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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바웃 어 보이] 세상에 지친 이들이여, 다 내 섬으로 오라! 어바웃 어 보이
nujiwoo 2002-06-30 오후 5:21:38 1461   [8]
난, 휴 그랜트가 어떤 이유로 로맨틱 코메디의 신사로 꼽히는지를 알 수가 없었다.
휴 그랜트가 출연한 영화중에서 내가 본 영화라고는 <브리짓 존스의 일기>가 전부였다.
그 영화에서 휴 그랜트는 내게 좋은 인상을 주지 못하였기에
그의 새 영화 <어바웃 어 보이>가 기대작이 될리는 없었다.

하지만, <어바웃 어 보이>라는 영화가 국내에 알려지기도 훨씬 이전부터
<어바웃 어 보이>에 대해 들은 몇 가지 사실들로 인해
이 영화를 내 기대작 중의 하나에 올려놓고야 말았다.


<배우의 애정으로 더욱 멋진 영화가 만들어졌다?>

<네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 <노팅힐>을 거치면서 영국인의 사랑을 한 몸에 받게 된 휴 그랜트가
<어바웃 어 보이>의 촬영에 앞서 그의 트레이드 마크와도 같던 다소 긴듯한 머리카락을
과감히 자른 것에 대해 영국인들이 경악을 금치 않았다는 이야기를 접했다.
그는 대체 무엇 때문에 한결같이 유지해오던 헤어스타일을 과감히 포기하고 변신을 한 것일까?

Nick Hornby의 동명소설 <About a Boy>를 읽고 영화로 만들고자 노력했던 것도 휴였고,
이미 로버트 드니로에서 그 소설의 영화저작권이 넘어갔다는 사실을 안 후 좌절하지 않고
로버트 드니로를 찾아가 함께 영화를 만들는 것을 제안한 것도 휴였고
결국 이 영화에 주연으로 출연하기로 맘 먹은 것도 휴이다.
마커스역의 오디션때 몇 백명이 넘는 아역배우들을 일일이 오디션을 본 것도 휴이고
이 영화에 가장 중요한 배역이나 다름없는 니콜라스 홀트를 마커스로 선택한 것도 휴이다.
아이를 싫어하기로 소문난 휴였음에도 불구하고 니콜라스가 휴를
멋진 선배이자 아버지 같은 사람이라고 말할 정도로
니콜라스에게 끊임없는 연기지도를 해준 사람도 휴이다.

단지 출연료만 받고 자신이 맡은 연기만 해내고 말아도 됨에도 불구하고
휴는 이 영화에 모든 애정을 쏟았고 영화를 본 이라면 누구나가 입을 모아 칭찬을 하는
<어바웃 어 보이>를 만들어 낸 것이다.

휴 그랜트라는 배우의 <어바웃 어 보이>에 대한 열정이 남달랐기에
이 영화가 더더욱 멋진 영화가 된 것을 아닌가 한다.


<나는 섬이다.....정말?!>

윌은 끊임없이 "나는 섬이다"라고 말한다.
어느 누구에게도 구속받지 않으면서 자신만의 영역에서 할일들을 하며
하루하루 단지 살아가기만 할 뿐인 것이 윌의 삶인 것이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다소 마음에 들지 않았던 여자였음에도 최후의 순간까지 착한 남자가 되어 곁에 있었던 것도
사실은 혼자가 되는 시간으로 돌아가기 두려웠던 것이다.
누군가가 자신의 영역에 깊숙히 들어오는 것에 대해 겁을 내고 있기에
마커스가 자신의 집을 찾아왔을 때는 퉁명스레 대하면서도,
결국 마커스에게 문을 열어준 것은 윌 바로 자신이였다.
스스로 플레이보이임을 자처하면서 여자들 만나기를 즐기는 것 같아 보이는 윌이였지만
그것 역시 누군가와 진실한 관계가 되는 것에 대해 두려워해서 그런것은 아닌가한다.
자신을 완전히 드러내어 보이면서 상대방을 대하는 것에 대해 어색한 그였기에
생전 처음으로 진실되게 사랑하게 된 레이첼 앞에서조차 마커스가 자신의 아들인양
그녀를 속이게 된 것일 것이다.
사실을 알게되면 자신을 떠날지도 모른다는 조바심 때문에 말이다.


섬은 어떤 존재일까?
흔히 우리들의 고정관념 속의 섬은 바쁜 일상을 떠나 모든 것을 잊고 쉬기 위해 찾는 공간이다.
때로는 여행중에 길을 잃고 표류하여 간신히 목숨을 구하게 하는 공간이 섬인 것이다.
그렇기에 가정으로부터, 학교로부터 벗어나고 싶어하는 마커스가 섬인 윌을 찾은 것이다.
윌이 자신을 섬이라고 말한 것이 의미하는 것은 그 누구에게도 간섭받지 않고 홀로 살아가는 것일지라도,
그것은 오히려 다른 이들에게 자신을 찾아와 달라고 말하는 것과 다를 바 없었던 것이다.
자신조차 모르고 있던 자신이 원하는 바를 어린 마커스가 깨닫게 해 준 것이다.

다른 이에게 간섭받는 것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을 걱정하고
다른 이의 삶을 끌어주는 일 또한 윌의 역할은 아니였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섬을 마커스라는 다리를 통해 육지와 연결하는데 성공했고,
그 다리를 통해 언제고 육지를 방문하고,
육지에 사는 이들이 자신의 섬을 방문하는 것을 허용했다.


주변에 섬이고 싶어하면서 스스로를 다른 이들과 격리시키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면,
다시 한번 그의 마음을 바라보도록 하자.
어쩌면 그 사람은 다른 이들이 자신의 섬에 와서 휴식을 취해 주기를 원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육지와의 다리 놓는 방법을, 혹은 육지로 가기 위해 배를 운전하는 방법을 모르고 있으면서
그 사실이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것을 내심 쑥스러워해서 계속 섬인채 지내는 것인지도 모른다.


<내가 본 <어바웃 어 보이>>

상반기에 내가 본 영화들 중에서 주저없이 베스트에 꼽고 싶은 영화이다.
아니면 후반기 개봉작들 중에서 베스트에 꼽을까나...?
비록 내가 좋아하는 배우중의 하나인 레이첼의 비중이 턱없이 적어서 서운한것도 있었지만,
배우들 한명한명의 멋진 연기들을 볼 수 있어서 행복했다.
무엇보다 영화 속에서 은근히 베어져 나오는 톡톡쏘는 대사들은 함박웃음을 짓게 했다.
특히, 알리의 방에 있던 UIP의 다른 영화포스터라던가
마커스가 할리 조엘 오스먼트를 부러워하면서 하는 독백은 이 영화가 단지 허구의 영화가 아닌
충분히 삶 속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상들을 보여주는 느낌이여서 더 친근하게 다가왔다.

기회가 된다면 <어바웃 어 보이>를 다시 한번 보러 갈 것이다
그 때는 "그래, 얼마나 재미있나 한번 봐 보자"라는 마음으로 첫번째 관람했던 때와는 달리
이 영화가 담고 있는 포근함들과 따스함들을 한껏 느끼기 위해 열린 마음으로 관람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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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바웃 어 보이(2002, About a Boy)
제작사 : Studio Canal, Working Title Films, Tribeca Productions, Kalima Productions / 배급사 : U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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