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초적 윤리에 다름 아닌 의리와 우정 그리고 낭만적 폭력으로 똘똘 뭉친 홍콩 느와르에 열광했던 이들은 그 뜨거운 열망을 불쌍시럽게도 아련한 추억으로만 달래야만 했더랬다. 그네들의 느와르를 다시금 부활시켰다는 유위강 감독의 무간도 시리즈가 정말이지 반가웠던 것은 이러한 비루한 현실이 오래 동안 지리멸렬하게 계속돼 왔기 때문이다. 자칫 오두방정으로 보일 수 있는 무간도와 관련된 중화권의 대대적 술렁임이 이해되는 대목이다.
신예 황정보의 <강호>는 바로 요러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해 혹은 무간도의 성공에 기대 제작된 영화다. 플래시백을 이용해 현재와 과거를 교차하고, 뒷골목에 자리한 사내들의 심리가 액션을 뒤덮는 영화의 얼개는 영락없는 무간도의 그것이다. 유덕화, 증지위, 여문락, 진관희 등 등장인물들 역시 지옥 중에서도 지옥인 무간도에서 놀던 그 친구들이다. 그렇다면 과연 무간도의 적자를 자처?한 당 영화가 그만한 완성도를 갖고 있느냐는 것이다. 그것을 넘어서는 진화까지는 아니더라도 홍콩 느와르의 맥을 지속시킬 수 있는 일정 정도의 탄탄한 내용과 밀도 높인 긴장감 뭐 그런 거 말이다.
결론은.........................
“아니올시다.”로 압축된다.
홍콩 박스오피스 정상에 등극하며 화려하게 선보이기는 했지만 여러 모로 아쉬운 구석이 존재한다. 신예 감독다운 과감하고 도전적인 발상이 거세된 채 젊은 혈기의 패기만이 과하게 스크린에 흘러넘친 점이 화근이 아니었나 싶다.
트집이라고 하면 할 말 없지만 솔직히 <천장지구>의 콤비 유덕화와 장학우의 영화 속 캐릭터와 어울리지 않는 헤어스타일부터 뭔가 상서롭지 못한 기운이 확연히 감지됐다. 얼기설기 짜인 영화적 구성으로 인해 별다른 비장미가 느껴지지 않는 장면임에도 어케든 비약적 앵글과 고저속 촬영으로 ‘갑빠’만을 살리고자 하는 따로국밥식 연출기법을 서슴없이 남용하는 등 번번이 곳곳에서 오바스러움이 목도된다. 순간순간 멋있는 장면 만들기에만 심혈을 기울였지 감정이입을 위해 요구 되는 앞뒤 맥락의 유기적 개연성에는 노고의 흔적이 묻어나 있지 않다.
특이한 점은 종반부에 등장하는 빗속에서의 난투극, 그리고 칼침을 죽어라 놓는 장면 또 교도소 면회실에서 주고받는 사내들의 대화 등등 수많은 신들이 <친구>와 부단히도 겹친다는 사실이다. 황정보 감독이 <친구>를 인상 깊게 봤다고 공공연히 말한 만큼 오마쥬성이 짙다 볼 수 있다.
여튼, 무간도의 흥분이 가시기도 전에 다시금 찾아온 홍콩 느와르 <강호>는 그 바닥의 사는 법을 나름대로 진중하게 각잡고 보여주긴 했으나, 그 바닥의 정서를 느끼기에는 두루두루 미흡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