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으며, 영화를 보지 않고 읽는 것은 비추 입니다..
선입견이란 생애에 딱 한번뿐인 작품과의 첫만남을 방해할수가 있으니까요..
0. 평가
홍어와 캐비어는 누구나 좋아하는 맛은 아니지만..
그 맛을 깨닿고 나면 새로운 세계를 경험할수 있다.
누구나 좋아하는 라면이 결코 줄수 없는 맛을..
3류 영화라는 평과 예술걸작이라는 평.. 그중에 진실은??
내 판단으로는 박쥐는 누가 뭐래도 명장의 명품이다..
(나도 다른 시선들을 보고서야 깨달았지만..)
분명 모두가 좋아할 영화는 아니다...
난해한데다 낯설고, 불안하며 불쾌하고 불편하다..
그러나 영화안엔 종교에 대한 번뇌, 인간 내면에 선과악,
순수하고 치열한 남녀의 사랑, 금기된 관계에 대한 욕망..
이 모두가 들어있다..
당신이 이영화를 소화할수 있다면..
손발이 저릿저릿한 끝을 알수 없는 감동을 느낄테지만..
무심한듯 화면만 바라볼꺼라면.. 불쾌함만 느낄것이다..
일단은 보라..
그리고 자신을 테스트 해보자..............
1. 당혹..
최대한 정보를 안가지고 영화를 보려 했었는데,
그래도 어쩔수 없이 귀에 들어오는 정보로는..
평가가 양극단으로 치닫는다는 사실...
그리고 지인들에게선 좋지 않은 평가뿐이었다.
사실... 자신 있었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는 원래가 낯설고 어려운 것이고,
화면으로써 메세지를 전하려는 의도가 강한 감독이라,
올드보이의 이야기만 생각 하면 안된다는 것 정도만 알아도..
박쥐를 삼류 영화라 칭하는 무식은 면할수 있다는 생각에서 였다..
그러나.. 나의 내공도 아직 한 감독의 역작을
다 소화시킬수 있을만한 그릇은 못돼나 보다...
한번에 그 폭소수 같은 메세지들을 소화해 내기는 힘들었다..
아니, 오히려 상징과 분석을 위해 너무 날을 세우고 본건지도...
2. 수많은 시선들이 혼재한 영화..
처음 박쥐는 보고 난후.. 마치 두편의 영화를 따로 본듯 했다...
인간으로써의 태주와 흡혈귀로써의 태주로써 나뉘는 영화는,
완전히 다른 탬포와 다른 분위기를 보여준다....
전자가 친절한 금자씨의 분위기라면, 뒷쪽은 새롭고 낯선 시도가 아닌가 싶다..
다보고 난후.. 나역시 내가 뭘 본거지? 하는 생각을 지울수 가 없었다..
한참을 고민하고 몇편의 고수분들의 해설을 읽고서야..
이영화가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지 알것 같았다..
영화를 여러번 보길 좋아 하진 않지만.. 이번 만은 여러번 봐도 다봤다 자신할수 없을것 같다..
3. 다섯개의 시선中 금지된 욕망..
상현(송강호)은 신부로써, 욕망이 금지된 인물이다..
그런 그가 타의에 의해 흡혈귀가 된후..
피를 빨고 싶은 목마름에 시달린다..
신의 뜻을 떠받드는 자가 남의 생명을 빠는 자가 된것이다..
피의 갈증에 패배한 그는 빠르게 타락한다..
바로 10계명으로 금지 하고 있는 남의 아내를 탐하게 된다..
어딘가 묘한 매력의 태주(김옥빈)...
처음 성욕을 느낀 상현은 치욕에 자신을 자해하지만..
결국 욕망의 노예가 되고 만다...
성당 병원에서 사제복을 벗어 던지고 태주와 탐욕적으로
관계를 갖는 그는... 더 이상 금기따윈 아랑곳 없다.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친구까지 죽이고
피는 얻더라도 사람은 죽이지 않겠다던 그의 결심마져
어느새 무너진다..
영화의 초반부를 덮고 있는 가장 큰 시선..
금지된 욕망때문에 서서히 타락해 하는 한사람의 이야기..
그것이 이영화의 첫번째 시선이 될것이다..
4. 다섯개의 시선中 종교적 신념...
박쥐를 뒤덮고 있는 가장 무겁고 어려운 시선이다..
상현은 질병에 죽어가는 사람들을 보고만 있을수 없어,
자신의 목숨을 걸고 질병 실험에 참가한다..
결국 그 과정에서 흡혈귀가 되고, 사람의 피가 없이 살지 못한다..
타인의 생명을 위해 목숨을 걸었던 그는..
이젠 의식이 없는 환자에게서 피를 빼내 먹는 존재가 되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피를 빠는 흡혈귀가 된 상현을 기적을 일으킨 신부라며,
모두가 신처럼 떠받든다...
그에게 아버지 같았던 나이 많은 신부도..
상현이 흡혈귀임을 깨달은후 보이지 않는 눈을 뜨기위해
흡혈귀가 되기를 갈구한다..
보고 싶다는 욕심에 악마에게 영혼을 팔겠다는 것이다..
결국 종교자인 그들도 욕망 앞에선 나약한 인간일 뿐이고
눈앞의 간절한 달콤함에 쉽사리 무너지는 존재인것이다..
죽음을 결심한 상현이 자신에 대한 환상을 깨기위해
여신도를 성폭행하려 하고 그 때 보인 그의 성기는..
논란을 위한 노출이 아니라..
숫컷이면 달고 있는 `거시기`가 달린 나약한 인간임을 나타내는 장면이다...
5. 다섯개의 시선中 순수한 사랑
감독은 이영화를 한마디로 정의하길..
`여자 잘못 만난 남자의 고생기` 라고 했다... ㅋㅋ
겸손하게 표현 하긴 했으나, 그는 치열하고 순수한 사랑을 이영화의 테마로 잡은듯 하다..
상현이 태주에게 처음 느낀 사랑은 순수한 풋사랑이다..
답답한 집안이 싫어 매일 밤을 달리는 그녀를 구해 주고픈 상현은..
밤길을 내달리는 태주를 번쩍 안아.. 그의 신발을 내어준다..
태주가 죽을 때까지 지니고 있는 그 신발은..
금지되있고, 타락하기도 했던 그들의 사랑의 순수한 일면이다...
흡혈귀가 된 상현을 귀엽다고 말해주며
하늘을 나를때 미친듯이 웃어대는 태주...
그 시작은 분명 아름다운 사랑의 시작이었다..
사실.. 태주가 매력적인 악녀인 이유는 순수하기 때문이다..
순간의 감정에 충실하며 눈앞에 욕망을 죄의식없이 즐기는
그녀는 순수하기 때문에 사랑하지 않을수 없고,
악을 모르기에 오히려 더 잔인하게 악하다...
6. 다섯개의 시선中 파멸로 치닫는 사랑..
부도덕한 두남녀의 사랑은 점점 타락의 길로 나아간다..
지겨운 현실로 부터 도피하고 싶은 태주는
상현에게 남편 강우를 죽여달라 부탁하고,
한여자를 가지기 위해 상현은 친구를 죽이고 만다..
상현은 강우의 집에 들어와 강우의 엄마 라여사의 눈을 피해
공공연히 밀애를 나눈다...
그러나 사랑의 달콤함도 잠시...
둘의 가슴에는 죄의식이 싹트기 시작한다..
매일밤 그들을 쫓아다니는 물귀신 강우...
둘의 사랑은 죄의식을 견디다 못해 서로를 원망하기 까지 한다..
자신의 죄를 남자의 책임으로 돌려 죄의식을 면하고픈 태주..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모든걸 다 바쳤지만..
여자의 배신에 이성을 잃은 상현은 그녀를 죽이고 만다..
사랑하는 여인을 자신의 손으로 죽이는 장면은
세익스피어의 비극 오델로와도 닮아있는듯 하다..
7. 다섯개의 시선中 선과악
영화 도입부...
죽어가는 환자는 상현에게 수십년전 자신이 한 선행을
하느님이 기억하고 죄를 용서해 주실까 물어본다...
상현은 기억은 하느님의 특기라며 그를 위로한다..
선행의 대가로 용서를 바라는 환자...
신의 이름을 팔아 용서를 주는 상현...
질병으로 죽는 자들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상현..
질병에서 흡혈귀가 되어 돌아온 상현을 신처럼 떠받드는 신도들..
그는 마지 못해 몇몇 신도들에게 기도를 해준다..
그러나 질병을 이긴 기적은 신의 기적이 아니라
흡혈귀의 피로 이룬 악마의 기적에 가깝다..
죽어가는 신도 앞에서 마지막 기도를 해주며,
손에 묻은 피를 할짝 핥는 그는 악마일까??
금기를 어기고 남의 아내를 탐한 신부..
그러나 그는 첫사랑에 빠진 나약한 인갈일 뿐....
성당의 병원에서 그는 사제복을 벋고 욕망에 영혼을 판다..
상현이 아버지 처럼 받들던 나이 많은 신부..
종교적 신념에 흔들림이 없을 듯 하던 그도,
보이지 않는 눈을 뜨고 싶어 흡혈귀가 되기를 원한다..
또 상현은 그가 자신처럼 타락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그의 심장을 찌르고, 목마름에 그 피를 짐승처럼 마신다...
흡혈귀가 된 태주는 많은 사람을 죽이고,
그것을 말리는 상현에게, 짐승이 먹이를 먹는 것은 당연하다 말한다
순수하기에 죄에 꺼리낌이 없는 그녀...
그녀는 악녀일까??
선과 악이 혼재된 인물들...
과연 선한 의도 때문에 죄를 짓게된 상현,
악을 모르기에 죄를 짓는 태주,
욕망에 흔들리는 사람들.. 그들에게 무엇이 선이고 무엇이 악일까?
8. 소름끼치는 연기
여배우 김옥빈의 재발견...
그녀는 멍한듯 식물같은 태주,
욕망에 불타 모두를 타워 버리는 태주,
광기에 사로잡힌 악녀 태주,
어린애 같이 맑은 영혼의 태주를 잘 연기해 냈다...
이토록 복잡하고 입체적인 인물을 표현하며 크게 흔들림이 없었다는게 놀라울 따름이다...
또, 감독의 큰 그릇을 가득 채워낸 송강호..
그의 연기는 이제 뒷모습 만으로도 화면을 채울수 있는 경지가 되었다...
한여배우의 광기가 영화에 잘 스며들도록,
감독의 생각이 화면에 잘 버무려지도록,
배우가 눈에 밟히지 않고 영화가 눈에 들어오게 만드는..
무아지경의 배우가 아닌가 싶다...
또하나 극의 후반부를 이꿀어가는
전신마비의 라여사를 연기한 김해숙...
눈빛 만으로 분노, 공포, 원망을 보여준 역시나 연기의 고수이다...
큰 감독의 큰 뜻, 그 뜻을 소화해낸 큰 배우들..
이영화가 명작의 반열에 오를수 있는 요소이다...
그러나.. 실혐적인 그의 발상과
관객에게 불쾌를 주는것을 꺼리지 않는 편집..
후반까지 집요하게 감정의 소모를 요구하는 영화는..
분명... 대중적이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달콤한 음식은, 다른 모든맛을 앗아 간다...
영화의 단맛은 없지만.. 진국은 남아있는 진짜 영화가
바로 박쥐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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