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0613 / 서울극장 18:20 / 주연이
여자들의 게이친구로망에 대해서 아는가.
한 마디로 말하면 게이를 한 명, 친구로 두고 싶은 여자들의 작은 소망(...정말 작은 걸까...모르겠다)을 이름이다.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이래로 영화에 등장하는 게이들은, 아니 정확히 말하면 주인공이며 여자인 나의 친구인 게이는 어쩜 그리 다정하고 이해심많고 섬세하고 재치있을까. 모든 게이들이 여자와 친구가 되면 성격 까칠했던 게이들도 모두 저렇게 될 것이다! 는 근거없는 확신마저 들게 한다.
<러브 & 트러블>의 피터 역시 한치의 오차도 없이 줄자로 잰 것처럼 아주 딱! 그런 게이 친구다. 영화가 무르익어가면서 극장 안의 거의 모든 여자들이 피터가 나올 때마다 "귀여워~"를 연발한 걸 보면 거의 모든 여자들이 게이친구로망을 가지고 있다는 꽤 근거있는 확신을 하게 된다.
21세기의 남자들은 이제 근육만 울긋불굿 키우지 말고 여심을 끌 수 있는 매력에 대해 영화에 등장하는 혹은 주위의 게이친구들을 보고 좀 배워보면 어떨까. 하지만 여자 마음 좀 끌어보겠다고 스트레이트 남자들이 함부로 게이친구들을 따라했다가는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을 간과하면 안 되겠다.
여자들이 사심없이 "귀여워~"를 외치는 건 게이친구 앞에서 거침없이 속옷까지 훌훌 벗어버리는 잭스처럼, 그는 나와는 절대로 아주 아주 절대로 아무 썸씽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아주 이기적인 확신이 있어서다. 그러니까 게이친구란 이 다사다난한 연애전쟁터에서 완벽한 비무장지대란 뜻이다.
어쨌거나 <러브 & 트러블>은 깔끔하고 섬세한 러브코미디다. 같이 본 친구는 이런 영국식 로맨틱코미디가 좋다며 즐거워했다. 그래서 내가 "너 일본식 코미디는 안 좋아하지!" 라고 물어 봤더니 역시나 그렇단다. 남자들보다 여자들이 더 감정이입을 하는 듯 보였지만 어쨌거나 재치있는 입담과 깔끔하고 도회적인 영상이 영화보는 즐거움을 만족시켜 준다. 보그잡지사의 패션에디터인 잭스의 멋스러운 패션도 볼거리지만 그것보다 더 매력적이었던 것은 배우 자신이었다. 작은 체구지만 단단해 보이는 브리트니 머피의 외모와 섹시한 저음의 콧소리가 이다지도 중독성 있을 줄이야.
한 숟가락 남았던 라면국물을 누가 홀랑 먹어버린 듯 어느새 봄을 뛰어 넘어 열대야로 잠 못 이룰 분들, 특히 애인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같이 심야영화로 보시면 어떨지. 게이친구가 있으신 분은 게이친구랑 가도 참 좋겠다.
PS. 아참. 잭스의 완전또라이친구(이렇게 밖에 표현이 안된다. 보면 안다) 탈룰라에게 감정이입해 보는 것도 영화를 각도있게 보는 또다른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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