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섭지만 무섭도록 눈을 뜰 수 없는 매력을 넘어선 마력
전날 잠을 조금밖에 못 자서 피곤한 상태로 영화를 보는데 보고 나올 때는 꿈인지 생시인지 헷갈리고 긴장이 풀리면서 다리에 힘이 풀릴 정도였다. 나탈리 포트만! 대단한 여배우이다. 영화관에 꽂혔던 영화 잡지를 보니 갈비뼈 부상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촬영했다고 한다. 백조처럼 순수하고 겁많은 여자에서 연출가의 도발로 점점 흑조로 변해간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일등을 향한 꿈, 1인 2역의 주인공이 되고 싶은 욕망 때문에 서서히 미쳐간다. 어디까지가 꿈이고, 어디가 상상이고, 어디가 진실인지 구분하기 힘든 구름 같은 전개 속에 관객인 나는 한 시도 눈을 돌릴 수 없었다. 엄마의 존재는 또 무엇인가? 스윗~하고 부르는 엄마인가, 자신의 꿈을 이루지 못해 딸을 시기하고 질투하는 악마인가. 그녀는 연출가의 말대로 자위부터 시작해서 나이트 가서 약도 하고 점점 미쳐간다. 마지막엔 완벽한 연기를 하고 자기도 모르게 자신을 찔러 죽는다. 최근 개봉한 친구와 연인사이의 나탈리포트만. 멜로와 이런 스릴러와 서로 다른 배역을 얼마나 잘 소화할 지 친구와 연인사이도 기대가 된다. 게다가 등을 훤히 보여주는 씬에서 보면 과연 대 여배우는 대 여배우다. 날개짓을 할 때 등의 소근육이 어찌나 발달해 있는지 정말 발레리나로 착각할 정도였다. 존경심이 절로 든다는. 영화는 딱딱 끊어지는 스토리를 보여주지 않아서 꿈과 환상, 현실과 착각의 경계를 확신할 수 없지만 너무 아름다웠다. 엄마는 그녀를 자신의 꿈을 포기하고 기른 소중한 딸이기에 지키고 아끼고 싶었겠지만 백조가 오리 품에서 자랄 수 없듯 더이상 품안의 자식이 아니었다. 오르골도 백조의 호수, 폴더형 핸드폰 한 가득 채운 MOM이란 단어의 벨소리도 백조의 호수. 발레리나의 꿈인 백조의 호수를 딸에게 무의식적으로 강요했고, 딸은 엄청난 강박관념 속에 철저히 혼자였던 것이다. 자신을 파멸로 몰고갈 수 밖에 없는 꿈을 향한 열정. 극중의 열정, 그리고 그 배역을 소화하는 배우의 열정. 영화 속 가득한 열정이 너무 멋진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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