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의 정서는 언제나 ‘야릇’해서 꼭 100% 취향이 아니라고 해도 사람을 혹하게 만
든다. 그러나 영화를 보고난 이들의 평은 극과 극으로 치열하게 나뉘고 있다.
# 대단히 ‘박찬욱스러워’ 좋다
<박쥐>는 참 박찬욱스럽다. 박찬욱이 아니면 대체할 수 없는 무엇이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불완전함을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매혹적으로 만드는 탁월한 능력, 똘끼에 환
장하면서도 참혹한 본성을 정확하게 짚어내는 감각이 바로 그것이다. 해서, 그런 박찬
욱이 각본작업에 깊게 관여한 만큼, 영화는 여전히 마이너적이고 컬트적이다. 하지만
이전과 달리 감독이 영화를 다루는 모양새가, 영화 속에서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달
라졌다. 전작의 그였다면 대개 그 시점에서 나오는 것은 조소라든지 냉소였을 텐데,
어쩐 일인지 영화를 보는 우리는 진심으로 웃고 있을 수도 있다. 그렇게 눈이 휘둥그
래져 한참을 빠져서 깔깔거리다보면 갑자기 찾아오는 박찬욱 특유의 슬픈 인간의 자
조가 참으로 묘하다. 그것이 박찬욱의 매니아 층이 꾸준한 이유다.
#‘무엇을 이야기 하는 것인가’, ‘왜 그래야만 했었는가’ 기분 찝찝하다
미술, 조명, 연출, 미장센 이런 것도 좋다지만, 영화의 기본은 재미, 감동, 개연성과 현
실성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어처구니없이 과격한 공상 탓에 (극찬하는 평과 정반대
로) ‘쓰레기 영화’라는 평이 만만치 않다. 영화가 이렇게 된 것은 보통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독특한 캐릭터와 플롯형식 때문이다. 마작토크에서 기호논리적인 주제는
너무 졸리며, 영화의 기괴한 심사는 찝찝하고, 전체적으로 만화적 추임새가 도드라져
개연성이 떨어진다. 캐릭터를 극단으로 모는 감독의 전작들을 고려하더라도 막상 상
상을 뛰어넘는 과한 설정과 염세주의가 심히 보기 거북하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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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팜므파탈의 전형적인 캐릭터로서 손색이 없는 친구의 아내. 태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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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욕망 때문에 옴짝달싹하지 못하는 나약한 인간 상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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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 고도로 계산된 잘 짜인 아귀가 딱딱 맞는 아주 묵직하고 힘 있는 영화 한 편 봤다
고 아침엔 이해됬다가도, 저녁이 되면 싸이코 드라마 한편 본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가 없는 것이다. 여러분은 어떤 쪽인가. 현실성이 없다고 끊임없이 딴지를 걸 것인가?
아님 존재에 대한 고민을 여실히 드러냈다며 극찬을 할 것인가? 답은 영화가 끝난 후
에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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