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영화를 좋아는 하지만 영화에 관한 많은 지식은 없습니다. 그저 '형사'를 보고 난 후의 느낌을 이야기 하고 싶어 처음으로 리뷰를 써 봅니다. 전 이 영화가 아주 좋았습니다. 가을의 아름다움과 쓸쓸함에 잘 어울리는 영화라고 생각됩니다. 영화를 보고난 사람들이 언제부터 쟤네들이 정분이 난거냐고 의아해하던데 전 그렇게 느끼는 사람들이 잘 이해가 안가더군요. 첫눈에 반했던 경험이 없는건지요? 첫눈에 반해서 잠시라도 마음이 한 사람에게 모두 쏠리는 경험을 한 사람이라면 언제 정분이 난 거였냐는 의문은 안들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남순과 슬픈눈은 처음부터, 그러니까 도입부분 시장바닥에서 처음 볼 때부터 서로에게 끌립니다. 슬픈눈이 귀면을 쓰고 남순과 마주쳤을 때부터 무언가 낯선 느낌에 서로 멈칫거리지요. 그리고 남순의 공격에 귀면 조각이 떨어져나가 그의 눈이 보였을 때 단단한 남순의 내면은 흔들리지요. 돌담길에서 둘이 대결할 때 슬픈눈의 공격에 남순의 가슴옷자락이 베어지는 장면이 있었지요. 슬픈눈은 그 뒤 기생 색주가를 찾습니다. 남순으로 인해 많이 흔들렸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남순이 기생으로 변장하고 병조판서 집에 잠입했을 때도 숨이 막힐 것만 같은 여러 에로틱한 장면들이 연출됩니다. 슬픈눈의 칼사위는 병조판서를 비롯한 여러 사람들을 매혹시키지요. 전 여기에서 강동원이라는 배우를 다시 보았습니다. 그저 비주얼만 뛰어난 배우라고 생각했는데 칼놀림도 아름다운 영상이 나오는 것을 보면서 단지 카메라 워크로 덧칠해서가 아닌, 많이 노력하는 배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슬픈눈과 남순이 동침을 위해 한 방에 든 이후 여러 코믹한 장면들이 나오지만 사랑에 서툰 남녀의 어색한 몸짓만큼 에로틱한 것도 없다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밖에서 서성이던 병판. 그는 슬픈눈에게 말로는 여자를 품으라고 하지만 사실은 질투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대결에서도, 상처입은 슬픈눈의 손을 손수건으로 묶어주는 장면에서도 그를 온전히 소유 지배하고 싶어하는 병판의 심리가 보이더군요. 마지막 장면에서는 여러 의견이 분분한 듯합니다. 죽은줄 알았던 슬픈눈과 남순이 돌담길에서 다시 대결을 하지요. 남순의 환상이다, 아니다 슬픈눈은 죽지 않았던 거다... 정 반대의 해석이 있는데요, 전 사랑도 어찌보면 환상의 신기루와 같은 것이니 그 모든 장면들도 환상의 연속이라고 받아들였습니다. 남순조차도 사실은 환상일 수 있다고. 현실을 이야기하는 영화도 있습니다. 과거를 이야기하는 영화도 있고 미래를 그리는 영화도 있지요. 그러나 환상을 담는 영화도 있습니다. 이 영화는 아름다운 환상, 첫 눈에 반하는 사랑, 몸이 베이는 것 같은 아픈 사랑, 그런 것을 말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