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 6월 25일 한국 전쟁이 시작되고 북한군의 파죽지세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밀리던 남한군은 급기야 낙동강까지 몰려 배수의 진을 치게 되고 중요한 거점인 포항을 학도병에게 부탁한 뒤 떠납니다. 총 한번 쏴 본적 없는 학생들과 살인 혐의로 소년원으로 향하던 이들의 합류로 모인 71명의 학도병은 포항을 넘어 부산을 함락시키기 위해 진격중인 776 돌격부대와 맞닥뜨리며 서서히 드리우는 죽음의 그림자를 마주합니다.
한국전쟁 발발 50주년을 맞이해 많은 영화나 드라마가 제작 중인 상황에서 처음 관객과 만나는 <포화속으로>는 <내 머리속의 지우개>와 최근작 <사요나라 이츠카>에서 뛰어난 작품성을 보인 이재한 감독 작품이라는 점과 권상우, 차승원, 김승우의 화려한 배역진 그리고 T.O.P의 영화 첫 데뷔라는 화제를 낳으며 많은 이목을 집중시킨 영화입니다. 그러나 막상 영화가 공개되자 국민 정서와 위배되는 민감한 사안으로 인해 영화 자체에 대한 비판보다 외적인 부분으로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됩니다.
"실화를 재구성"
<포화속으로>는 포항 여중에서 육군 3사단과 함께 싸우며 이름없이 죽어간 학도병의 교전 실화를 생존자의 증언을 토대로 재구성한 작품입니다. 다큐멘터리가 아닌 '영화'이기에 사실과의 차이가 있고 극적인 면을 강조하기 위한 연출이 포함되다보니 전체적인 작품의 완성도에 허점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총 한번 쏴보지 못한 채 전투에 임한 학생들의 전투 장면이나 등장 인물들의 인물의 성격 변화에 일관성이 없는 부분 (특히 박무량은 투철한 사상 중심의 행동가 이면서도 학도병이라는 이유만으로 차별적 행동)이 드러납니다. 그러나 이번 작품은 전작들을 통해 인간적인 감수성 높은 작품들을 바라 본 감독답게 전쟁 영화임에도 개개의 인간적인 면에 더 치중해 감성적인 면을 부각시키고 요즘의 전쟁 영화와 차별화된 면을 보여줍니다.
"학도의용군"
이번 작품은 군인이 아니지만 어떤 군인보다 용감히 싸우다 장렬히 죽어간 이름없는 학도의용군을 영화로 옮긴 작품이란 영화적 가치를 갖고 있습니다. 학창시절 역사책에서의 한줄과 한장의 사진으로 기억되는 이들... 그분들의 숭고함을 이번 영화에서 되새길 수 있게 된 점은 영화가 말하려는 감동과 극적 재미를 뛰어넘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왜 싸워조차 모르기에 위기의 순간에서 장전하지 않은 총처럼 준비되지 않았던 그들이지만 살기 위해선 나와 같은 누군가를 죽여야 하는 순간은 어린 그들이 감당하기엔 너무도 벅찬 정신적인 혼란이었고 이번 작품에선 그런 면을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가장 인상 깊은 대사 중 하나인 "학도병은 군인인가?"라는 질문에 학생의 신분이지만 전쟁에 참여한만큼 군인이다라는 해석과 함께 갑조가 학생의 신분이 아니지만 학도병이기에 그 순간만큼은 그도 그토록 바라던 학생이다라는 장면은 영화에서 가장 멋진 대사이며 명장면이기도 합니다.
"참혹한 전쟁"
제목처럼 많은 폭발과 치열한 전투를 통해 수많은 사상자를 내고 피를 흘리는 모습 거기에 사지가 떨어져 나가는 장면은 공을 들인 흔적을 보게 됩니다. 이전에도 많은 전쟁 영화들이 전쟁의 참혹성을 고발하고 있지만 <포화속으로>는 소년의 눈으로 본 전쟁의 참혹함이라는 면에서 괘를 달리합니다. 그들의 눈에 전쟁의 참혹함은 이제껏 상상도 하지 못할 일들이 벌어지고 게다가 직접 해야하만는 상황이지요. 그들과 다를 바 없는 소년 (어쩌면 더 어린)들을 내가 죽지 않기위해 죽여야 하고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서 동생조차 죽여야 하며 내 친구가 옆에서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봐야만 그런 상황들이 사람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보여주며 전쟁의 참혹함을 극한으로 끌어 올리고 있습니다.
그런 연출에 힘은 북한군과의 교전 장면에서도 빛을 발합니다. <밴드 오브 브라더스>나 <라이언 일병 구하기>와 같은 사실적인 충격적인 감동만큼은 아니더라도 엄청난 화력의 무기를 막기 위해 살신성인으로 산화하는 학생들의 결연한 모습은 잔잔한 감동을 주더군요. 하지만 감동을 위한 연출이 빈번하고, 현실성 떨어지는 <람보>식 전투 장면은 감동의 흐름을 끊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논란과 의의"
<포화속으로>가 잘 만들어진 훌륭한 전쟁영화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영화 극 초반 논란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잘못이 있고 이를 시정하지 않은 채 개봉을 하는 대담함도 보입니다. 하지만 이번 작품을 그런 잣대만으로 평가 절하하기엔 아까운 생각도 듭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영화적 재미를 주기 위한 전체적인 연출은 그리 나쁘지 않았습니다. 113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되고 배우들의 피땀 흘려 촬영된 전투 장면이나 지금껏 잊고 지낸 학도병에 대한 추모하는 마음을 되새겨 보는 의미가 있었습니다.그리고 무엇보다 이 영화가 잘못한 문제에 대한 평가와는 별도로 그분들의 영혼을 달랠 영화로 <포화속으로>는 부족하지만 첫 발을 떼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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