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강탈, 참 무서운 말이다.
언뜻 듣기에도 그런데 진짜 의미를 알면 더 무섭다.
생명을 건다는 것보다 어쩌면 더 기막힌 제안...젊은 육체를 걸라는 제안.
변희봉과 신하균의 1인 2역 연기는 각별히 흠잡을 데가 없었다.
청년이 된 변희봉의 "삼촌~"은 우습기도 하지만 절실하기도 하다.
신하균의 청년이지만 노인같은 말투와 행동도 현실적이었다.
젊은이가 됐다고 강노식 회장이 클럽에서 바운스를 제대로 타고
백마탄 왕자님 버젼으로 여자들을 에스코트했다면 거짓말 같았겠지.
그런데 영화의 짜임새는 별로 좋지 못했다.
신체강탈이라는 어마어마하고 구미 당기는 소재를 제대로 요리하기는 커녕
너무 주무르다가 활어를 상한 생선으로 만든 꼴이었다.
이야기 구조는 너무 헐렁해서 전반적으로 예측이 가능했다.
특히나 마지막 반전일 수 있는 그것은 초반부에 너무 제대로 운을 띄워줘서
모르는 척 하느라 힘들었다. 모르는 척해야 끝에 조금이라도 놀랄진데;;
좋은 소재, 좋은 배우...이것들을 가지고도 영화의 완성도가 높지 못하면
보는 관객은 맥이 빠진다. 이 영화가 그렇다. 장르의 성격상 배우의 연기
만으로 전체를 끌어나가고 소재의 독특성만으로 엔딩 크레딧까지 관객의
눈을 꽉 붙들어둘 수는 없다. 분명 소재와 배우를 아우르는 완성도 있는
스토리 전개와 연출이 필요한 것이다.
아마도 젊어진 강노식과 신체와 인생을 빼앗긴 민희도의 심리 그리고
그 전부를 이해시키기 위해 필요한 뭔가를 너무나 드러내고 싶어했던
것이 문제였다고 생각한다. 너무 두 사람의 심리, 슬픔 쪽으로 흘러가
기본적으로 긴장감을 부여하기 쉬운 쪽에 무게를 두지 못했다.
두 배우의 연기는 훌륭했지만 영화 자체에 흡입력은 적어서 지루한
부분도 자주 있었다. 한국에서 찾기 힘든 파격적인 소재였던 만큼
조금 더 고찰해서 만들어보았으면 좋았을 영화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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