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고 싶은 날이었다.
핑계삼아 슬픈 영화를 찾고 싶을만큼 울고 싶은 날.....
슬퍼서 가슴이 여미도록 찡한 아픔을 주는 영화를 뒤적거리고 싶었다.
때마침 원태연이 만들고, 정말 슬프다는 소문이 자자한 이 영화를 울보 친구 하나 꼬셔서 쌍으로 울었다.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가는 동안에도... 주루룩...주루룩...
'손끝으로 원을 그려봐 네가 그릴 수 있는 한 크게 그걸 뺀 만큼 널 사랑해'
학창시절 너무나도 유명해진 이 시구절...
어렵지도, 난해하지도 않지만 그 전에는 볼 수 없었던 이 표현이 나에게는 큰 충격이었다.
손끝으로 그린 원이란게 상대방이 나에대해 느끼는 애정이라고 생각할 때,
원이 작으면 작을수록 자신이 상대방을 더 많이 사랑한다는 의미는
함께 하는 사랑보다는 짝사랑의 느낌이 너무 강했다.
그리고 네가 나에게 못다해준 사랑마저도 너에 대한 사랑으로 채워준다고 고백하는 것 같다.
그의 사랑이야기는 참 슬프다.
그래고 이 영화역시 슬프다.
이보영이 너무 귀엽게 느껴지는 이 영화.
개란한판에 꽉채운 나이가 되어가니 불꽃같은 사랑보다 편안한 집같은 사랑을 하고 싶어진다.
그들의 생활은 친구같고 집처럼 편안했고 아늑했다.
그는 내 생활의 일부분이였으며, 전부였다.
항상 나만 생각해주는 사람, 항상 나만 걱정해주는 사람, 내가 하자는 대로 다 해주는 사람......
그는 그녀에게 화를 내본적이 과연 단 한번이라고 있었을까?
깨질까봐...부셔질까봐... 고이 간직하기하고 바라보기만 했던 그가 정말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그녀와 평생을 함께 살아가리라 약속해주었을까?
각박하고 빠른 하루하루를 살아가면서 자신의 일에 대해 그토록 진지하게 생각해주는 사람 몇이나 있을까?
내가 만난 몇몇 이들은 스쳐지나가듯 기억속에 남기지도 않은채 흘려듣기만 하고 있던데......
하지만, 그였기에...남들과 다른 평범하지 않은 그였기에... 그녀에게 더 신경써줄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아닐까?
그래서 그들의 사랑이 그토록 가슴아팠던 것은 아닐까...
그렇게 모든 것을 함께 공유하는 그들이 너무 부러웠다.
엔딩곡 '이런 사람 또 없습니다'라는 말이 절실히 실감나게 한다.
사랑하기 때문에 다른 이에게 떠나보낸다는 말 믿으시나요.
그게 과연 가능하다고 생각하나요.
미저리처럼 소유하려는 사랑이 아닌, 놓아주는 그런 사랑 할 수 있으신가요?
내가 과연 그였다면 아무 말없이 그렇게 그녀를 놓아주었을까요.
외로운 삶을 살아왔던 그가 만약 나라면, 단 하루라도 단 한순간조차도 그녀에게 위로받고 싶었을텐데 말이죠.
하지만 그는 그녀를 놓아줍니다. 그녀를 위해 무슨 짓이든 합니다.
아니, 그런 방법이 그가 그녀를 사랑하는 방법이 되고야 맙니다.
이 영화는 중반부까지 그다지 슬프지 않다. 이 영화가 슬프다고 한거지? 하는 의문까지 든다.
그때까지는 그가 그녀를 위해 내내 희생하고만 있었고, 그의 희생이 너무나 당연져 버린다.
하지만, 무엇인가 자연스럽지 못하다는 느낌이 남는다.
아무래도 원태연이 처음만든 영화라서 미흡한 면이 남아있구나...라고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게 복선이었다는 것을 이영화는 중반부를 넘어서 말해준다. 제대로 반전을 치룬다.
허를 찌르는 반전은 아니지만, 영화 중반부까지의 얄미운 그녀의 모습은 반전이 남아있을 것이란 생각조차 하지 못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후반부부터는 내내 관객을 울게 만들어버립니다.
영화후반부에 드러나는 또다른 시선은 온통 슬픔에 잠기게 만들거든요.
휴지나 손수건 필수입니다. 잠시 흐르고 멈출 눈물이 아닐겁니다.
한번 흐르면 멈추기 어려우니 아예 눈물을 흘리지 말던가, 미리 눈물닦을 것들을 손에 쥐고 영화를 보세요.
영화를 보다가 눈물 닦을 것을 찾으려고 하면, 눈물 때문에 앞이 보이지 않아 한참을 헤매게 되거든요.
권상우의 슬픈 눈빛과 밝은 미소의 이보영이 대조적이다.
하지만, 그들의 마음은 같았다.
단지, 말하지 않아서... 표현하지 않아서...서로에게 솔직하지 않아서 벌어지는 슬픈 헤프닝...
사랑한다고 ... 좋아한다고...함께 하고 싶다고...
그 한마디 말하는 거... 흔한 영화나 드라마처럼 쉬운 일 아니라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
그래서 표현하지 못한 그들의 사랑이 더 슬프고 안타까웠지만 공감가더랬다.
마음껏 좋아하고 사랑했던 사람의 사랑은 추억속에 기억속에 그다지 남아있지 않지만.
이루지 못해서 마음껏 사랑하지도 좋아해주지도 못한 사랑이 더 기억에 남는다.
외로운 날, 울고 싶은 날,그리운 날, 비가 오는 날, 눈이 오는 날...
기억나는 사랑은 이루지 못해서 아쉬웠던 사랑들...
그것이 풋사랑이든 짝사랑이든..
슬프다.
하지만, 슬픈 영화라고만 말하고 싶지 않다.
사랑으로만으로 살 수 있는 것이 삶은 아닐지라도
해바라기같은 그런 사랑 제대로 해본 그들의 삶은 행복하고 부러워보였다.
그들의 눈물이 결코 슬프지 않다.
그런 눈물조차 점점 매말라가버리는 내 건조한 눈이 더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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