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이든, 실제이든 놀라운 내용을 담은 영화 이슈는 좀 있지만 영화로서는 잘 만든 영화. 역시나 전쟁은 인간적인 것
군사훈련 한 번 제대로 받지 않은 학도병 71명이 포항 전선을 11시간이나 지켰다. 이것은 아마도 진실일 것이다. 그 진실을 보여주기 위해 그들이 작전을 짜고, 북한군과 대치하는 상황은 영화적 상상력이겠지만. 차승원, T.O.P. 권상우 등이 출연하기에 개봉은 물론이거니와 시사회 전부터도 말이 많은 기대작이었다. 시사회 후 몇몇 평론가들이 악평을 했다던데 아직 그들의 글을 읽어보지 못해서 내용은 잘 모르겠다. 한편으로는 영화에 나오는 지도 속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해서 감독의 애국심 등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고. 늘 이런 목숨이 오가는 상황에서 가장 먼저 죽는 사람은 교만에 혹은 허세에 빠져 대장의 말을 무시하는 사람이게 마련이다. 포화 속으로에서도 어쩌다 전쟁터에서 살아남은 오장범이 전투경험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중대장이 됐는데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무리들이 무시하고 학교 담장에서 일어났다가 교전하게 되고, 숲에서 담배 피우다가 교전해서 꽤 여러 명이 죽고, 한 명은 포로로 붙들려갔다가 근거지를 들키게 된다. 그리고 숲에서의 교전의 사건발단이 된 식량 구하기에서는 창고에서 수류탄을 터뜨린 뚱땡이의 잘못도 있고. (이 장면에서는 갑자기 웰컴투 동막골이 생각났다. 뻥~하고 옥수수가 터져 강냉이, 팝콘이 됐던 장면 말이다. 물론 포화 속으로에서는 그런 코믹한 요소는 없고, 철저히 현실을 반영한 차가운 장면 뿐이었지만.) 아이돌 스타가 나온 거라 연기력 논란도 다수 있거나 하겠지만, 뭐 이 정도면 재미있는 듯. 차승원의 학도병에 대한 배려심도 충분히 가능한 일인 것 같다. 사실 서로 얼굴 맞대지 않고 버튼으로 싸움하는 때에는 게임하듯 전쟁할 수도 있겠으나, 말도 통하고 서로 인간적인 모습을 봤을 때 그들을 죽인다는 건 정말 인간으로 쉽지 않은 행동일 거라 생각된다. 학교에서 북한군과 싸움하는 장면에서 계단으로 뛰쳐올라가거나 하는 장면에서는 화려한 휴가의 장면들도 스쳐지나갔다. 야전병원의 모습에서도 그런 느낌을 받았고. 71명의 학도병들이 받은 구급약품은 결국 쓸 곳이 없었다. 상처부위를 심장보다 높은 곳으로 올려야 한다는 것은 이론일 뿐, 사격술 한 번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형을 따라 전쟁터에 따라온 중학생 동생이 총상으로 괴로워하지 형이 동생을 쏴서 죽여야 할만큼 처절한 전쟁터에서는 그런 구급처치법은 한가한 소리일 뿐인 것이다. 영화 보는 내내 빵빵 터지는 총성과 포탄 소리에 귀도 따갑고, 피 튀기는 영화를 잘 못봐서 약간 힘들긴 했지만 그래도 인간이라는 존재의 모습과 존재 의의 등에 대해서 생각하며 볼 수 있었던 영화였다. 오히려 이제는 전쟁의 의미에 대해서는 너무 식상해서 생각하지 않게 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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