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영화 속에서는 괴물과 맞서 싸우는 가족들의 외로운 투쟁과 무능한 정부의 모습들이 교차된다. <괴물>에서 주인공 강두의 가족들은 가족을 지켜내기 위해 괴물과 맞서 싸우는 한편 그보다 앞서 그들 주변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배신과 음모에 시달려야 한다. 결국 강두의 가족들은 자신이 위치한 사회의 어떤 도움도 받지 못한 채 고립된 공간에서 마치 80년대 대학생들의 민주화 운동을 연상시키듯 화염병을 무기삼아 던져가며 괴물과 대치한다. 그러나 이 싸움이 독재와의 일방적인 l싸움이라기보다는 인간이 만들어놓은 또 다른 희생자인 괴물과의 승부라는 점에서 보면 막상 실제로 싸워야 할 대상들은 제외된 채 보이지 않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이 소외된 자들 간의 싸움은 너무나 처연하게 비춰진다. 사회적 과실로 인해 생겨난 피해자들이 무관심 속에서 서로 싸우는 동안 지배권력 층에서는 이 싸움의 내막에는 관심이 없고 오직 책임회피를 위한 음모론 조작에 열을 올릴 뿐이다. 결국 가족들이 맞서 싸운 대상은 괴물로 대변되는 사회적 모순이었던 것이다. 생각이 여기에까지 미치고 나면 ‘내 말도 말인데 왜 들어주지 않느냐’ 며 처절하게 외치는 강두의 모습이 자연스레 오버랩된다.
선악구도가 뚜렷이 구별되고 괴물 퇴치라는 일관된 스토리라인을 따라가는 기존 대부분의 괴물 영화에 비해 봉준호가 시도하는 이런 식의 의미부여들은 자칫 관객들에게 부담으로 다가올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개성이 살아 넘치는 다양한 캐릭터들과 러닝타임 내내 시종일관 유머를 사용하면서도 긴장감을 잃지 않는 드라마의 탄력이 뒷받침되고 있으므로 관객은 흔히 볼 수 있었던 괴물영화와의 차이점을 발견하는 동시에 상업영화가 가져다 줄 수 있는 최고의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기존의 것과 차별화되는 ‘한국적’인 괴물영화의 탄생은 판타지가 아니라 놀랍게도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형식을 띄고 있다. 괴물이 나오는 영화를 보면서 리얼리즘을 논하게 된다는 사실 자체가 황당하지 않은가... 그만큼 <괴물>은 상황 자체를 판타지 보다는 실제의 사건으로 해석해버리는 봉준호 감독의 능수능란한 연출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몇몇 부분에서 드러난 조금 모자란 CG 작업의 결점과 대사를 통해 상황을 빠르게 설명해버리는 촌스러운 몇 씬 들이 발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괴물>이 칭찬받을 수 있는 것은 그 동안 앞서 말한 수많은 한국영화들이 범했던 실수들이 이 작품에서는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영화가 세계시장에서 이기는 길은 향후 10년이 지나도 따라잡을 수 있을지 감이 안 잡히는 헐리우드의 기술력을 무작정 따라 뛸 것이 아니라 이제껏 성공한 한국영화의 예에서증명되었듯이 한국적인 독창성이 나와줘야 하는 것이다. 그 ‘한국적’ 이라 함은 기존의 틀을 벗어나 감독의, 작가의 색채가 선명하게 묻어나오는 작품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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