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모든 것으로부터 떠나야 하는 남자.
시한부 선고를 받고서 주위의 모든 것을 정리해 나가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가슴이 답답해옴을 느끼면서도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삶에 대해서 차분히 되짚어 보게한 영화다.
재미보다는 약간의 지루함이 느껴지고,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이질감이 먼저 느껴지는 영화지만 영화를 보면서 지루함을 느끼다가도 어느새 영화에 집중하고 있는 나 자신을 문득 느끼곤 했다.
' 동성애 ' , ' 대리부 ' 같은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은 소재들에서 약간 눈을 찌부리거나 등장인물의 생각들을 이해 할 수 없어 힘들었다.
하지만 영화를 볼때 그런 부가적인 소재들보다는 전체적으로 영화를 지배하고 있는 곧 다가오는 ' 죽음 ' 에 초점을 맞추고 그 죽음을 맞이하는 주인공의 심리와 행동들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 같다.
사실상 이 영화는 ' 죽음 ' 을 빼고서는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별로 없다.
이제 갓 서른을 넘긴 유명한 사진 작가 로맹은 시한부 선고를 받는다. 동거 중인 애인에게도 이별을 선언하고 같은 처지 - 똑같이 죽음을 향해서 달려가고 있는 - 할머니에게도 찾아간다.
그리고 자신이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는 사실을 할머니를 제외하고는 그 어떤 사람에게도 말하지 않는다. 그는 같은 처지에 있는 할머니 만이 자신을 잘 이해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갈등을 겪고 있던 여동생에게도 화해의 손길을 내밀고, 멀리서 그녀를 지켜보면서 사진을 찍는다.
사람은 살기 위해 살지, 죽기 위해 살지는 않는다. 아등바등 살면서 힘들어 하지만 그 모든 것은 살기 위한 몸부림이다. 누구나 자신에게 죽음이 올거란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 순간이 언제 오건 간에 그 순간을 담담하게 맞이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20대 이건 80대 이건 간에 죽음보다도 삶에 더 강한 집착을 보인다.
사람에게 하루 하루는 내일을 살기 위한 더 나은 내일을 살기 위한 하루다. 하지만 예기치 않게 가까이 다가오고 있는 죽음을 알게된 사람에게는 똑같은 하루가 죽음으로 가는 시간이다. 그리고 살기 위해 사는 사람들의 모양이 각양각색이듯이, 죽음을 알고 나서 죽음으로 가는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사람들의 모습도 각양각색이다.
그 각양각색의 모습 중 [타임 투 리브]의 로맹을 통해 보게 되는 모습은 떠나야 하는 자의 쓸쓸하고 고독한 내면과 아름답게 떠나는 모습이다. 이 모습은 보는 사람의 가슴에 스며들어 우리의 것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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