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그 남자도 그땐 단지 하고 싶었을 뿐이야.” 29살의 준코가 15살 중학생 시절 담임과 섹스에 탐닉하던 과거를 남자 동창에게 들려준다. 플래시백 속의 담임은 과즙이 뚝뚝 떨어지는 복숭아와 준코를 번갈아 베어문다. 29살의 준코가 그 못지않게 복숭아를 에로틱하게 베어물 때, 다섯 옴니버스가 펼칠 색깔이 예감된다. 마쓰오 스즈키 감독은 <밤의 혀끝>에서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순정을 ‘무자비하게’ 배반하는 쾌감을 선사한다. 머리카락을 태우고 잠들면 꿈에서 원하는 걸 맘껏 할 수 있다는 신비스러운 향로를 얻게 된 마사코 이야기다. 직장의 연하남 머리카락으로 꿈에서 오르가슴에 오르던 그녀는 아예 꿈에서 깨어나지 않겠다는 비장의 결심을 행동으로 옮긴다. 이 격한 에로스는 쓰카모토 신야의 <비단벌레>로 이어진다. 늙은 남자의 정부가 그 남자의 젊은 부하와 눈이, 아니 몸이 맞는다. <유레루>의 니시카와 미와는 <여신의 발 뒤꿈치>에서 순수한 육감을 성공적으로 포착했다. 초등학생 남자가 여자친구의 엄마 몸에서 느끼는 그 무엇이다. <태양이 보이는 곳까지>는 유일하게 에로스에서 이탈한다. <바이브레이터>의 히로키 류이치는 우연히 조우한 호스티스, 여자 택시운전사, 여자 강도 세명의 에로틱하지 않은 일탈 욕망을 키치스럽게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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