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리뷰쓴지도 얼마 안됐고..
왠만하면 리뷰 안쓰는건데, 이번 영화 차우를 지나칠 수 없어서 몇 자 남긴다.
이 영화.............주유소 습격 사건 이후로 이렇게 나를 웃긴 영화가 없었다.
진짜 한 십년만에 이렇게 웃어본 것 같다. 다들 나 같이 웃는 건 아니었지만,
나 진짜 너무 웃어서 나 이렇게 웃다가 숨 넘어가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웃었다.
그래서 가슴 쓰러내리면서 트럼 꺼억 꺼억 했다.. 맨 마지막이 웃기다. 이정도로 해두자.
그럼 이제 진지하게 들어가 볼까.
이 영화는 사람을 멧돼지에 비유한 영화다.
곳곳에서 그것을 말해주는 문학적 장치가 보인다.
가령, 멧돼지를 겨우 피하자 뺑소니 차량에 치이는 모습은 이를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씬이라 하겠다.
살인 멧돼지는 결국 살인하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것이다.
살인 멧돼지가 먹고자 하는 본능을 사람 앞에서 억누르지 못하듯
사람들은 자신의 욕구 혹은 욕망을 사람 앞에서 억누르지 못하고
짐승처럼 서로를 죽일기세다. 어떤 면이 그러냐고...
감독은 그것을 이렇게 묘사한다.
음주운전자를 보여주고 곧 치매걸린 할머니의 운전을 보여주고,
살인하는 짐승이 산에 돌아다니는데 마을 유지는 이권을 위해 산에 사람이 출입할 것을 강요한다.
술집에서 소란스럽게 술먹는 아가씨에게 좀 조용해달라고 권하자,
그 아가씨는 공손한척 죄송합니다 라고 말하곤 다가가서 술병으로 그 사람 머리를 후린다.
사람의 심리에는 치매걸린 어미를 버려두고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 있고,
누가 죽던 말던 나 혼자 살아남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
감독은 그런 모습 하나하나가 살인하는 멧돼지와 일맥상통함을 그려낸다.
20년간 필드에서 사냥해온 사냥꾼은 살인멧돼지를 보자 떨며 오줌을 싼다.
그런데 마지막에 보면 알겠지만, 그 사냥꾼이 정말 무서워 떠는 것은 멧돼지가 아닌 사람이었다.
(그 장면은 사실 끔찍한 장면임에도 나는 너무 웃겨서 숨을 헐떡이며 자지러졌다.)
멧돼지보다 영리한 사람이 죽일 기세로 달려들면 멧돼지가 아니라 무서운 것은 사람이다.
조금 확장해서 국익을 위해 전쟁일으키는 나라는 그 어떤 살인 멧돼지에 비할까.
감독은 그것을 지적했다.
요즘 정치판이 뜨겁다.
여야가, 보수와 진보가 서로 죽일기세다. 서로 죽어라 죽어라 그런다. 이것은 필시 살인 멧돼지의 모습일게다.
자기 욕구를 채우려는 본능적 모습, 침을 질질 흘리며 먹이를 질근질근 씹어먹는 멧돼지,
짐승 그 자체다. 물론 우리 인간 내면에 그러한 본능이 있다. 그러나 그것을 절제하는 것은
짐승과 인간의 차이점이다. 우리는 그것을 배우고 익혀야 할 것이다. 땀흘리고 인내해야 하며
배고픔과 희생을 감내해야만 한다. 그러나 요즘 세대는 그런 움직임이 쉽게 보이질 않는다.
고삐 풀린 망아지 마냥, 발정난 암숫캐 마냥 갈증을 향해 뛰어들 뿐이다.
사실 이건 정말 슬픈 영화인 것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슬픈 영화 중에 하나를 나는 참으로 지독하게 웃으면서 보았구나.
짐승같음이 매력적으로 여겨지고, 짐승처럼 살아가기가 학습되는 이 사회에서
나는 짐승이기보다 사람이기를 선택하고 또 선택하고 싶다. 아니, 해야만 한다.
나는 짐승으로 태어난 것이 아니라 사람으로 태어났음으로.
tip;
다들 차우가 무슨뜻인지 궁금할 것이다.
나도 찾아보지 않았다. 한번 상상해 볼까.
'차마 우리가 살인 멧돼지라고 말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차우.
영화 속에 숨어 있는 상징성을 찾아서
http://cyhome.cyworld.com/?home_id=a3588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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