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기 감독. 김주혁, 이시영, 이윤지 등 주연의 <커플즈> 포스터
커플탄생의 법칙 <커플즈> 무료 관람권 이벤트 진행중
영화 속 사랑이야기, 현실이면 안 되겠니?
가슴 떨리는 사랑의 시작을 담은 숱한 로맨스 영화는 어쩌면 ‘판타지’ 장르인지도 모르겠습니다(싱글들에게는 특히). 하룻밤의 로맨틱한 사랑을 담은 <비포 선 라이즈, 1996>를 보며 낯선 여행지에서의 우연한 만남을 꿈꿔 보지 않았나요? 하지만 현실이라면 신종 사기수법부터 떠올리지 않을 수 없지요. 여배우가 일상으로 들어오는 <노팅힐, 1999>은 공주와 평민의 사랑을 담은 예쁜 동화처럼 다가오고, <브리짓 존스의 일기, 2001> 속 두 남자의 결투는 사랑에 대한 얼마나 고전적인 판타지이던가요.
현실감은 제로지만 감정이입은 100%!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들의(!) 사랑 이야기에 기꺼이 빠져듭니다.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멋쩍어지는 홍상수 감독의 연애 이야기가 가끔은 거르고 싶은 쌀밥이라면, 아기자기 귀여운 로맨틱 코미디는 오후의 달달한 디저트 같다 할 수 있습니다. 현실을 잠시 잊게 해주는 달콤한 디저트의 유혹과 주인공들에 빙의하여 사랑에 빠져들게 하는 로맨스 영화의 묘수는 꽤 닮아있지요.
한 가지 주의할 점이라면 훈훈하게 극장을 나선 후 찬바람과 마주하는 순간, 현실이 좀 더 씁쓸하게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이지요. 특히 짝 없는 싱글이라면 현실에서도 응용 가능한 영화가 절실해지는 순간일 텐데요. 그 절규가 통했는지 ‘커플 탄생의 비밀을 알려주는 연애지침서’를 내건 우리 영화 <커플즈>가 나타났습니다. 과연 영화를 보고나면 짝이 생기는 걸까요? 솔로들의 임상실험을 기다리고 있는 영화 <커플즈>를 시네마 브런치에서 만나봅니다.
로맨틱 코미디와 ‘메멘토식 구성’의 만남이라니!
<커플즈>는 한 쌍의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개성 강한 다섯 싱글의 커플 탄생기를 담고 있습니다. <러브 액츄얼리>의 흥행 이후 옴니버스식 로맨틱 코미디 영화는 연말이나 발렌타인데이 시즌의 공식처럼 등장하고 있는데요. 솔직히 화려한 면면에 비해 실망스러운 경우가 많았지요. 호화 캐스팅에 눈요기는 충분했지만 이벤트성 프로듀싱의 한계로 내용이 허술하거나, 이야기가 억지로 엮이다보니 ‘한편’의 영화가 지녀야할 완결성이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포스터를 닮지 말고 재미를 닮았으면 좋았을 텐데.
<커플즈>는 일단 이 지점에서 차별화된 길을 택하고 있습니다. 단 하루 동안 일어난 사건을 시간 순이 아닌 다섯 명 시점으로 각각 풀어낸 것인데요. 중요한 점은 각 인물에게 벌어지는 사건이 나머지 인물들의 이야기와도 절묘하게 맞물려 풀려간다는 사실입니다.
메멘토식 구성을 제대로 즐기려면 소소한 장면도 놓치지 말 것!
무심히 지나친 행동 하나가 누군가에게는 결정적 사건으로 증폭되는 구성. 이는 ‘커플탄생의 나비효과’를 의도한 것인데요. 신선한 설정은 아니지만 초반 얼핏 지나쳐간 한 컷이 후반부 중심 이야기로 재구성되는 순간, 그 짜릿한 묘미는 언제나 일정 수준 이상의 재미를 보장하지요. 특히 사건의 면면을 점층적으로 공개하며 결국엔 각각의 연결고리를 모두 풀어내는 ‘메멘토식 구성’은 로맨틱 코미디에서 만나기 힘든 치밀한 반전의 묘미까지 기대하게 합니다.
영화에선 10초뿐인 다섯 배우의 모임.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이슈는 110분의 러닝타임 동안 다섯 명의 주인공이 한 프레임에 잡히는 신이 단 10초뿐이라는 사실. 그마저도 서로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하고 지나간다고 하니 놓치지 말고 숨죽여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커플이 탄생하는 찰나, 그 뒷얘기에 주목하다
대출금 갚으러 갔다 은행강도를 만난 유석(김주혁), 옛 남자친구를 회상하다 지갑을 소매치기 당한 애연(이윤지), 가짜 돈다발 때문에 사랑하는 여자를 떠나보낸 병찬(공형진), 새 인생 살려다 옛 남친 친구에게 붙잡힌 나리(이시영), 그리고 이 모든 악재의 중심에 놓여 갖은 수모를 겪는 복남(오정세)까지. <커플즈>의 버라이어티한 하루는 이 다섯 싱글들의 좌충우돌 이야기로 펼쳐집니다.
과장된 설정으로 현실을 파고들지 못한 점은 살짝 아쉽지요.
현실적이기보다는 다분히 영화적인 캐릭터와 설정이라는 점이 걸리는데요. 관객의 공감 없는 사랑 이야기는 박제된 감정이나 다름없지요. 그렇다면 <커플즈>는 현실성이 떨어지는 구성 안에서 실연, 배신, 바람, 짝사랑, 순정이라는 세심한 감정을 어떻게 담아내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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