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계의 인기 감독과 배우들이 총출동해 그 어떤 전문 성우의 목소리보다 더 실감나고 생
생한 목소리 연기를 보여주고, 연상호 감독의 전작인 단편 애니메이션 <사랑의 단백질>(2008)에
서 호흡을 맞췄던 독립영화계의 스타감독 양익준과 <퀵>(2011), <쩨쩨한 로맨스>(2010) 등을
통해 개성있는 연기를 선보여 온 배우 오정세가 각각 정종석, 황경민 역을 맡아 농익은 목소리
연기를 펼친 애니메이션 영화 <돼지의 왕> 곁으로 다가가 본다.
세상이 버렸던 15년 전 그날, 그 끔찍한 이야기가 다시 시작된다.
회사 부호 후 충동적으로 아내를 살인한 '경민(목소리 오정세)'은 자신의 분노를 감추고 중학교
동창이었던 '종석(목소리 양익준)'을 찾아 나선다.
소설가가 되지 못해 자서전 대필작가로 근근히 먹고 사는 종석은 15년 만에 찾아온 경민의 방문
에 당황한다.
경민은 무시당하고 짓밟혀 지우고 싶었던 중학교 시절과 사진들의 우상이었던 '철이(목소리 김
혜나)' 이야기를 종석에게 꺼낸다.
그리고 경민은 학창시절의 교정으로 종석을 이끌어, 15년 전 그날의 충격적인 진실을 밝히려 하
는데...
<돼지의 왕>이란 제목 자체부터 잔혹 스릴러라는 향내음이 풍기듯 애니 <돼지의 왕>은 잔혹 스
릴러를 물씬 느끼다 못해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소름이 돋는 것과 아울러 애니를 보고 이렇게까
지 생각에 깊게 잠기게 한 것은 아마 처음일 것이다. 황당하고 허무한 잔혹 스릴러가 아닌 현 생
활이나 과거 생활에서 다분히 일어날 소재를 각기 캐릭터들의 내면을 이끌어내는듯한 대사를 표
현한 이 애니는 실사 영화보다 이미지가 더욱 강하게 느껴지게 한다. 괜히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감독조합상, 무비꼴라쥬상, 넷팩 아시아영화기구상까지 무려 3관왕을 수상한게 아니라
당연히 이 정도로 깊은 생각에 잠기게 할 애니라면 3관왕도 당연한 일이라는 생각이 엔딩 자막이
올라가기전부터 들었다. 이 영화의 묘미는 무엇보다 인간이 가진 내면세계를 평면인 애니의 캐
릭터를 통해서 극대 표현한 점이다. 마치 실사 영화를 감상하듯 한마디 한마디 하는 대사가 귀를
통한 뇌리와 가슴에 다가와 결국은 눌러 앉는 형상까지 이르르게 만든다. 애니에 별로 관심과 취
향이 없어 애니를 안 찾는 편이라 실은 별로 관심을 갖지 않고 다가갔는데, 결과는 놀랍게도 올
해 우리나라 애니 영화 <소중한 날의 꿈>에 이어 두번째로 손가락에 꼽고 싶을 정도로 수작다운
수작을 만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인상 깊게 다가왔다. 여러분께도 이 애니를 감상할 기
회가 있으시면은 캐릭터들이 하는 대사를 곱씹으면서 감상하시면 보다 영화가 가진 이미지를 곱
절로 느끼실 애니 <돼지의 왕>을 여러분께 추천드리는 바이다.
여러분 좋은 영화 많이 감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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