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그의 패션에디터인 잭스(브리트니 머피)의 사생활은 판타지 그 자체다. ‘간지’나는 직업과 적당한 매력을 지닌 섹스파트너, 다정다감한 게이 룸메이트에 시종일관 유쾌한 친구들이 그녀의 쿨한 삶을 채워준다. 그러나 사랑하는 남자하고는 절대 자지 않는 잭스의 고민은 아이러니하게도 진정한 사랑에 대한 욕구불만이다. 그런 잭스 앞에 어느 날 외모에서 성격까지 부족함이 없는 파올로(샌티에고 카브레라)가 나타난다. 하지만 그녀는 잘생기고 매너 좋고 속물도 아닌 이런 남자가 과연 이성애자일지 의심스럽다.
<러브&트러블>은 잭스의 어설픈 ‘게이다’가 빚어낸 소동극이다. 세계적인 패션지 보그의 패션에디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웠지만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처럼 남들은 모르는 세계에 현미경을 갖다대는 식의 접근은 없다. 오히려 <러브&트러블>의 매력은 패션지를 보는 독자들의 즐거움과 닮았다. 방귀 뀌는 스타일을 가지고 연애심리를 풀이하는 등의 재치있는 대사와 사소한 오해가 일으키는 유쾌한 에피소드들을 빼곡히 채워넣은 영화는 시나리오 작가, 시인, 미술품 경매사 등의 직업군을 나열하면서 브런치로 시작되는 그들의 하루 일과를 유쾌하게 조망한다. 끊임없이 바뀌는 잭스의 명품 의상이나 할리우드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브리트니 머피를 캐스팅한 것도 같은 맥락일 듯. 영국식 로맨틱코미디를 지향하면서 조금씩 비껴나가는 것도 <러브&트러블>의 또 다른 전략이다. <노팅힐>을 언급하며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최악의 로맨스라고 논평하는가하면 올랜도 블룸과 기네스 팰트로를 카메오로 등장시켜 공항에서 이별하고 재회하는 기존 멜로영화의 관습을 은근히 비꼬기도 한다. 다소 과장된 캐릭터들이 낯설기도 하지만 좋은 수다거리로서는 부족함이 없는 영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