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고은아"를 보려면 이 영화를 보라고 했다. 정준호와 김원희의 영화인 줄 알았는데, 고은아도 조금 나오나 했다. <썬데이서울><잔혹한출근>에서 볼 수 없었던 귀여운 모습을 발견했다고 했다. <가문의위기>에서 정준호, 김원희는 나오지만 서로 아무 관계가 없었기에, 이 둘의 만남을 <두사부일체><가문의위기>의 만남이라 했다. 두 영화는 흥행한 조폭코미디지만, 평이 영 안 좋았던 영화였기에 당연히 <사랑방선수와어머니>를 깎아내리기 위한 발언이리라. 하여튼 코미디 영화에서 코믹 역할을 어느 정도 맡았던 그들이기에 그들에게 웃음을 기대한 것은 당연했다. 그러나 큰 거 한 방이 없었다. 그들은 잔잔하게 웃음을 전하긴 하지만, 그 재미를 찾기 위해 버거움이 있다. 단순히 제목만 따온 에피소드의 나열이었다. 그리고 처음부터 너무 극적인 결말을 위한 복선을 깔아놓은 것이 눈에 뻔히 보였다. 그런 게 눈에 거슬리고, 잔잔하게 웃음을 준 재미가 나중에 생각 안 나니 결국 극장 나오면서 생각나는 것은 "고은아"의 미소뿐. 내가 너무 그녀만 생각했나...
[사랑방손님과어머니]는 옥희네 집에 아버지 친구분이 오시는데, 결국 그 아저씨는 어머니와 서로 마음이 조금 있었음에도 그 사회에서 결혼을 할 수 없었기에 떠나는 걸로 마무리 된다. 아저씨가 오셔서 그 때부터 달걀이 나오고, 아저씨와 어머니가 서로에게 조금 호감이 있고, 어머니가 옥희만 있으면 된다는 생각을 하는 점은 영화가 소설에서 따온 점이다. 그러나 결론도 다르고 혜주(김원희)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전반적으로 많이 다르다. 그러나 영화가 가장 극단적으로 달라진 점은 6살인 옥희가 15살까지 컸다는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6살짜리 꼬마가 15살짜리 사춘기 소녀로 변하면서 내용이 한결 달라졌다. 즉 옥희도 아저씨를 좋아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아저씨의 나이가 어머니보다 나이가 많아 이루어지기 힘든데도 말이다. 결국 영화는 해피엔딩으로 차곡차곡 단계를 밟고, 이미 예측 가능한 결말은 알고 있으면서도 끝까지 보게 된다.
덕근(정준호)이 혜주(김원희)를 만나는 출발부터 작위적이었기에 중간중간 여지없이 거슬리는 설정이 보인다. 진짜 아무 의미없을 줄 알았던 옥희의 아지트도 혜주에게 의미있는 배였고, 덕근의 기대를 여지없이 무너뜨리는 혜주 통장의 비밀번호. 실패하나 했더니 "닥터 쑤 프로젝트"는 결국 성공이었고.. 그러나 옥희에게 늘 밝은 모습을 보여주던 혜주의 고백도 울음이 나기보다 그런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그녀는 15살에 옥희를 낳아 부정하고, 창피를 받았다며 옥희에게 얘기하기조차 겁내하고, 무식하고 무시당해도 옥희가 엄마라고 불러 주는 걸로 만족하고, 더이상 멀어지는 것이 무섭다고 얘기를 하는 장면이 있다. 마지막 더이상 멀어지는 것이 무서운 것은 어머니 혼자 딸아이 키운 심정이라고는 해도 그렇게 티격태격하면서 말하고 싶어도 안 믿어줄 거 같아 못 말한 그녀가 불쌍하면서도 그래도 한 번 해보지 그랬어 라고 충고를 권해보고 싶었다. 전국의 모녀가 그렇지 않겠지만, 그래도 그 둘은 다퉈도 친구처럼 친해보였었는데.. 부모의 마음을 몰라서일까? 이건 설정이었어 라는 생각이 더 강했다. 많은 부분이 그런 생각이 들긴 했지만, 저 부분이 가장 심했다. 또한 서울말과 사투리를 섞어 들어 정신없고, 영화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긴 하지만 임형주는 겉도는 느낌이 강하다. 마지막에 한 건 하나 했더니 결국... 그리고 처음부터 아무 의미없이 개그 캐릭터로만 혜주주변만 맴도는 청년회 3인방. 이들은 재밌는 얼굴과 사투리로 웃기려 했으나, 불쾌하기 짝이 없었고, 그나마 옥희와 같은 반인 2명의 여학생들이 몇 번 나오지는 않지만, 배경음악까지 깔아 옥희와 아저씨를 연기하는 것은 영화 속에서 가장 웃긴 장면 중 하나였다.
많이 웃을 수 있었던 대사들은 예고편에서 나온 것이 다였기에 너무 아쉬웠다. 뭔가 더 바랐던 나로서는 그나마 예고편도 마저 안 본 것을 다행이라고 여겼다. 재밌다고 강추는 하지 못해도 그냥 생각보다 그럭저럭 본 작품이다. 요즘 코미디가 예전 것을 많이 따라하고 베껴쓰는 경향이 강해서 기대치가 다른 장르보다 떨어진다. 전체적인 설정을 소설에서 빌려오고, 안의 내용을 많이 바꿨지만 그래도 나름 감동도 있고, 재미도 있었다. 김원희, 정준호 커플의 뻔한 코미디가 눈에 보인다면 권하지는 않는다. 어느 정도 알고 봐도 그래도 그들이니 기본은 한다 생각하고, 딱 그 기본보러 가는 것이 맞겠다. 그리고 NG장면을 놓치고 나오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영화 끝나고, 몇 분동안 재밌는 NG장면이 쭉 올라가는데 오히려 여기서 더 웃음이 터질 수도 있다. 그래도 재밌는 대사 하나 건졌다. "엄마는 술집에, 딸년은 원조에, 집안 꼴이 박진감 넘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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