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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 외전 - 시로 쓰여진 영화 형사
warkbk 2006-03-19 오후 7:32:22 2020   [14]
# 처음에는 대조와 반복만으로 글을 이끌어나가려고 했지만, 이 영화가 시의 형식을 그대로 차용하고 있다는 것을 완결을 쓸 때쯤에서야 알게 되서, 생각해보니 마지막 글에 오류가 있어 정정하려고 다시 글을 씁니다. 사족까지 덧붙여서 몇가지 이야기를 더 해보도록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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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사정 볼것없다를 보았습니다.

 

 형사와 인정사정은 같은 영화입니다. 낙엽, 연기, 달, 등불, 눈, 계단 살인장면, 남순과 박중훈의 연기 등 수없이 많은 것들이 두 영화 속에서 보여집니다. 주제와 시대만 바뀌었을뿐 두 영화의 모습은 너무나 닮아있습니다.

 

 형사와 인정사정은 다른 영화입니다. 인정사정에서는 저러한 모습들이 그저 이미지를 위한 이미지에 그쳤던데 반해, 형사에서는 의미를 부여하여 이야기의 흐름을 만들어 냅니다. 스타일리스트라는 감독의 별칭은 그저 스타일에만 머무르지 않고, 형사를 통해 많은 진보를 이루어낸 것이죠.

 

 

 


형사는 다섯가지 색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어둠을 나타내는 검정, 달의 노랑, 꽃의 빨강.

 슬픈눈과 남순을 나타내는 위의 세가지 색을 기본으로 순결의 흰색과 안정의 녹색이라는 두가지 이미지를 덧붙입니다.

 

 




세트나 소품 하나하나에도 이러한 세심한 손결이 묻어나 있죠
.

 

 머리를 묶은 천, 두 칼을 잇고있는 줄과 그녀가 입은 옷까지 모두 이러한 색을 바탕으로 하고 있죠. 하지만 이러한 것들은 단순한 색의 표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의 변화를 나타내 줍니다.


슬픈눈의 검은 소매자락이 주점에서 주황색으로, 마지막 대결에서 붉은색으로 점층적으로 물들듯.....

 



필름의 노란색 톤도 그저 예쁜 영상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일정한 흐름을 가지고 등장인물들의 심리변화와 함께 채도가 변화하며 또 하나의 의미를 만들어 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자세히 설명할까도 생각했지만, 너무 복잡해질것 같아 생략합니다. 아울러 영화 속에 나오는 여러 사물들 처럼 의미가 될때와 되지 않을때가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보시기 바랍니다.) 

 

 

 



영화속에서 무수히 널려 있는 사물들은 (정적인)클로즈업이라는 강조를 통해 의미를 부여 받게 됩니다 .


 

 


 전에 써왔던 글은 기존의 네러티브 속에서 형사의 네러티브를 이해하려는 시각의 글이었습니다. 하지만 형사는 제가 줄곧 말해온대로 시의 형식을 그대로 차용한 영화입니다.

 앞서 말해왔던 시간의 흐름을 뒤섞은 이유는 대조와 반복을 보여주기 위한것이 아니라, 남순과 슬픈눈의 시간마저 두개로 나누고, 두 사람이 함께 있을 때야 비로서 불규칙하던 시간의 흐름이 하나가 되는 것이었죠.

 슬픈눈과 남순, 빛과 어둠의 공간, 남순의 극과 극을 넘나드는 감정변화, 들리는 대사와 들리지 않는 대사, 두개의 음악, 두개의 시간..... 대비되는 수 많은 요소들과 기존의 네러티브라 할 수 있는 모든 요소들까지 해체시키며 보여주었던 것은 두 사람이 하나가 되어가는 모습이죠.

 

마지막 대결에서 보여지던 뒤엉킨 두 사람의 시간.

 사랑하는 이의 죽음 속에서 눈물이 아닌 웃음을 짓는 남순의 역설적인 모습처럼, 죽음 속에서야 자유를 얻은 슬픈눈과 현실 속에서는 드러내지 못한 마음을 이야기할수있는 남순.......  죽었지만 살아있는 것이고, 이룰수 없는 사랑이지만 영원한 사랑의 모습이기도 한 것이죠.

 

마지막으로 문제를 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슬픈눈이 죽음을 앞두고 마련한 술상, 남순이 처음으로 보여주는 웃음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미안함에, 사랑하기 때문에라는 식의 답변을 원하는게 아닙니다. 감독이 보여주었던 대조와 반복의 흐름 속에서 해답을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웃음에 대한 힌트를 드리자면, 두번째 대결에서 미묘하게 떨리던 남순의 두 칼처럼, 모두 보았지만 모두는 보지 못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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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를 다시 보았습니다.

 

"내가 좋아서 따라오는 거요? 쫓아오는 거요? 아니면 뒤를 밟는거요?"

 

실없는 농처럼 들리던 그의 말이.....



"내가 좋아서 따라오는 거요? 쫓아오는 거요? 아니면 뒤를 밟는거요?"

 

그의 흔적을 쫓아다니는 그녀의 모습과 겹쳐지며, 매번 의미없이 보아오던 장면에서 왠지모를 감정이 북받쳐오는것을 느꼈습니다.

 

이런것이 형사만이 가진...... 시만이 가질수 있는 매력이겠지요.

 

 

 

# 이번에는 최대한 내용에 대한 해석을 자제했습니다. 자신이 조금씩 깨달아가며 얻는 재미가 형사의 진정한 재미니까요. 형사를 보며 시같은 영화라는 것은 알지만, 시로 쓰여진 영화라는 것은 모르는 분들이 많은듯 합니다.

 제가 드린 문제에 대한 답을 스스로 찾을수 있다면, 지금까지 제가 했었던 말도 이해를 하실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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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2005, Duel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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