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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의 올바름이 영화적 재미를 담보해주진 못한다.. 돌이킬 수 없는
ldk209 2010-11-04 오후 5:28:40 564   [0]
주제의 올바름이 영화적 재미를 담보해주진 못한다.. ★★☆

 

아마도 서울과 그리 멀지 않은 것 같은 교외의 조그만 마을에 미림(조민아)이라는 7살 소녀의 실종사건이 발생한다. 아내 없이 혼자 딸을 키워온 충식(김태우)은 전단지를 붙이고 담당형사에게 매달리는 등 생업도 포기한 채 딸을 찾아 나서는데, 그러던 어느 날 충식은 딸의 실종사건 발생 직전에 아동성범죄 전과자인 세진(이정진)이 마을에 이사 왔으며, 담당 경찰인 백반장(정인기)도 세진을 유력한 용의자로 의심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러나 몇 몇 사람들의 증언에도 불구하고 세진은 증거불충분으로 석방되고, 이는 또 다른 비극을 낳게 한다.

 

위와 같은 스토리의 영화라는 걸 알았을 때, 처음 떠오른 영화는 <굿바이 칠드런>이었으며, 영화를 보면서는 <다우트>가 떠올랐다. <돌이킬 수 없는>은 아동 성범죄자가 등장한다는 점에서는 <굿바이 칠드런>, 선입견과 편견에 따른 의심의 확신이라는 주제 의식에서는 <다우트>와 동일한 느낌을 받을 수 있으며, 한편으론 최근 한국 스릴러 영화 흐름의 선상에 놓여 있는 것도 분명한 것 같다. 무슨 얘기냐면 <돌이킬 수 없는>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결국 내 안의 괴물 또는 내 안의 악마에 대한 얘기라는 점이다.

 

대게 사람들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경향이 있으며, 이런 경향은 정보가 많아질수록 가속화되는 것 같다. 인터넷으로 인해 정보는 수용하기 힘들 정도로 흘러넘치고, 정보 수용자에게 요구되는 건 어떻게 보면 정보의 생산이 아니라 정보의 취사 선택 능력인 것처럼 보인다. 서로 대립되는 여러 정보들 중 어떤 정보를 선택해 자기화할 것인가.

 

이런 점에서 충식이라든가 어린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동네 사람들의 선택은 감성적으로는 어느 정도 당연해 보인다. 전과자에 대한 사회로의 안정적 편입을 지지하는 것이 이성적으로 옳다는 것에 동의한다. 그러나 그것이 머릿속에서 옳다고 생각하는 것과 실제 자신에게 닥친 현실일 때의 반응이 다를 수 있다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일견 모순되어 보이는 이런 감정이야말로 인간이라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당신이 전과자의 재사회화에 적극 찬성한다는 입장이라고 하더라도, 만약 이웃이 전과자라면, 그것도 천인 공로할 악행을 저지른 당사자라면, 거기에 한 술 더 떠 비슷한 범죄가 동네에서 발생했다면, 당신은 당신의 입장을 여전히 견지할 것인가. 쉽지 않은 선택이다.

 

따라서 영화 <돌이킬 수 없는>은 대립 당사자인 충식과 세진보다 주제 의식의 전달을 위해서는 백반장의 역할이 중요해질 수밖에 없는 지점이 있는데, 안타깝게도 이 지점이 영화의 가장 아쉬운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백반장은 공적으로는 절차와 원칙을 지키는 수사를 통해 범인을 검거해야 되는 입장이고, 사적으로는 어린 딸이 있는 아버지의 입장이다. 그런데 딱히 백반장이 이 두 입장의 대립이나 갈등으로 인해 힘들어한다거나 자신이 지켜야 할 공적인 자세를 포기하거나 유예하는 모습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고민의 흔적도 딱히 없다. 이런 상황에서 문형사(배호근)는 술자리에서 백반장에게 일갈한다. “범인을 잡고 싶은 게 아니라 그 놈이 싫은 거죠!” 주제가 함축된 대사이긴 하지만 이 대사가 튀어나오는 순간 상당히 생뚱맞다고 느껴진 건, 이러한 대사가 튀어나올 정도로 감정과 고민이 쌓여왔는가에 대한 의문이었다.

 

이것은 장르적 선택에 대한 문제, 또는 장르적 표현에 대한 문제일지도 모른다. 주제의 탁월함 자체가 영화적 완성도를 평가해주지 못한다는 건 너무나 분명한 사실이다. 내가 이 영화를 보면서 <다우트>를 떠올리게 된 건, 이러한 주제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장르는 밀도 높은 드라마일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반대로 미스테리 스릴러로서 <돌이킬 수 없는>은 주제 의식의 과다한 강조로 인해 장르적 재미를 놓치고 있다고 보인다. 평이한 연출에 성긴 편집은 전반적으로 이 영화의 이미지를 다소 밋밋하게 만들고 놓았다. 몇 번의 눈속임이 있기는 하지만 너무 뻔해 보여 재미를 주기엔 역부족이다. 정리하자면 주제 의식을 강조하려 했다면 드라마가 나았을 것이고, 스릴러 장르로서는 주제 의식의 강조와 허술한 만듦새로 인해 재미를 느끼기 힘들다는 것이다. <돌이킬 수 없는>은 이 딜레마를 해결하지 못한 채 여름철에 겨울 외투를 걸친 것 마냥 어정쩡하다.

 

※ 이 영화의 가장 큰 딜레마는 배우 이정진일 것이다. 단적으로 미스 캐스팅이 아닐까 하는데, 이는 이정진이 연기를 못했다는 게 아니라 그 역에 맞는 배우가 아니라는 의미에서다. 선해 보이는 얼굴과 과도할 정도로 허우대가 멀쩡한 이정진이 과연 선입견과 편견에 의해 파괴되는 역할에 어울리는지 의문이다. 거기에 이정진의 캐릭터 자체가 매우 평면적이어서 매력을 느끼기 힘들었다. 정신과 치료가 절실하게 필요한 아동성애자로 그렸다면 어땠을까?

 

※ <돌이킬 수 없는>은 제목 자체가 일종의 스포일러 역할을 하고 있다. 영화를 보러 가기 전부터 제목이 결론을 함축하고 있는 것 아닌가 했는데, 예상과 딱 맞아 떨어졌다. 도대체 이 영화에서 돌이킬 수 없는 것이 뭐가 있겠는가? 스릴러 장르에서 이토록 단순하게 결론을 예측할 수 있는 제목을 당당하게 사용하다니, 이게 제일 놀랍다.

 

※ 주제 의식의 과도한 강조는 영화의 마지막을 너무나 재미없게 만들어 버렸다. 차라리 세진이 실제 범죄자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모호함으로 마무리 지었다면 영화적 재미는 더 주어지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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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킬 수 없는(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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