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oo영화 봤어."라고 말하면 대개 십중팔구는 "재밌어?"라고 물을 것이다. 거의 모든 창작물에 대한 가장 보편적인 판단기준은 그거의 '재미'다. 그래서 누가 "이 영화 어땠어?"라고 물으면 난 아마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재미없었어."
이 영화는 시한부 인생 남자의 사랑이야기라는 통속적인 소재임에도 나쁘지 않은 연출력으로 그것을 극복하고 있다.
하지만 재미는 없었다.
자기가 사랑하는 여자를 다른 남자에게 시집보낸다는 상황의 아이러니가 예상외로 신선했다.
하지만 재미는 없었다.
그럴만한 소재인데도 감정의 과잉 없이 은은한 표현력이 좋았다.
하지만 재미는 없었다.
역시 연기자들의 오버없는 자연스런 연기가 좋았다. 특히 이보영은 몸에 꼭 맞는 예쁜 옷을 입은 것처럼 멋진 연기를 보여 주었다.
하지만 재미는 없었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몇 가지나 되는 장점들을 가지고 있음에도
결정적으로! 재미가 없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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