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상 박쥐를 뒤늦게 보게 되었다.
난 보통 평론가의 비평을 믿지 않는다. 그들은 대중의 취향은 무시한 평론이나 평점을 남기기 좋아하기 때문이다.
난 반대로 매우 대중적인 사람이니까.
그런데 웬일? 박쥐는 그 평론가 사이에서도 평가가 엇갈렸다. 이거 재미있겠는데...
과연 박쥐의 논란은 무엇이 문제일까? 하는 마음으로 찾은 극장.
한마디로 영화는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영화를 보는 중 엉뚱하게도 오래전에 보았던 왕가위 감독의 '동사서독'을 떠올렸다.
그때, 왕가위의 열혈팬이었던 나는 명보극장의 얼마되지 않는 관객가운데 그나마 도중에 욕을 헤대며 나가는 관객의 마음을 이해 할 수 있었다. 그 영화를 화려한 액션영화로 알고 찾은 관객의 마음에선 충분히 욕이 튀어나왔으리라.
박쥐도 그런건 아닐까?
'올드보이'나 'JSA' 박찬욱 영화를 기대하고 왔다면 금자씨 보다도 훨씬 불친절한 영화의 전개에 쉽게 반응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한마디로 주인공인 상현(송강호)와 태주(김옥빈)에게 감정이입하기 힘들었을 것이란 얘기다.
사실, 시나리오를 쓰는 사람들을 가까이 알고있는 입장에서 그들이 평소 고민하던 부분이 영화에서 고스란히 보였다. 주인공의 행동과 감정을 표현하기위해 어쩔수 없이 영화의 도입부에 설정되는 사건과 인물들...
그런데 이게 과해지면 영화를 늘어지게 만들고 영화가 진부해 보인다는 거다.
특히 미드(미국 드라마)의 스피드한 전개에 익숙한 요즘세대들에게 쉽게 말해 '안 먹힌다'는 거다.
하지만 그게 역시 필요했던건 아닐까?
박쥐에서 상현은 매우 불친절하다. 그가 왜 위험한 실험에 자원하는지 부터가 사실 감정이입하기 힘들다.
태주란 여자도 그렇다. 그녀와 그녀 가족의 과거는 아주짧게 처리된다.
따라서 이들의 행동이나 대사는 비현실적으로 보인다. 그들의 일으키는 사건은 몽환적인 환타지로 보인다.
게다가 이들이 밤하늘을 날아다니는 신에서 그 감정은 극에 달한다.
'머야... 'JSA' 처럼 긴장되고... '올드보이' 처럼 치밀한 이야I기인줄 알고 왔는데...
아마 대부분의 악평을 하는 사람들의 입장일 것이다.
'대중'적이라는 것이 꼭 수준이 낮아보이고... '신파'가 올드해 보인다면 한국영화는 과연 어디로 가야할까.
'워낭소리'와 '과속 스캔들'의 놀라운 흥행을 보면, 아직(어쩌면 영원히) 우리는 이런 영화가 불편하다는 것을
'박쥐'가 입증한것은 아닐까? 설사 칸에서 극찬을 받고 그랑프리를 타더라도 말이다.
그럼에도 솔직히 나자신...이 영화가 최악이다... 라고 말 할수는 없을 것 같다.
분명 재미있게 본 부분도 많기 때문이다. 앞에서 말했듯이 나쁘지는 않았다.
마치 내자신이 조류도 포유류도 아닌 어정쩡한 박쥐가 된 기분이랄까. (알아요... 엄연히 박쥐는 포유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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