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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영화] <수상한 고객들> & <그리고 끝까지 포기하지마> 수상한 고객들
kensin1999 2011-05-02 오전 10:57:41 1254   [0]

 

[북+영화] <수상한 고객들>+<그래도 끝까지 포기하지마>

 

 

이 글은 영화 <수상한 고객들>과 도서 <그래도 끝까지 포기하지마>를 읽고 쓴 북+영화 크로싱 감상문입니다. 내용 전개상 과도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으니, 영화를 아직 보지 않으셨다면 읽지 않는 것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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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보장성 코미디 (수상한 고객들) | 고객님~ 이러시면 안됩니다!!!

한때는 야구왕을 꿈꾸던, 업계 최고의 안하무인 보험왕 배병우. 어느 날 고객의 자살방조혐의로 인생 최대 위기에 처한 그는 몇 년 전, 고객들과의 찜찜한 계약을 떠올리고 그들을 찾아 나선다. 우울모드 기러기 아빠 오부장과 까칠한 소녀가장 소연, 입만 열면 욕설을 내뱉는 꽃거지 청년 영탁과 애 넷 딸린 억척 과부 복순까지. 방심하다간 한 순간에 한강물로 뛰어들 기세인 그들의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병우는 온갖 감언이설과 허세를 총동원, 고군분투 한다. 불순한 의도로 접근했지만, 예상치 못했던 그들의 순수함과 가족애에 점점 감화되는 병우. 수상한 고객들을 위한 그의 A/S는 과연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 네이버 영화

 

 

1. 수상한 고객들 .

 

“구겨진 인생들의 이야기” (스포주의)

 

 

네이버의 친절한 설명에 따르면 영화는 전형적인 류승범식 코미디다.(포스터가 주는 느낌 또한 그렇다, <품행제로>의 아우라가 느껴지지 않는가?) 나 또한 ‘충무로 애드립 황제’라는 별칭을 가진 그의 연기를 기대하며 영화관에 들어섰다. 아마 나도 다른 관객들도 무료한 일요일 그가 ‘큰 웃음’을 안겨주기를 기대했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류승범’을 기대하고 친히 이 영화의 표를 끊었다. 하지만 그것이 판단 착오였음을 곧 깨닫게 된다. 영화가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것은 보험설계사 병우의 인생 이야기가 아니며 극의 중심 또한 그가 아니기 때문이다. 영화는 ‘수상한 고객들’로 불리는 이른바 ‘구겨진 인생’들을 그리고 있다. 병우가 주인공이긴 하지만, 카메라는 병우의 생활을 쫓지 않는다. 이 수상한 고객, ‘구겨진 인생’들은 서울도심이라는 거대한 공간을 가로지르며 철저히 구겨져 간다. 이로서 영화는 편안한 코미디가 아니게 된다. (영화가 처음으로 관객의 뒤통수를 치는 순간이다.

 

이는 사실 영화 시작부의 연쇄 추돌 사고로부터 이미 예고되어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소연(윤하)의 공연료를 날치기해 도망치는 소매치기, 그로 인해 도로 한복판에서 발생한 다중 추돌사고, 그 한가운데 오부장(박철민)의 차가 있었고, 그 사고의 사망자 중에 환경미화원인 복순의 남편이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자살시도경험자이며, 오부장의 소개로 병우의 보험에 가입하게 된 사람들이다. 병우가 그들과 자신의 관련성을 깨달으면서 영화 초기의 연쇄추돌사고는 비로소 하나의 소실점으로 모인다. 병우가 쫓고, 그들이 파멸로 걸어들어가는, 결코 코미디 영화라고는 할 수 없는 비장한 구도

 

유능한 보험설계사, ‘연봉 10억’을 꿈꾸는 병우는 이 흐름을 거부할 수 없었다. “언제 자살할지 모르는 보험 가입자”의 납기만기일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 병우를 더욱더 조급하게 만든다. 자살방조죄, 보험사기 죄를 뒤집어 쓸 위기에 처한 그는 ‘연봉 10억’과 ‘장미빛 미래’를 위해서 그들을 필사적으로 쫓는다. 구겨진 인생들 때문에 자신의 인생이 구겨질 수 있다는 사실을 참을 수 없는 병우다.

 

병우는 산동네 비탈길을 오르고, 지하철에서 노숙하고, 한강 둔치의 버스를 뒤지며 언제 죽을지 모르는 고객을 찾아 나선다. 그는 “회사와 자신을 위해”, “생명보험을 연금보험으로 바꿔 줄 것”을 집요하게 요청한다. 고객의 상황과는 관련이 없다. 병우는 마치 냉혹한 호모에코노미쿠스 같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병우는 ‘좆같음’과 무의미함을 느낀다. (아마 술집에서 공연하는 소연(윤하)를 추행하는 취객의 머리에 술병을 집어던졌을 때가 아니었을까) ‘구겨진 삶’들 앞에서 연금보험과 생명보험의 차이는 없었던 것이다. “죽으면 돈이 얼마나 나와요?”라고 시니컬하게 묻는 그들 앞에서 병우가 무슨 할 말이 있었겠는가, 그러나 이 시점부터 병우는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다.

 

텐트를 사주고, 기타를 가르치고, “좌판이라도 하라”며 돈을 건네는 병우 “왜 그랬는지” 이유를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전직 야구선수였던 병우의 회상장면에서 우리는 답을 찾을 수 있다. 병우 또한 한번쯤 꿈과 희망이 “구겨진” 인생이었던 것이다. 선수시절 인턴기자로 처음 만난 혜인과의 대화를 보자.

 

 

 

병우 : 왜 나는 취재 안해주는 거에요?

혜인(서지혜) : 올 때 마다 패하셔서요.

병우 : 다음 경기에서 제가 저놈 삼진으로 잡을게요, 그러면 저녁 한 끼 같이 해주는 거죠?

 

 

 

 

 

보험회사 상사이자 야구 동료 ‘박 매니저(성동일)’과 배터리를 이뤘던 병우 또한 썩 뛰어난 선수는 아니었던 듯하다. 병우의 선수 생활은 크게 오래가지 못했다. 그러나 그와 진리의 꿈이 지워지지는 않은 것 같다. 야구배팅게임장에서 방망이를 휘두르는 진리와, 벽에다 야구공을 던지고, 선수시절의 모습을 액자로 담아놓은 병우를 보라, 아마 그들이 다시 그라운드에 서는 일은 없을 테지만, 그들은 꿈을 잃지 않았다.

 

그래서 병우가 그 ‘수상한 고객들’의 인생에 더 집착했는지 모르겠다. 어느새 병우는 그들의 구겨진 삶을 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복순의 아이들에게 “너희는 꿈이 뭐냐”라고 묻는 그의 모습에서 그 노력이 더욱더 진하게 드러난다. 병우가 오부장에게 “죽어버려!”라고 외치기는 하지만, 병우는 내심 그들이 살아갈 희망을 찾기를 바란다. 그리고 보험납기일 하루 뒤, 병우는 그들을 구하기 위해 마지막으로 “달린다.”

 

 

영화에서 주로 사용되는 “그래봐야 아무도 죽지 않는다.”는 플롯의 클리세가 아니더라도, 관객은 아무도 죽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다. “꿈을 찾아주기 위해” 병우가 노력하는 모습을 관객은 이미 지켜봤기 때문이다.

 

옥상에 올라간 소연(윤하), 지하철 역사에 앉아있는 틱 장애가 심한 영탁(쉴 새 없이 욕을 내뱉는다.) 차를 몰고 기차 건널목으로 가는 오부장(박철민), 인생을 끝낼 결심으로 도로로 뛰어들려 하는 복순(정선경)이다. 승범은 이들을 “한 사람도” 죽지 않게 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뛴다. 그러나 이들은 마치 병우를 기다리는 것처럼 보인다. 병우에 의해 가족이 있음을, 살아갈 희망이 있음을 극적으로 찾아낸 이들은 “생명보험을 연금보험으로 바꾸지 않고도” 모두 죽음의 문턱에서 “다시 한 번 생각해서” 살아 돌아온다. 여기에 그의 공이 없었다고는 아무도 말 하지 못할 것이다. 병우는 그들의 생명을 구한 것이 아니라 그들의 ‘희망’을 건져 올렸다. 선택은 그들이 했다. 그들-수상한 고객들-은 “살아가기로” 한 것이다. 어느 순간에도 기타를 놓지 않았던 소연처럼, 그들은 다시 한 번 가라앉아 가던 삶의 불씨를 되살렸다.

 

 

2. 그래도 끝까지 포기하지 마 (도서출판 지니넷, 2011)

 

‘수상한 고객들’의 험난한 여정은 해피엔딩으로 끝났다. ‘1년 후’라는 에필로그에서 화면의 색조가 밝아지고 모두의 인생이 제자리에 돌아오면서, 관객은 그제야 마음을 놓고 안도의 한숨을 쉰다. 이 글을 쓰고 있는 필자도 그제야 안도할 수 있었다.

 

오랜만에 볼 만한 영화를 봤다는 생각을 하면서 사후 작업으로 영화와 책을 묶어서 분석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요즘 학계의 트렌드라는 ‘통섭’이라는 코드에 맞추고 싶은 욕구도 있었다. 그 통섭의 대상은 최근에 읽은 도서출판 지니넷의 <그래도 끝까지 포기하지마>로 정했다. 핵심어는 인생, 그리고 포기하지 않는 삶

<그래도 끝까지 포기하지마>는 노르웨이 라면왕 이철호씨의 일대기를 다룬 책이다. 빈털터리 전쟁고아였던 그가 노르웨이에서 라면왕이 되기까지의 인생역정을 담은 이 책을 영화에 비추어 보면 그 또한 만만찮게 “구겨진” 삶을 살아왔음을 알 수 있다. 새 모이로 쓰는 빵을 물에 불려 먹을 정도로 가난했다는 그의 삶은 ‘수상한 고객들’ 이상의 처절함을 보여준다. 게다가 그는 ‘수상한 고객들’ 보다 더 힘든 삶을 살았다.(그에게는 ‘병우’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오롯이 그의 의지와 힘만으로 ‘구겨진 삶’을 펴 나가야 했다.

 

그러나 ‘수상한 고객들’의 결말처럼, 그 또한 그의 삶을 훌륭하게 펴는데 성공했다. (복순과 소연과 오부장과 영탁처럼) 43번의 다리 수술을 하고 절름발이가 되었지만, 그 또한 어느 순간 어느 때도 삶을 부정한 적도, 포기한 적도 없었다. (굳이 영화의 4인 중에서 그의 젊은 시절을 대변할 만한 인물을 고르라고 한다면 나는 ‘영탁’을 꼽겠다.) 집도 절도 없었던 그의 인생, 먹을 것이 없어 새 모이로 파는 딱딱한 빵을 사다가 뜨거운 물에 불려 먹어야 했던 삶이 어찌 팍팍하지 않았을까. 그러나 꽃이 다 피는 때가 다른 것처럼 늘 봉오리를 오므린 채로 “구겨져 있는 것처럼” 보였던 그의 삶도 어느 순간 피어났던 것이다. 그는 지금 누구보다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나 ‘수상한 고객들’이 삶의 끈을 놓지 않았던 핵심적인 이유는 바로 이런 것들이었다. 결코, 어느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는 것, 죽음 바로 한 보 앞에서라도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것, 그래도 살아가는 것...

 

(2011년 3월 한국을 방문한 노르웨이 라면왕(이철호))

 

3. 살아간다는 것은

 

<수상한 고객들>이나 <그래도 끝까지 포기하지마>가 주는 메시지는 동일하다. 지금의 삶이 구겨지고 힘들지라도 결코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영화에서 오부장의 대사 중 이런 것이 있다. “지금 내가 죽으면 얼마나 슬퍼해 줄 까요? 한 반년쯤? 그래도 잘 살아가겠죠?” 이는 냉혹한 현실을 대변한다. 고은은 “나 같은 게 장터에 앉아서 국밥을 처먹는다.”라고 자조한바 있고, 만화가 허영만 또한 친구가 죽은 지 하루도 안 되어 티비를 보여 웃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참 아이러니 했다고 회고한 바 있다. 신문지처럼 구겨진 인생이라고 쓰레기통에 자신을 던져 버려서는 안 된다. 그래도 포기하지 말아야 함을, 구겨져도 제각기 역할이 있으며, 살아갈 이유만 잃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쓰일 곳이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고 두 작품은 역설하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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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고객들(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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