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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과 불신이 남긴 돌이킬 수 없는 상처 돌이킬 수 없는
sh0528p 2010-11-08 오전 12:27:51 423   [0]

현대판 마녀사냥.
그 단어가 주는 역사적 경고를 되새겨 보게 된다.

 

"우범자 관찰카드"

 

조용한 시골 마을에 한 가족이 이사를 온다. 평범한 가족인 이들은 동네를 청소하는 궂은 일도 열심히하며 주민들과 섞이려 노력한다. 그러나 얼마지않아 동네를 발칵 뒤짚은 끔찍한 사건이 발생한다. 충식(김태우)이 생명처럼 아끼는 딸 미림이가 실종된 것이다. 처음엔 단순 실종으로 온 동네를 찾아 헤메였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단서나 연락이 없자 경찰은 사망사건으로  사건의 방향을 바꾼다. 바로 그때 새로 이사 온 세진(이정진)의 과거 전과가 적혀있는 '우범자 관찰카드'가 경찰에 전달되고 이를 알게 된 충식은 세진을 유력한 용의자로 의심하고 그의 전과가 적힌 종이를 동네에 퍼트려 모든 주민이 세진을 의심하기에 이른다. 조금씩 밝혀지는 사건의 단서나 목격자들은 세진이 범인이라는 정황을 굳히고 경찰도 물적 증거가 없음에도 그를 범인으로 믿고 그를 잡기위한 수사를 전개한다.

 

 

'우범자 관찰카드'는 범죄자의 죄를 알려 사전에 범죄를 예방하고  다른 주민들이 재범의 희생이 되지 않도록 하는 중요한 도구이다. 특히나 성범죄는 재범율이 높아 이미 세계적으로 이런 전과의 기록은 모두에게 공유되고 있다. <돌이킬 수 없는>에서도 과거 세진의 유아 성범죄 사실을 알려 미림이에 사건의 방향이 빠르게 진전되는 결정적인 도구로 사용된다. 그러나 아무리 유력한 범죄자라도  형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무죄라는 '무죄추정의 원칙'이 힘을 갖지 못해 충식과 주민들 거기에 형사들마저 세진을 범인으로 단정하고 그를 잡기위한 수사를 진행한다. 주민들마저 물증이 없는 상황에서도 심증과 유사 전과를 이유로 세진을 잡지 못한다며 경찰의 무능을 탓하고 세진을 동네에서 추방하려고 한다. 그런 과정 속에 과연 그날의 진실은 무엇인지 충격의 전말이 공개되기 시작한다.

 

"왜 저한테 이러시는 거죠?"


하나밖에 없는 딸을 잃은 아버지는 범인이라 믿는 세진을 직접 공격하고 피해를 입힌다. 법이 처벌할 수 없다는 한계에 절망하고 스스로 단죄를 결심한 것이다.  경찰조차 이런 충식을 말리긴 하지만 진범이라 믿는 세진을 잡기 위한 수사를 하고 그를 잡기 위한 증언에 집착한다. 오빠의 잘못된 행동으로 정처없이 떠돌아다니는 세진의 동생 인희(임성언)도 일터인 유치원을 다닐 수 없는 상황에 몰리자 이를 이기지 못하고 집을 나가버리고 만다. 범인으로 지목받은 세진의 일터는 무참히 짓밟히고 부셔지고 키우던 개는 어느날 저녁 비참하게 죽임을 당하기까지 한다. 모두들 세진을 의심하고 그의 가족이란 이유만으로 멀리하고 격리시키며 함께 살기를 거부한다. 그런 부당함에 대해 세진은 직접적이고 적극적인 항변 대신 그저 '왜 저한테 이러시는 거죠?"라는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한다.

 

 

과연 세진은 범인일까? 영화에선 그 해답을 쉽게 찾을 수 없게 한다. 초반 세진의 행동이나 성품을 보면 (가령 벌레를 죽이지 않거나 개를 사랑하는 모습) 그가 범행을 했다는 사실을 믿기가 힘들다. 분명한 물증이나 살해를 목격한 목격자도 없다. 하지만 어머니가 피묻은 아들의 옷을 숨기고 있는 장면에선 분명 아들이 그 사건과 관련이 있음을 암시한다. 결국 아이의 사체가 발견되고 수철과 세진의 갈등은 최고조에 이르고 정확한 사인을 위한 부검 결과가 나오기 전(진실이 밝혀지는) 모든 갈등은 파국을 향해 치닫는다.

 

"증거 불충분" 


심증만으로 잡은 세진은 결국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난다. 이를 모든 주민들은 적의를 품은 시선으로 처다본다. 세진이 그랬다는 확실한 증거도 없으면서 모두들 그를 풀어준 경찰을 원망한다. 그리고 법에 한계에 치를 떤다. 만약 그 순간 세진에게도 인권이 있다는 말을 하기라도 하면 돌팔메로 맞아 죽을 판이다. 하지만 이들의 시선이나 행동을 탓할 수는 없다. 분명 잘못된 것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지만 막연한 두려움이 그런 판단을 흐리게 만든 것이다. 내 자식이 희생양이 될 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범인이라면 빨리 수감되어 격리되고 설사 범인이 아니라도 언제 범행을 할 지 모르기에 그가 멀리 떠나기만을 바랄 뿐일 것이다.  그들은 그가 어떤 마음으로 이곳에 왔는지 앞으로 어떤 마음으로 살지에는 관심조차 없기 때문이다.

 

 

세진으로 늘 피해를 입는 동생 인희가 오빠를 고발하는 마음도 이해가 가며 결국 집을 나가는 행동도 얼마나 힘들었을까를 생각해 보면 공감이 간다. 아들로 인해 어미의 타들어가는 마음도 안타까울 뿐이고 범인임을 확신하면서도 죄를 물을 수 없는 현실에 절망하며 직접적으로 보복하는 수철의 마음도 딸을 키우는 아버지의 입장에서 충분히 이해가 간다. 생명처럼 사랑한 딸, 특히 이제 7살밖에 안된 딸이 그렇게 되었다면 범인을 용서할 수 없는 것과 함께 딸을 지키지 못한 자신을 향한 울분을 폭발하게 되는 것이리라. 그런 충식은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고 만다.

 

"난 정말 잘하려고 그랬어"


<돌이킬 수 없는>에 등장하는 사람들 모두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상황을 보여준다. 단 한사람 세진을 제외하고는... 그는 자신이 무죄라면 무죄라는 사실을 자신있게 밝혀야 함에도 왠지모를 침묵으로 일관한다. 자신의 전과 때문이라고 보기에는 다소 약한 설정이란 생각이 든다. 이런 유사한 상황을 <그린 마일>에서 본 적이 있다. 존 코피 (마이클 클락 던컨)는 폴 (톰 행크스)의 교도소에서 생을 마감할 죄인이다. 어린 여아를 살해했다는 죄명으로... 그는 진범이 아니고 진범은 따로 있었고 다만 그는 자신의 신비한 능력으로 소녀를 살리기 위해 노력했지만 오히려 범인으로 지목받고 전기고문으로 생을 마감한다. 그런 일련의 과정을 보고 우리는 섣부른 의심과 불신이 얼마나 위험한 결말을 가져 오는지 보았었다.

 

 

그러나 <그린 마일>과 <돌이킬 수 없는>에 인물간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 세진은 그런 신비한 능력을 갖고 있지도 않고 자신에 대해서는 굳이 말을 할 수 없는 뚜렷한 이유가 없음에도 답답한 침묵으로 일관한다. 단지 '난 정말 잘하려고 그랬어'라는 역시나 소극적인 대응만을 할 뿐... 이런 설정은 그를 범인으로 몰아부쳐 나중에 그날의 상황이 공개되었을 때의 감정을 최고조로 끌어 올리기 위한 과도한 설정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물론 그런 상황 설정은 배우들의 연기나 연출로 성공적이긴 하다. 그래도 세진이 지나치게 자신에 대해 말을 아끼는 상황은 답답한 것은 아쉽기만 하다.

 

"에필로그"


영화에서 사건이 일어나기 전 수철은 세진에게 행운목을 선물한다. 보통 10년에 꽃을 피지만 요즘은 2년이나 3년만에 꽃을 피우기도 한다는 말을 건네면서... 어쩌면 우리의 조급함이 나무의 꽃조차 빨리 피우게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 기다리지 못하고 섣불르게 판단하고 결정해 돌이킬 수 없는 후회를 남기지는 않고 있는지 <돌이킬 수 없는>은 우리의 그런 조바심의 판단이 만든 씻을 수 없는 상처의 아픔에 대해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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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킬 수 없는(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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