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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만 포로들의 분노 최종병기 활
novio21 2011-08-10 오전 2:16:01 1121   [0]

  영화는 50만 포로들의 분노를 담고 있다.
  비록 과거의 일이지만 영화 속에선 국민을 지키지 못한 국가와 왕, 그리고 집권층은 책임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당했다. 무엇보다 정부와 집권층은 자신들의 책임은 방관한 채, 곤란에 처한 백성들 보고 각자 알아서 살아 돌아오라고만 했다. 무시하기엔 결코 작지 않은 숫자인 50만 포로는 현재의 대한민국에서도 적지 않지만 당시엔 굉장한 인구숫자였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들에 대한 안위를 걱정하지 않았던 조선정부를 보면서 50만 포로의 고난과 분노를 느낄 수 있었다.
  무책임한 정부, 그렇게 멀게만 느껴지지 않는다. 영화의 시대배경은 인조반정 때인데 차라리 매우 현대적인 느낌이 물씬 든다. 정부의 그렇게 역설하는 신자유주의가 요구하는 극단적인 경쟁은 말할 것도 없고 계속 축소되는 복지예산이나 서민들을 위한 공적 영역을 보면 이 영화, 왠지 모르게 시대를 초월한 상황과 분노를 담고 있다. 그래서 제목에 ‘최종병기’란 단어가 들어갔는지 모른다. 최종이란 어휘는 더 이상 쓸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의미일 것이기 때문이다. 즉 정부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으니 개인적으로 쓸 수 있는 활이라는 마지막 수단을 써서 백성들이 각자 알아서 생존하란 이야기처럼 들린다. 영화 ‘활’은 무책임하고 무례한 정부에 의해 비참한 현실을 당한 백성들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시작부터 불운한 죽음으로부터 시작하는 ‘최종병기: 활’은 어쩌면 주인공과 백성들의 불운을 암시하는 듯 하다. 인조반정이란 음울한 역사적 사건으로 시작된 이 영화는 당시의 극우보수층이라 할 수 있는 서인이 국제적으로 세련된 외교를 운영하고 있었던 광해군을 몰아내면서 조선은 위태로운 친명대청 강경책을 시작하게 된 때를 역사적 배경으로 담고 있다. 영화는 언젠가 있을 전쟁을 의미하는 ‘9년’이란 발언을 통해 역사적 사실이기도 하지만 역적집안으로 몰린 어느 남매의 불운한 미래를 암시한다.
  역적이란 주홍글씨는 ‘남이’와 ‘자인’의 운명을 결정지었다. 역적으로 분류되는 순간, 그들이 품을 희망은 무가치한 것이며, 언제나 숨어 살며 자신들을 드러낼 수 없기에, 세상에 당당히 설 수 있는 자신들을 결코 꿈꿀 수 없다. 양반으로서 과거를 쳐서 입신양명할 수 없었고, 누구나 다 하는 결혼을 통해 가족을 형성하는 기쁨조차, 상대 가문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기에 감히 시도할 수 없는 삶을 살아야 했다. 그들은 살아 있지만, 결코 알려져선 안 되는 사람들이었고, 어쩌면 이미 죽은 사람들로 기억될 이들일 뿐이었다. 그래서 그들의 삶은 비극인 것이다.
  이런 그들에게 잠깐 행복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그런 기회도 순식간이었고, 그들에게 행복의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바로 잠깐의 행복도 놓치는 그 순간을 단순한 운으로 돌릴 수 없는 그 무엇이 있다. 올바른 토론과 상대를 인정하는 자세가 없었던 조선정부와 기득권의 편협한 사고방식뿐만 아니라 국토를 결코 지킬 수 없으면서도 각종 특혜를 챙긴 기득권들의 무책임이 남매의 불행을 이끈 가장 큰 원인이었고, 이런 문제가 결코 남이와 자인에게만 덮친 것이 아니란 점이다.
  영화는 처음의 두 남매의 개인적이 불행을 넘어 청나라 장수와 남이의 불꽃 튀는 활싸움을 보여준다. 그들이 돌아오는 과정에서의 액션이 이 영화의 볼거리다. 특히 활이란 소재로 영화의 극적 재미를 이끄는 아이디어는 매우 색달랐고, 영화를 보면서 매우 효과적이었다는 것을 느꼈다. 정적일 것만 같은 무기 활이 액션과 상황에 따라 더없이 활력이 넘치고 Speedy한 매력을 갖고 있음을 이번에야 알았다. 순간성의 상징인 활은 지금까지 많은 액션영화에서도 사용하지 못했고 사용하기도 쉽지 않은 무기다. 아마도 무기로서의 활력이 덜한 것으로 평가됐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이런 고정관념을 ‘최종병기: 활’은 멋지게 깨고 있다. 쫓고 쫓기는 긴장감 속에서 한 번에 모든 것을 거는 활의 매력은 지금까지 잘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거리감을 상쇄시키는 활은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함은 물론 상대의 위치가 어디이든 언제나 긴장감을 느끼게 하는 무서운 무기다. 또한 박해일과 류승룡의 뛰어난 연기력이 이런 극적 긴장감을 극도로 끌어올렸다. 확실히 연기자가 왜 중요한지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이런 멋진 장면들이 있지만 영화는 불운한 조선의 미래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들려주고 보여주는 50만 포로들의 운명은 활을 통해 살린 사람이 얼마가 되든 결국 개인적인 모험담일 뿐, 모든 이들을 위한 활동이 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비호를 받지 못한 국민들의 불행이 어떤 것인지, 그리고 책임을 방기하고 모른 채 하는 정부와 기득권들의 만행이 어떤 사태를 초래하는지도 보여준다. 중요한 것은 가장 믿음직한 존재가 되지 못한 정부와 과연 과거에만 있었는가 하는 점을 되새긴다면 이 영화, 너무 우울하고 그 비판정신이 무척 가슴 아프다. 그래도 이 영화는 희망을 준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제대로 알려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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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병기 활(2011, War of the Arrows)
제작사 : (주)다세포 클럽, (주)디씨지플러스 / 배급사 : 롯데엔터테인먼트
공식홈페이지 : http://www.2011ho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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