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솔직히 영화의 내용보다 관객들의 반응에 대해 더 길이길이 기억에 남을 작품이다.
아니, 어떻게, 아무리 시사회라고 해도 그렇지...
공짜로 영화들 보러 왔으면 다른 관객들 생각해가며 감상하는건 기본아닌가?
돈 주고 본 것 보다도 더 심혈을 기울여 타인을 배려해야하는 것, 아닌가 말이다.
도대체가 이 영화가 어디가 웃기다고 그렇게 시도때도 없이 큰 소리로 웃어대는지들 이해되지 않았다.
교양없고, 무식하고, 예의라곤 찾아볼 수 없던 시사회장 관객들-
(참고로 지난 화요일 저녁 중앙극장 9시 시사였음)
자기가 이해 못하고 받아들이지 못하는 건 자유지만, 그것을 꼭 그렇게 드러내놓고 웃어야 하는지 의문이다.
하정우의 영어발음이 어색한 것? 그래, 웃길 수 있다. 근데 그게 그렇게 껄껄, 웃을 일인가?
아니면 둘의 염치없는 불륜을 그럴듯한 사랑으로 포장한 것이 가소로워 웃긴가??
어디가 그렇게 웃기냔 말이다!!!!
드러내놓고 코미디 영화가 아닌 이상
웃고싶다면 다른 사람의 몰입이나 이해에 방해되지 않을 정도로 해야하는 것이 아닐까....
어쨌든 영화에 심취할래야 심취할 수 없었던 분위기 탓도 있겠지만,
이 영화는 보고난 뒤 찝찝하고 불쾌한 기분을 선사하는 작품임에 틀림없다.
한국영화 중 나쁜 남자, 올드보이, 오아시스, 일본영화에선 아무도 모른다, 와 같은 작품들?
하지만 그 불쾌함이 더럽고 몹시 기분이 나빠지기만 하는 삼류적 요소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다.
'그럴수도 있지, 저렇게 사는 사람도 있겠지'
오픈 마인드를 가지고 받아들인다면 그 수용의 범위 안에서 짐짓 괴로운 정도?
소피나 김지하(하정우)의 상황, 그리고 감정을 100% 수용할 순 없다.
하지만 불륜이란 소재가 흔해빠진 세상에서 그 경위야 우리가 얼마나 따지고 들 수 있겠느냔 말이다.
단지 드라마나 현실 속에서 잘 찾아볼 수 없는 그들의 선택과 확신에 경탄하느냐, 야유를 퍼붓느냐가
관객의 몫일 뿐이다. (그렇다고 영화관 안에서 직접적인 표현을 할 필요는 없다ㅠㅠ 제발, 좀!!)
우리가 늘 유쾌해지기 위해 영화를 보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이 그와 같이 매너 꽝이 되는 이유는
자꾸만 쉽고, 소모적인 영화가 많이 만들어지기 때문인 듯 싶다.
이 세상의 모든 영화가 즐겁고 쉽게쉽게 만들어진다면 대체 예술은 어디에서 찾아야할까?
(그렇다고 이 영화가 예술적 작품이란 말은 아니지만)
너무들 쉽고 자기 이해하기 편한 것만 고집한다.
밀양의 평이 극과 극으로 나뉘는 것 역시 그런 이유에 있다는 평론가 말도 있다던데,
두번째 사랑 시사를 통해 나는 영화보다도 훨씬 기분나쁜 관객들의 반응을 보았다.
간혹 나와 비슷한 부류의 (예술인지, 예술이 아닌지는 잘 모르지만)
어렵거나 불편하거나, 곤란하거나, 다소 난해한 작품을 즐길(!) 자세가 되어있는 사람이라면
(헐리웃 영화나 블럭버스터에 슬슬 질리기 시작했다면)
적당히 생각하고 고민해보며 관람해 볼만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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