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조정의 보물을 노리는 대범한 '도둑들'을 소재로 한바탕 활극을 펼쳐보인다. 

 우의정의 서자 출신으로 조정을 거머쥐려는 야심가 좌의정 '조명수에 의해 가문의 몰락을 맞은 덕무(차태현)는 역시 조명수에게 관직을 박탈당한 동수(오지호)와 의기투합하여 공동의 적을 치기 위해 조선 역사에 유례없을 '도둑질'을 계획한다. 그것은 바로 서빙고의 얼음을 통째로 털겠다는 것. 

 이를 위해 덕무는 한양 최고의 돈줄 '수균(성동일)', 도굴 전문가 '석창(고창석)', 폭탄 전문가 '대현(신정근)', 마차꾼 '철주(김길동)', 변장술의 달인 '재준(송종호)', 정보책 '설화(이채영)' 등 조선 최고의 '꾼"들을 섭외해 본격적인 거사를 준비하기에 이른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총출동해 하나의 타겟을 훔치기 위해 의기투합한다는 영화의 내용은 영화 <오션스 일레븐>과 최근 개봉한 <도둑들>과 유사하다. 물론 우연의 일치겠지만 겉모양새만 보았을 때는 조선시대판 <도둑들>을 목표로 제작한게 아닐까 싶을 정도다.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아쉬움은 바로 이 지점에서부터 출발한다. 익숙한 포맷, 보증된 스토리를 전부 다 가져와 차용한 것까진 좋은데 뭔가 익숙한 것의 나열일 뿐, 새로운 것을 뽑아내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차태현과 오지호, 둘의 연기궁합은??

 조선 팔도의 난다긴다하는 도둑들이 모여 티격태격하는 와중에 팀워크를 이뤄가는 과정이라던지 간간히 녹아들어있는 러브라인 등은 소소한 재미를 주긴 하지만 그 자체가 영화의 퍼스널리티로까지 이어지진 못한다. 

 특히 이렇게 한정된 이야기에 등장인물이 많은 경우, 각 캐릭터의 개성에 의존하게 될 수 밖에 없는데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영화를 이끌어가야 할 두 주연배우의 캐릭터가 전혀 인상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차태현은 여배우의 도움 없인 여전히 심심해 보이며 오지호는 <추노>의 자기복제에 그친다. 서로 누구에게 도움을 줄 상황이 아니다보니 콤비네이션은 커녕 조연인 고창석과 김정근의 '미친 존재감'에 밀릴 걱정을 해야할 정도이다. <조선명탐정>이 김명민과 오달수의 찰떡 콤비로, <도둑들>이 생생한 캐릭터 쇼를 통해 영화의 돌파구를 찾아낸 것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게다가 영화는 도둑질을 소재로 다루고 있지만 충분히 예측가능한 범위에서 사건이 진행되다 보니 긴장감의 끈이 느슨하며 갈등이 지나치게 쉽게 해소되는 등 맥빠지는 장면을 자주 노출한다. 심지어 막바지에는 서빙고에서 발견한 왕실의 금괴를 발견하고도 '우리 것이 아니니까'라며 손끝 하나 대지 않는 순진무구한 도둑의 자태(?)을 보여주기까지 한다. 탈취한 얼음들은 전부 백성들에게 나눠주는 착실함은 물론이다. 이쯤되면 '도둑들'이라기 보단 '명랑히어로'에 가깝지 않을까. 

웃음과 프로페셔널 2% 부족

 영화에서 주인공 덕무는 시종일관 '만사형통'이란 뜻의 O~K를 날린다. 그러나 적절한 소재에 적절한 유머, 적절한 배우들을 기용한다고 해서 뭐든지 O~K는 아니다. 이왕이면<조선명탐정>처럼 작정하고 웃겼더라면, <도둑들>처럼 좀 더 프로페셔널 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