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풀벌레가 윙윙거리는 어느날. 강변을 지나가던 인부 장은 뙤약볕 속에서 강 건너편을 바라보던 이상한 소녀를 만난다. 무턱대고 장을 오빠라 부르며 따라오던 소녀는 장이 사는 창고 속으로 들어온다. 이때부터 둘은 함께 지내게 되지만 소녀는 장에게 무관심하며, 그를 경계한다. 깨지지 않는 침묵과 초점 잃은 시선, 망가진 소녀의 몸은 장을 분노하게 만든다. 찌르듯 파고드는 소녀의 악몽에서 도망치고 싶은 장은 그녀를 학대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무중력 상태와 같은 열병에 빠진다.
기차 뒷켠에 서있던 우리들은 소녀를 찾아 떠난다. 의문사한 친구의 기일을 맞아, 우리들은 친구의 가족을 찾아갔지만 친구의 어머니는 이미 죽고 하나 남은 혈육인 소녀 역시 사라져 버렸다. 우리는 소녀를 찾아 헤매기 시작한다. 황폐한 들판에서 소녀를 발견했던 용달차 임씨, 시장 한구석에서 조그만 선술집을 운영하는 옥포댁, 어린 연인의 환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김상태... 우리가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소녀가 남긴 흔적 뿐.
어느날 술에 취해 소녀를 학대하던 장은 그녀의 비극 속으로 서서히 빨려들어간다. 떠도는 광주의 소문은 장이 소녀의 망가진 몸에서 그녀의 과거를 짐작케 하기도 하지만... 장은 목욕과 양치질을 시켜주기도 하며 그녀와 동화되고자 한다. 장은 어느날 소녀가 홀로 무덤가를 헤맨다는 것을 알고 그녀의 뒤를 쫓다 무덤 앞에서 진실을 고백하는 소녀의 이야기를 듣는다. 죽어가는 엄마를 뿌리친 채 무더웠던 80년 오월! 악몽의 도시를 빠져나왔던 소녀의 한은 그녀의 속 깊이 응어리진 채 고스란히 남아있던 것인데...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